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렸다. 지난 11월까지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후 금리 인상 속도를 한 단계 늦춘 것이다.
연준은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준금리를 4.25~4.50%로 0.50%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월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낸 후 7번 연속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이어왔다. 특히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는 유례없는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기도 했다.
이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7.1%로 10월(7.7%) 대비 낮아지는 등 물가 상승세가 진정되는 조짐이 나타나자,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날 금리 인상폭을 0.50%포인트로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인상 발표 후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제는 (인상) 속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면서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지금까지 들어온 10~11월 인플레이션 지표는 월간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당분간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내년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점차 우리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더 벌어졌다. 한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3.25%로, 본래 미국보다 0.50~0.75%포인트 낮았다. 그런데 연준의 이번 인상으로 금리차는 최대 1.25%포인트까지 커지게 됐다.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폭은 1.50%포인트로, 이에 근접한 수준까지 커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