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앞으로도 고물가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고 시사했다.
이 총재는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어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것”이라며 “앞으로의 통화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다 자세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서는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최근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에 대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목표 수준을 큰 폭 상회,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면서 우리 국민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정책 대응이 없었다면 향후 국민경제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소비자물가가 당분간은 5% 안팎의 상승률을 이어가다가,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점차 오름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또 경기나 노동시장 상황의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달라졌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과거 인플레이션이 낮았던 시기에 비해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아진 국면에서는 대내외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면서 “이런 변화가 인플레이션 예측에 주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