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공동정범’ 법리 통했다…‘윗선’ 책임 어디까지?
  • 박나영 기자 (bohena@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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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때도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로 처벌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있다. ⓒ연합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이어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도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다. 법원은 주최자 유무와 무관하게 대규모 인파 행사가 예정된 경우 관할 지자체가 1차적 안전관리 책임을 진다고 봤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내세운 '공동정범' 법리를 바탕으로 현장 책임자들을 넘어 행정안전부·서울시청·경찰청 등 윗선을 향한 수사에 가속이 붙게 될 전망이다. 

법원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현장 책임자들의 혐의에 소명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 판사는 26일 박 구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핼러윈축제 안전조치 부서 책임자인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구속영장도 함께 발부했다. 

앞서 법원이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차례 기각하자, 특수본은 '각 기관의 과실이 모여 참사를 일으켰다'는 공동정범의 논리를 구성해 혐의를 다져왔다. 박 구청장 측은 이태원 참사가 예견하기 어려운 재난이었다고 변론했지만, 검찰과 특수본은 재난안전기본법상 사고 예방과 사후 수습에 1차 책임이 구청장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책임자들이 핼로위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에 소홀히 했고, 사후 대응도 부적절했다는 주장이다. 

특수본은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에 따라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 및 최 과장의 업무상 과실이 결합해 158명 사망, 196명 부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서로 공모하지 않았지만 경찰·소방·구청 등 관련 기관 책임자들 각자가 저지른 과실이 결합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되었다는 논리다. 

세월호 참사 당시 검찰은 청해진해운 대표 등 관련자 대부분을 기본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묶어 기소했고 2015년 10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그보다 앞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때도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가 받아들여져 10여 명이 처벌받은 전례가 있다. 특수본은 현재까지 피의자로 입건한 21명 중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 전 서장, 박 구청장 등 17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전 서장에 이어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간부들까지 구속되면서 숨통이 트인 특수본은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를 바탕으로 참사 원인과 책임을 가리는 본류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참사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행안부나 서울시 등 상급 기관으로 좀처럼 수사를 확대하지 못하면서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꾸준이 제기돼왔다.

특수본은 이미 입건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해 서울시, 행안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조만간 용산소방서와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늑장 구조 지휘로 희생자 규모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송은영 이태원역장은 사전에 조율된 지하철 6호선 무정차 요청을 수차례 받고도 이행하지 않아 인파 혼잡을 막지 못한 혐의로 지난달 23일 입건됐다.

이날 이태원파출소 소속 팀장 2명도 피의자로 입건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지난 2일 이태원파출소가 112 신고시스템에 허위로 입력한 사실을 확인해 이들 2명을 경찰 특수본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은 참사가 발생하기 전 접수된 112 신고를 처리하면서 신고자와 통화한 사실이 없는데도 상담·안내했다거나, 현장에 출동하지 않고도 출동한 것처럼 허위로 근무 내용을 입력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우선 수사 의뢰된 2명을 입건했고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라며 "부실하게 처리한 신고 건수나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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