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공격은 살라미 전술…저강도 도발 용인되면 더 큰 도발 온다 [쓴소리 곧은소리]
  • 조경환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1 17:05
  • 호수 17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비행금지 설정한 9·19 남북 군사합의 뒤집어…한국 여론 분열 노림수
윤 대통령, 단선 대응보다 복합 토론 필요…국회도 책임 있는 태도 보여줘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2년 12월26일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시간표대로 어김없이 전진”을 자랑했다. 2022년 벽두부터 마지막 날까지 총 37회에 걸쳐 79발의 미사일 도발을 한 뒤다. 극초음속활강체를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8회)을 필두로 한 각종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3회, 6발)을 시험하고 검열했다. 문제는 2023년 도발의 강도가 훨씬 더 강해지고 실질적인 위협 가능성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2022년 11월30일 정치국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정권수립 75주년과 전승절 70주년 맞는 2023년을 ‘역사적인 해’로 강조했다.

실질적인 위협의 첫 신호탄은 “더 격앙된 투쟁”을 천명한 2022년 12월26일의 무인기 침범이었다. 북한의 도발은 무모해 보여도 사실은 관리된다. 변칙 같지만 예측된다.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비례적 조치임을 내세운다. 도발의 범주는 2021년 1월 8차 당대회 때 김정은이 지시한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다 들어있다.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추진,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km 사정권 안 명중률 제고,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영, 500km 전방 종심까지 가능한 무인정찰기 개발”이 그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2월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무인기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 재래식 대공체계의 허점과 미숙 드러내

무인기 침범은 그간 모호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2014년 일산·백령도·삼척과 2017년 인제 등 전방에서 추락한 것이 발견되었다. 2016년 1월13일 서부전선 도라산 관측소에서 식별되어 경고사격으로 퇴치된 적도 있다. 우리 상공을 총 5시간 누빈 항적이 군사분계선 이북에서부터 식별된 것은 처음이다. 2~3m 크기에 3km 상공을 시속 100km로, 사전 입력된 좌표로 비행했다. 영토권을 침해해 유엔헌장 위배이고 “상대방 지역과 상공을 존중”해야 하는 정전협정 위반이다.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스스로 뒤집었다. 우리 군은 재래식 대응체계의 허점과 미숙을 드러냈다.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 칼날은 군을 향했다. 여론은 갈라졌다.

전선에서 교전 중심의 고전적 전쟁 관점으로는 현대전을 잘 설명할 수 없다. 북한은 저비용 고효율의 무정형 도발에 치중해 전면전의 군사력 열세를 상쇄한다. 다영역에서 군사·비군사 복합의 하이브리드 도발이다(송태은 국립외교원 교수). 우리 약점을 부각하고 대비태세를 약화시키며 결심을 방해한다. 사이버 공격, 가짜뉴스 심리전, 서해도서 무단점거나 비무장지대 국지 도발, 인공지능·드론 운용, 정찰위성 활동, 생화학무기 사용 가능성 등이 그 예다. 특히 사이버 위협은 명백하고 현존한다. 2022년 하루 평균 118만 건 남짓의 한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시도 중 55.6%가 북한과 연계된다(국정원). 핵미사일 프로그램 비용의 3분의 1을 사이버로 충당한다(미국 NSC). 지난 2년간 가상화폐 10억 달러어치를 훔쳤다(미국 국토안보부).

문제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다. 김정은 정권은 집권 이래 임계점을 갱신하는 ‘벼랑끝 전술’로 핵미사일 프로그램 완성을 기정사실화해 가고 있다. ‘묵인이냐, 군사적 응징이냐’의 택일 상황에서 남한의 결의를 얕잡아본다. 전쟁을 겁내 확전 위험을 피할 것으로 예단한다. 무인기 침범은 또 다른 측면이다. 결정적 보복을 받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의 도발을 반복하고 점증시키면서 예방적 억제 조치의 시행을 어렵게 만드는 ‘살라미 전술’이다. 이런 저강도 도발이 계속 용인된다면 다음은 큰 국지적 도발이 예상된다. 국제규범 및 남북 합의 준수 의지를 테스트한다. 대북 억지력의 신뢰성을 잠식한다.

 

美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미사일 위기 사례 참고하길

대북 억지는 ‘핵에는 핵’ 식의 강력한 한 방으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 등 북한 정권 수뇌부의 두려움, 북한 주민의 정서, 남한의 국론 결집 등 억제 환경의 영향을 더 받는다. 단합된 총체적 대응이 그래서 중요하다(애덤 마운트 미 과학자연맹 선임연구위원).

첫째, 무인기 대책에 윤석열 대통령이 나선 것은 현 심각성의 발로다. 격추 실패 현장검열과 합동방공훈련에 이어, 작전체계 최적화, 대응자산 조기 전력화 및 공세적 투입 등이 제시됐다. 그러다 보니 핵미사일 위협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자칫 자산 배분과 전력 운용에 쏠림현상이 생기거나, 현장에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은 염려된다.

위기 국면일수록 단선의 급한 결정보다는 내부 토론과 숙의, 창의적 전략 논의 구조가 요구된다.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은 1962년 10월 미국-소련이 핵전쟁으로 치닫던 ‘쿠바 미사일 위기’ 때 9명이 논의하던 NSC 구조를 최대 25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NSC 집행위(ExComm) 체제로 확대했다. 또한 2010년 3월26일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역에서 북한 잠수정의 어뢰 기습에 당한 천안함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해군 지휘부는 대잠경계가 반드시 필요한 구역임에도 작전을 소홀히 했다. 북한 잠수정의 기지 이탈을 탐지하고도 천안함에 즉시 전파하지 않았다”고 군 검찰은 판단했다. 지휘부의 오판에 현장은 희생되었고, 안보는 뚫린 것이다.

둘째, 국회와 여당의 더 책임 있고 전향적 태도가 절실하다. 군사·비군사의 포괄안보와 전후방이 따로 없는 전장 환경이 예산 심의에 반영돼야 한다. 국가사이버안보법 제정 논의는 5년째 제자리다. 미국은 사이버 전쟁 대비에 선제적이다. 2016년 ‘사이버정보공유 및 보호법’에 이어, 2022년 3월엔 중요 인프라 기업에도 사이버 사건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미국사이버안보 강화법’을 시행했다.

셋째, 신기술, 우주 등 다영역에서 새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 갈지에 대한 전략 설정이 시급하다. 미 동맹 및 일본, 호주 등 파트너 국가와 어떻게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할지를 협의해야 한다. 주한미군에 신설된 우주군부대와 주일미군에 배치된 최정예 무인 공격기인 MQ-9 ‘리퍼’ 부대 등은 김정은 정권에 책임을 물을 가용 자산이다.

김정은 정권의 ‘핵 국가’ 여정에서 한반도에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는 행위는 당연히 동반될 것이다. 이에 엄중히 대응하기 위해선 국가안보실이든, 군 수뇌부든, 현장 지휘관이든 유사시의 탐지-판단-결심-행동은 존중돼야 한다. 사후 문책하고 자주 간섭하면 그들은 차라리 무능을 택하고 말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경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조경환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조경환은 누구

외교부 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와 국가정보원 고위공무원을 지냈다. 행정학 박사다.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과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거쳐 현재 통일연구원과 강원연구원 초청연구위원으로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