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종사자 노린 사이코패스?…집안 곳곳서 ‘혈흔’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2.12.2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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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새 2명 살해하고도 태연…‘사이코패스’ 검사 진행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A(32)씨가 12월2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기도 고양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A(32)씨가 12월2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기도 고양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택시기사와 전 연인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구속된 가운데 경찰이 추가 범죄 여부를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A씨 집 여러 곳에서 혈흔이 묻은 물건이 발견된 데다 살해범이 주로 유흥종사자들을 만나온 점 등을 고려할 때 또 다른 강력 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9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60대 택시기사와 동거했던 50대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A(32)씨의 거주지에서 혈흔이 묻은 캠핑용 수레와 각종 물건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A씨 집에 있던 소파와 신발, 벽 천장 등에서도 핏자국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캠핑용 손수레와 집 안에 있던 많은 물건에서 핏자국이 발견됐다"며 국과수 분석을 통해 해당 혈흔이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들의 것인지, 아니면 제3자의 것인지를 규명할 방침이다. 

일단 A씨는 추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8월 살해한 전 동거녀이자 집주인인 B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묻은 혈흔이라는 것이 A씨 진술이다. A씨는 B씨 시신을 차량 지붕에 달아 사용하는 캠핑용 루프백에 옮겨 파주 공릉천 일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지목한 장소를 육상 수색했지만, 아직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동안 A씨의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 온 경찰은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 외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A씨의 과거 행적과 통화 및 메시지 기록을 분석, 연락 상대방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도 A씨 주변인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A씨) 집과 차량에 있는 다른 사람의 물건, 온라인상에서 그와의 만남이 추정되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A씨 삶의 방식은 남의 신분을 도용해 남의 재산으로 삶을 영위했기 때문에 남의 물건들이 이 사람의 주변에서 나온다면 그 주인의 안전을 한번 확인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찰도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살해된 전 연인 B씨와 택시기사 시신을 옷장에서 발견해 신고한 현재 여자친구는 모두 노래방도우미를 하며 A씨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유흥종사자를 노리고 접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유흥종사자들의 경우 가족과 잘 연락하지 않거나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 점 등을 노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B씨 역시 지난 8월 이후 연락이 두절됐지만 A씨의 살해 자백이 나올 때까지 행방에 의문을 갖는 가족·지인이나 실종 신고 등은 없었다. 

12월2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강가에서 경찰이 살해당한 50대 여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 중이다. ⓒ 연합뉴스
12월27일 오후 경기 파주시의 한 강가에서 경찰이 살해당한 50대 여성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 중이다. ⓒ 연합뉴스

사이코패스 검사 진행…신상공개 여부 결정

경찰은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A씨에 대한 통신기록과 금융계좌 거래내역 관련 영장도 전날 법원으로부터 함께 발부받았다. 이를 통해 4개월 새 두 번의 살인을 저지른 A씨의 범행 동기와 행적 등을 추적해 나갈 방침이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도를 진행한다. 단기간에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일면식도 없던 택시기사를 상대로 또 범행을 저질렀고, 시신을 유기한 집에서 태연히 생활하며 현재 여자친구까지 부르는 대범한 행각을 벌인 점 등 사이코패스 성향과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 볼 계획이다.  

A씨는 두 건의 범행이 모두 '우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범행 직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로 거액을 사용하거나 대출까지 받은 것을 볼 때 계획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A씨가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로 명품백을 사거나 대출받은 규모는 총 7000만원가량이다. 앞서 동거녀 명의로도 1억여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A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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