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개각은 없다” 나비효과…이상민‧나경원‧김기현 ‘들썩’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1.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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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無개각’ 방침에 與전당대회 구도 ‘출렁’
권영세·원희룡 유임 기류에 ‘親尹 주자 수혜’ 평가도

기대를 모았던 윤석열 정부의 ‘연초 개각’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각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분위기 쇄신을 노리고 연말연시 개각을 단행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인데도, 이를 포기하고 국정운영에 매진하겠다는 취지다. 

개각이 밀리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도 출렁이게 됐다. 당초 정치인 출신인 권영세‧원희룡 장관을 내각에서 내보내고 당 대표로 차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돼왔으나, 그 가능성은 물 건너간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친윤(親尹) 주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연된 개각으로 수혜를 보는 당권 주자들은 누구일까.

윤석열 대통령(위)이 “개각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출렁이게 됐다. 왼쪽 아래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 시사저널
윤석열 대통령(위)이 “개각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가 출렁이게 됐다. 왼쪽 아래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 시사저널

尹대통령의 ‘無개각’, 나경원 노선정리 어떻게?

4일 여권에선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당분간 개각은 없다” “소문에 휩쓸리지 마라”고 말한 직후 나 부위원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렸다. 당초 나 부위원장은 일각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하마평에 오른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당권 노선 정리를 위해 나 부위원장을 내각에 합류시키리란 예측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이 ‘무(無)개각’ 원칙을 굳히면서, 나 부위원장으로선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나 부위원장의 장관 기용 가능성이 차단되면서 전당대회 완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 부위원장은 당심과 민심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올랐다. 인지도가 높은 편에 속할 뿐만 아니라 지역 기반도 수도권이어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나 부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판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다만 나 부위원장은 여전히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현재 직을 맡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급으로 거론되는 자리인데다, 나 부위원장이 중책을 맡은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대로 직을 내려놓을 경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크다. 나 부위원장은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통령에 제게 인구문제를 맡겼기 때문에 충분히 말씀을 나눠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출마를 검토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신년인사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출마를 검토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신년인사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與 당권구도 親尹 중심으로 재편되나

그 사이 친윤 주자들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구도는 친윤 주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던 나 부위원장은 출마를 저울질 중이고, 유승민 전 의원은 불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무개각’ 선언으로 차출이 유력해보이던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등판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거취를 정리하는 기류라, 친윤 주자들의 존재감이 커졌다.

전당대회 결선 투표 도입 방침 이후 친윤 주자 간 단일화 압박도 사라진 상태다. 이 때문에 친윤 주자들 사이 신경전은 격화했다. ‘수도권 대표설’을 두고 김기현 의원에 힘을 실은 장제원 의원과 윤상현 의원이 날 선 설전을 주고받은 게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김 의원은 “어차피 대표는 김기현”이라며 연일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정부 시무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정부 시무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무개각’ 선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또 한 명의 인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야권으로부터 맹렬한 거취 압박을 받던 이 장관은 연초 개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임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윤 대통령이 ‘무개각’ 방침을 굳히면서, 이 장관의 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은 다시 정치권의 ‘태풍의 눈’이 됐다. 야권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마무리했는데도 이 장관의 거취가 정리되지 않을 경우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가장 좋지만 안 된다면 결국 탄핵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연말 여야의 극렬대치를 유발했던 이 장관의 거취 문제가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 개각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후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전당대회로 당권을 재정비한 이후 권영세‧원희룡 등 정치인 출신 장관을 상대로 한 중폭 규모의 개편을 단행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 경우 여권에서 꾸준하게 러브콜을 보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권 등판도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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