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무효’ 권한쟁의 각하…끝나지 않는 경찰국 ‘위법’ 시비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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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경찰청장 지휘규칙’ 권한쟁의 각하…“경찰위, 권한쟁의 자격 없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1월 선고에 입장해 심판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1월 선고에 입장해 심판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 근거가 된 '경찰 지휘 규칙'을 놓고 국가경찰위원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이 본안 심리 없이 각하됐다. 헌재의 이번 선고로 경찰국 설치와 함께 제기된 '경찰위 패싱' 논란은 일단락된 분위기다. 그러나 헌재가 대통령령 개정을 통한 경찰국 설치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것은 아니어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헌재는 22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경찰위의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해 다툼이 발생한 경우 헌재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로, 각하 결정은 청구 자체가 부적법해 변론과 심리가 필요하지 않을 때 내려진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지난 8월2일 제정된 '행안부 장관의 소속 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행정안전부령)이 국가경찰위의 권한을 침해했는지다. 해당 규칙은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이 법령 제정·개정이 필요한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사안을 미리 장관에게 승인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중요 정책·계획의 추진 실적이나 국무회의 상정 안건, 예산 관련 중요 사항, 법령 질의 후 회신받은 내용 등은 장관 보고를 거치게 했다. 그러나 헌재는 국가경찰위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국회가 제정한 경찰법에 의해 설립된 청구인(국가경찰위)은 국회의 경찰법 개정 행위에 의해 존폐 및 권한 범위 등이 좌우된다"며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에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법률에 의해 설치된 청구인에게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경찰국을 신설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에도 대통령령 개정으로 경찰국을 설치했다. 경찰위는 행안부가 경찰법에 규정된 경찰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지휘규칙을 만들어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휘규칙은 국가경찰사무에 관한 주요정책 사항에 해당해 지휘규칙을 제정·시행하기 전에 경찰위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장관은 행안부와 경찰 사이 업무 절차를 규정한 것에 불과해 경찰위의 심의대상이 아니라고 맞섰다. 

1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조직·인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찰 조직·인사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경찰위 측이 헌재 선고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위는 이 사건 선고가 경찰의 독립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법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입법적·사실적 문제를 다수 내포하고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선고 연기를 신청했다. 헌재가 선고 연기 신청을 불허하면서 법조계에서는 경찰위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이 아니어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사건을 조기에 각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도 경찰국 위법성 논란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도 행안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 예산 등을 둘러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국 위법성 논란이 국회 예산안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과 관련해 이 장관은 "(경찰국은) 위법의 여지가 요즘 유행하는 말로 '1'도 없다"면서 "야당이 경찰국 예산이 법령 위반이라 삭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또 법률가로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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