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신상 공유 좀’…분노한 ‘개딸’ 바라보는 민주당의 복잡한 속내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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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열혈 지지층, 미공개 검사 사진 찾아내고 공유…관련 기사 좌표 찍기도
문자폭탄 당했던 野 의원들도 우려…“팬덤 공격 누적되면 문제 될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월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경북 안동시 중앙신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사들 사진과 실명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에게 ‘좌표’를 찍어준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딸들’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 통보 날짜는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행태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지만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면서도 “오는 28일 소환조사는 일정 관계로 불응하겠다”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지층은 현재 검사 신상정보 등을 공유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과 커뮤니티 ‘여성시대’ 등에 올라온 이재명 수사 검사 명단 관련 글은 이날 오전 12시 기준 약 150개에 달한다. 이중 일부 지지자들은 민주당 공식 웹자보에서 공개되지 않은 검사들의 사진까지 찾아내 본인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특정 매체의 ‘명단 공개’ 기사 좌표를 찍고 ‘20명만 더 댓글 달면 (기사 순위) 1등’이라며 회원들의 기사 댓글 참여를 독려하는 글도 보였다.

특히 일부 지지자들은 댓글을 통해 ‘검사들 전화번호 급구합니다’라며 명단이 공개된 검사들의 추가 신상정보를 알아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다행히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그리고 한동훈 장관이 속한 법무부 공보실에 문의한 결과, 해당 부서들에는 현재까지 강성 지지층의 민원 전화세례가 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명단이 공개된 검사와 관계자들도 언제 좌표가 찍힐지 모른다.

27일 이재명 대표의 팬카페에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 관련 글들이 올라와 있다. ⓒ재명이네 마을 캡처본
27일 이재명 대표의 팬카페에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 관련 글들이 올라와 있다. ⓒ재명이네 마을 캡처본

앞서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는 지난 23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의 커뮤니티 게시판에 논란의 웹자보를 올렸다. 해당 웹자보에는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원지검, 성남지청 소속 검사 16명의 실명과 사진이 담겨 있었다. 해당 웹자보는 일부 검사들의 사진이 맞지 않는 오류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오류가 있는 웹자보를 수정해서 올린 후 “오히려 명단 공개를 멈추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를 두고 야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물론 민주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이라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선 민주당 열혈 지지층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팬덤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던 의원들은 본인과 비슷한 피해자가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비명계로서 이 대표의 팬덤을 지적했다가 문자폭탄 역공을 맞았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까지도 방송에서 나온 발언 등으로 전화세례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검사 명단 공개) 건을 통해서도 지지층의 공격이 누적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개딸’로부터 하루 약 700~800개의 문자 폭탄을 받았던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민주당의 문자 공개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슈부터 여러 발언을 할 때마다 (개딸로부터) 마음에 안 들면 ‘민주당을 탈당하라’는 등 문자 댓글이 지금도 굉장히 많이 오고 있다”며 “실명을 보호받아야 할 검사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대표는 명단을 공개한 민주당 측을 향해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들”이라고 비난도 쏟아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자기의 방탄을 위해서 국민의 여론을 갈라치기 하고 검사들의 이름을 거론해서 공격하는 것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이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팬덤에게 우리 정치가 휘둘리면, 결국 집단주의가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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