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당권 주자의 숫자는 상당히 많다. 권성동, 권영세, 김기현, 나경원, 안철수, 원희룡, 유승민, 윤상현, 조경태, 주호영, 황교안 등 어림잡아도 10명이 넘는다.
그런데 용산에서는 이 후보군 중 한 명으로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100% 갖지 못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2월3일 대구·경북 언론인 초청 토론회에서 당권 주자들 이름을 나열하고 “이길 수 있는 확신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아니다’라고 해도 계속 거론되는 이름이 바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나온 ‘수도권·MZ세대’ 대표론도 한 장관 차출이라는 ‘윤심’을 담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30세대 등을 중심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고, 차기 총선에서 강남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 장관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손사래를 치고, 대통령실 쪽도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의 당대표 차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여진은 현재진행형이다.
누구 한 명이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하자 ‘원조 윤핵관’ 권성동 의원도 당대표 출마를 시사하고 나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권 의원의 출마는 ‘지금 윤심이 명확하지 않다’는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다”며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금 윤심을 자칭하는 당권 주자들 중에 자기와 가까우면서도, 총선에서도 이길 조건을 다 충족시켜서 치고 나오는 사람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친윤계 주자들끼리 교통정리 없이 경쟁을 펼칠 경우 비윤계 인사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당시 대표가 당선될 수 있었던 데는 당원들의 지지세가 컸던 나경원 후보와 주호영 후보의 표 분산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윤계 후보도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 등으로 나뉘어 있고, 친윤계가 합종연횡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아직 ‘어부지리설’은 그야말로 설(說)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런 염려 안 해도 된다”며 ‘비윤계 어부지리설’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