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왜 성수동 ‘금싸라기 땅’을 삼표에 넘겼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10 10:05
  • 호수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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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개발 땐 천문학적 이익 전망
현대제철 측 “사돈 회사 일감 몰아주기, 말도 안 된다”

서울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는 서울에 몇 남지 않은 ‘금싸라기 땅’으로 통한다. 한강과 서울숲 동시 조망권인 데다, 부지 규모 역시 2만8000㎡(약 8500평)에 이르기 때문이다. 주변에는 서울숲 갤러리아포레와 아크로 서울숲포레스트 등 고급 주상복합단지도 위치해 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을 거둘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성수동 인근에서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개발을 위해서는 부지 용도를 1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나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 평당 가격은 최소 2억원대를 호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이 부지의 소유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 현대제철이었다. 삼표산업(이하 삼표)의 경우 부지를 빌려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는 임차인이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2009년 1조원을 투입해 이 부지에 110층 규모의 ‘서울 포레스트 워터프런트 타워’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룹 본사와 컨벤션센터, 자동차 테마파크를 아우르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현대차그룹은 계획을 접어야 했다.

철거되기 전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전경 ⓒ시사저널 박정훈

110층 규모 본사 건립 추진했다 무산

한동안 잠잠했던 이 부지의 개발 이슈가 불거진 것은 2017년부터다. 부지 소유자인 현대제철과 사용자인 삼표, 지자체인 서울시·성동구 등이 이 부지의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삼표였다. 삼표 측이 레미콘 공장 철거에 동의해야 개발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삼표는 성수동 공장 부지를 현대제철에서 넘겨받는 조건으로 공장을 철거했다.

삼표와 서울시는 현재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성수동 공장 부지를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한 상태다. 올해부터 사전협상을 본격 추진해 2025년 상반기 공사가 착공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업체가 있다. 삼표그룹의 부동산 전문 계열사인 에스피에스테이트다. 이 회사는 2018년 설립된 비교적 신생 회사다. 2021년 말 매출은 8억4000만원, 영업이익은 1억3000여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의 개발권을 따내면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중순 대림산업(현 DL이앤씨)과 보성그룹 출신의 개발 전문가인 김한기 사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한 상태다. 성수동 공장 부지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적지 않은 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개발사업을 삼표의 후계구도와 연결 짓기도 한다. 삼표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재 정도원 회장→삼표→삼표산업·삼표시멘트 등으로 이어진다. 정 회장이 현재 삼표의 지분 65.99%를 보유하고 있다. 정대현 사장의 지분은 11.34%에 불과하다. 2세 승계를 위해서는 정 회장이 보유한 삼표의 지분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삼표그룹은 그동안 에스피네이처를 통해 2세 승계를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이 회사는 골재 생산업체인 삼표기초소재와 철스크랩 수집·가공업체인 네비엔이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기업으로 오너 3세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회사의 연결 매출과 자산은 각각 6825억원, 8069억원에 이른다. 최근 6년간 정 사장에게 배당한 금액만 200억원에 이른다. 성수동 공장 부지의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에스피네이처 역시 적지 않은 일감을 받을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에서는 에이피네이처의 상장과 삼표와의 합병 등 다양한 승계 시나리오가 나왔다”면서 “개발이 본격화될 경우 3세 승계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 부지를 거래한 기업들이 서로 사돈지간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과 삼표의 거래를 두고 헐값 매각 논란이나 사돈 기업 밀어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이 성수동 공장 부지를 삼표산업에 매각한 금액은 3824억원이다. 매각 직전에 실시한 자산평가액(약 3966억원)을 하회하는 금액이어서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입찰 공고만 나면 당장이라도 뛰어들 준비가 돼있다. 그만큼 가치가 큰 땅이다”면서 “그런데 현대제철은 사돈 기업인 삼표에, 그것도 감정가 수준에 넘긴 것을 보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성수동 삼표레미콘 해체 공사 착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사돈기업 몰아주기 시각도 여전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측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과거 현대제철이 삼표산업의 모태 회사인 강원산업을 인수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된 불용부지다”면서 “회사 입장에서 이 땅을 계속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지 사용자인 삼표에 매각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공장을 철거하고 나갔겠냐”면서 “그동안 서울시 등과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한 결과가 삼표에 매각하는 것이었다. 사돈 기업 밀어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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