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후계자들의 승진…각기 다른 속내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2.12.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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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3세’ 신유열, 한·일 임원 오르며 보폭 넓힐 듯
교통 정리 나선 BGF…신사업 성패 따라 승계 변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지난 15일 상무보에서 상무로 한 직급 승진했다.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지난 15일 상무보에서 상무로 한 직급 승진했다. ⓒ롯데그룹

재계의 인사 시즌이 마무리됐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유통업계 오너 후계자들의 잇단 승진이다. 하지만 이들의 승진에는 차이점이 있다. 한쪽은 본격 승계 수업을 받게된 반면 다른 한쪽은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승진이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적 쇄신을 앞세운 인사를 단행했다. 젊은 리더십을 앞세워 대표이사급의 얼굴을 다수 바꿨다. 이 와중에 눈길을 끄는 인사가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의 상무 승진이다. 신 상무는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과 신사업인 수소 에너지, 전지 소재 관련 발굴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 대열에 올랐다.

신 상무는 앞서 지난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합류했지만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 취임 이후 본격적인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8월에는 신동빈 회장에 베트남 출장에 동행하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지난 9월 열린 지난 9월 ‘롯데-노무라 교류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번 승진으로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임원 자리에 오른 신 상무의 행보는 부친인 신 회장의 승계 행보와도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영 전면에 나서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지주사와 계열사 지분이 전무하고 국적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일본 국적인 그가 오는 2025년 이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1986년생인 신 상무는 만 38세가 되는 2025년이 돼야 병역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교통정리 나선 BGF…신사업 성패 따라 승계 구도 변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그룹의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는 지난달 사장으로 승진했다. 홍석조 BGF 회장의 차남인 그는 BGF의 신사업개발실장도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로 홍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홍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BGF 대표이사는 지난 2020년 동생보다 먼저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홍정혁 대표는 지분 정리에 나섰다. 보유 중인 BGF리테일 주식 1만3776주(0.08%)를 전량 장내 매도한 것이다. BGF리테일과의 지분 관계를 완전히 끊은 셈이다. 대신 부친인 홍 회장으로부터 지주사인 BGF 주식을 매수했다. 홍 회장은 지난 1일 보유 중인 BGF 지분 53.54% 가운데 21.14%를 두 아들에게 매각했다. 이번 거래로 BGF 지분은 홍 회장 32.4%, 홍정국 사장 20.77%, 홍정혁 대표 10.47%로 변동됐다.

지주사 지분은 형인 홍정국 사장이 2배가량 많지만 아직 승계 구도가 정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이번 지분 정리로 인해 BGF그룹은 홍정국 사장이 편의점인 BGF리테일을 맡고 홍정혁 대표는 그룹의 신사업인 BGF에코머티리얼즈를 전담하는 모습이 됐다.

BGF는 최근 몇 년 사이 소재사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점찍고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2019년 BGF에코바이오를 설립해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생분해성 발포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기술력을 갖고 있는 KBF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부가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컴파운드 소재 기술을 보유한 코프라를 2500억원에 인수했다. 소재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현재 BGF 매출을 절대적으로 BGF리테일이 담당하고 있지만 향후 홍 대표가 이끄는 BGF에코머티리얼즈가 성장할 경우 그룹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승계 역시 아직 안갯속이다. 홍 회장이 여전히 BGF 지분 32.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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