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시도한 김만배, ‘대장동의 진실’ 입 열까
  • 이혜영·박성의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7 10:05
  • 호수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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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자금관리자 최우향·이한성 체포된 뒤 하루 만에 자해…“내가 사라지든지 해야”
이재명 지키기에서 공격으로 바뀐 유동규의 길 밟을지 관심…검찰 수사 차질 빚을 수도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57)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이자 ‘대장동 일당’의 맏형 격인 김만배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인지 여부를 가려줄 최후의 입으로 간주돼 왔다. 이로써 대장동 수사와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김만배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12월14일 오후 9시50분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소재한 성균관대학 자연과학캠퍼스 인근 도로에서 자신 소유 벤츠 차량 안에서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김씨 변호인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김씨는 목 부위 등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소방 당국은 즉시 김씨를 수원시 아주대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며,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이날 수 차례에 걸쳐 목과 가슴 등에 자해 행위를 했고, 뒤늦게 김씨의 차량을 찾아간 변호인에 의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상 재판과 수사 압박을 못 이긴 김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씨의 차량 주변 CCTV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타살 시도 가능성은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상처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씨는 당국에 “자해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자해하기 며칠 전부터 주변에 “검찰에 뭔가 진술해야 할 것 같고 그게 두렵다”거나 “내가 사라지든지 해야겠다”는 식의 하소연을 했다고도 한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2021년 10월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헬멧 쓴 남성, 최우향씨의 안내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대장동 사건 관련 유한기·김문기씨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인물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또 다른 두 명은 극단적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은 모두 대장동 비리와 이재명 대표와의 연결성을 밝히는 데 필요한 인물들로 참고인이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 4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압수수색을 받기 전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자로 알려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연쇄적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김만배씨는 유동규씨에 이어 두 번째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셈이다. 유동규씨는 자신의 동료였던 김문기씨가 세상을 등졌는데도 이재명 대표가 “모르는 사람”이라고 부인하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구속에서 풀려난 뒤 이 대표에게 불리한 ‘대장동 스토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유동규의 입을 통해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왼팔과 오른팔인 정진상·김용 두 사람의 범죄 단서를 확보하고 구속까지 시켰다. 지금까지 김만배씨는 유동규·남욱·정영학씨 등 다른 대장동 일당과 달리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았다. 이번 자살 시도 사건을 계기로 상황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수원에서 수 대째 살아온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출신이자 경제지 기자를 지낸 김만배씨는 대장동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키맨’으로 불린다. 기자 시절 쌓은 법조계 인맥으로 각종 민원을 해결하고 인허가를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2020년 여름엔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대법원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를 위해 당시 권순일 대법관을 8번이나 만나 무죄 로비를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그 뒤 권순일씨를 화천대유 고문변호사로 쓴 사실이 드러나 의문이 증폭됐다. 화천대유 배임·횡령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던 김씨는 구속기한 만료로 올 11월24일 석방돼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화천대유 김만배 대주주의 극단적 선택 시도는 12월13일 ‘헬멧남’으로 유명해진 화천대유 이사 최우향씨(54)와 화천대유 공동대표이자 천화동인 1호의 형식상 대표로 알려진 이한성씨가 검찰에 전격 체포된 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 김만배씨가 자신의 측근 중 측근인 최우향과 이한성의 체포로 극도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아 자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이다. 검찰은 700억원 재산 규모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이재명 대표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2월14일 김만배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김씨 보호를 위해 따라온 경찰차량ⓒ연합뉴스

‘헬멧남’ 최우향, 김성태의 쌍방울 부회장 지내기도

최우향과 이한성은 각각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쌍방울그룹의 김성태 대주주와 ‘탈법 대북 투자 의혹’의 대행자 혐의를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와의 연결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최우향씨는 전남 목포에 기반을 둔 조직폭력단 수노아(수노아호텔에서 유래됐다는 설)파의 일원으로 2010년 이후 전북 익산 기반 조폭 출신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눈에 들어 쌍방울 부회장으로 고속 승진했다고 한다. 교도소에서 독학해 익힌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어서 쌍방울의 해외파트 일을 맡기도 했다. 성균관 부관장까지 지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최우향은 2020년 말 있었던 서울 남산 햐얏트호텔 난동 사건의 행동책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최우향이 화천대유 김만배 밑에서 이사 일을 해온 것이다. 2021년 10월 김만배씨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검은 라이딩 재킷에 빨간 헬멧을 착용한 채 김만배를 승용차로 깍듯이 모시는 최우향의 이색적인 모습이 화제가 됐다.

당시 최씨는 김만배씨에 대해 “20년 전부터 형님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했다. 12월16일 법원에 청구된 최우향의 구속영장엔 최씨 등이 김만배가 대장동 사업에서 얻은 수익 중 260억원 상당을 허위 회계 처리하는 등의 방식으로 은닉해준 것으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우향은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과의 깊은 관계 때문에 결국 김만배→김성태→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서 한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한성씨(57)는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쌍방울의 대북 사업과 관련해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보좌관 출신이다. 이한성씨는 성균관대를 나왔는데 동문인 김만배씨의 부탁으로 화천대유에 합류한 뒤 김씨의 자금 인출과 전달 등을 맡아온 자금책임자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한성씨 역시 김만배→이화영→이재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한 부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우향·이한성씨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섬으로써 입을 다물고 있던 김만배씨의 심경에 변화가 일어날지가 관심사다. 반면 이번 김만배씨의 자해 소동으로 검찰의 수사 속도나 방향이 조정될 것인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만배씨의 다음 수는 극단적 선택 시도 뒤 이재명 대표의 반응이나 검찰의 압박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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