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 조건은 대체로 갖췄다…“일괄 해제 아닌 점진적 완화로”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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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방향’ 전문가 토론회
대전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예고에 따라 중앙정부에서도 마스크 의무화 해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 붙은 마스크 착용 안내문 Ⓒ연합뉴스
대전시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예고에 따라 중앙정부에서도 마스크 의무화 해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에 붙은 마스크 착용 안내문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3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기준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도 해제 시기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7차 유행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다면 단계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방역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국민 소통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향후 코로나19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일부 지자체가 방역당국의 결정이 없을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자체적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을 해제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도 완화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다만 7차 유행이 지속되고 있고 줄었던 확산세가 다시 커지면서 방역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문가들이 제시한 기준을 참고해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시설과 사회복지시설, 대중교통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규제를 두지 않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으로의 일상 회복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유행 규모 감소 ▲치명률 감소 ▲의료대응 능력 ▲사회적 위험인식 등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7차 유행 전까지 전 국민의 97.38%가 감염과 접종으로 기초 면역을 얻었고, 특히 만 5~9세 어린이는 80% 가까이 자연감염으로 인한 면역력을 획득했다. 치명률 또한 코로나19 초기에 비해 15분의 1에서 20분의 1 정도로 감소했다. 다만 새 변이의 출현이나 중국의 방역상황 등의 불확실한 변수는 남았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초기 포괄적인 적용으로 의무화하는 방역정책을 써왔다면, 이제 방역 규제의 지속 가능성과 비용대비 효과, 절차적 정당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마스크의 이익이 없고 해롭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와 방역정책의 지속 가능성 등을 위해 마스크를 해제하는 것이 아닌, 조정 또는 완화하는 쪽으로 점진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불확실성이 높은 변수들로 인해 유행이 감소하기만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유행이 급격히 악화하지만 않는다면 마스크 착용을 법적 의무가 아닌 의학적 권고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코로나19 방역조치 중 하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논의가 재점화된 가운데 지난 5일 서울의 한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까지 남은 코로나19 방역조치 중 하나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논의가 재점화된 가운데 지난 5일 서울의 한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마스크 착용 관련 소통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이른바 '펜데믹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방역 정보를 이전만큼 주의깊게 살피지 않고, (방역에 참여하는) 동기나 의욕도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긴 시간 방역에 몰입해온 상황에서, 이제는 누구를 위해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 전달이 효과적이지 않으면 피로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국민와 보건당국 사이에 방역정책과 관련한 이해와 목표의 공유가 중요한데, 보건당국의 계속되는 권고나 당부에 대해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매장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라는 등의 메시지로 마스크 착용을 '강요'했다면 향후 '마스크를 쓰는 것은 비말을 통한 감염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건강이 취약한 사람을 만나거나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마스크 착용은 필수입니다' 등 권고의 메시지로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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