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쓰러지고 있다
  • 이장수 뉴프레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1.30 10:05
  • 호수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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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조업 가동률 하락과 건설 경기 둔화 가속화…
제조업 경쟁력 높일 장·단기 대책 마련 시급

올해 들어서도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경제의 침체 국면 역시 이어지고 있다. 당장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자재나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으로 산업계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유나 소재 부품의 조달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의 산업구조로 인해 국내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 역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올해도 계속되고 있는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는 불가피하게 상승하게 되고, 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올해도 지속되면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22년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2’ 모습 ⓒ연합뉴스

제조업 부활 외친 美와 거꾸로 가는 韓

우선 주목되는 것이 제조업의 가동률이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까지 73.5%였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7.2%로 반년 만에 6.3%포인트나 하락했다.

2022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상반기에 가동률이 일부 회복됐지만, 하반기 들어서면서 72.4%(2022년 10월 기준)로 하락 전환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1%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가동률은 제조업의 현재 생산 현황을 나타내는 지표다. 가동률이 높으면 매출액이 증가하고 국내 소비는 물론 수출이 증가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가동률이 낮아지면 그 반대다. 기업의 매출이나 수출이 떨어지고, 소비 역시 위축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핵심 산업인 제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이 흔들리면서 한국 경제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비스 분야 확장과 4차 산업의 발전으로 과거의 제조업 강국 위상을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산업 분야의 제조업 부활에 힘을 쏟고 있는 미국의 모습과 대조된다. 미국은 현재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등 성장 산업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유수 업체를 미국 내에 유치하는 등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많은 부침을 겪었다. 1970·80년대에는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었으나 대규모 투자와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현재는 조선과 반도체, 2차전지 등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산업연구원이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의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한국의 세계 경쟁력지수(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는 독일, 중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4위, 일본은 5위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알 수 있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Business Survey Index)를 봐도 이런 흐름이 읽힌다. 2022년 1월 90에서 2022년 11월 74로 BSI가 1년여 만에 16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수출기업의 경우 BSI가 2022년 1월 100에서 11월 75로 25포인트나 하락했다. 한국 경제의 근간인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고물가에 이어 중국 리스크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경제가 침체되고, 수출 여건이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 BSI는 2022년 1월 97에서 11월 78로 19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BSI 역시 82에서 69로 13포인트 하락했다. 제품재고지수는 2022년 1월 102에서 11월 106으로 4포인트 상승했다. 재고가 증가한다는 것은 제조업 가동률 하락과 함께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국내 기업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PA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2월 백악관에서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선언하고 있다. ⓒEPA 연합

건설사 폐업신고 급증도 우려돼

특히 최근 국내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건설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신고는 전년 대비 34%나 늘어났다. 고금리와 미분양 증가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마저 막히면서 유동성 위기가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문제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 신용·유동성 공여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잔액이 13조원을 넘는다는 점이다. 상반기 건설사 연쇄부도가 현실화하면 금융권 부실 등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우석건설과 공원건설산업 등 지방의 종합건설업체들이 지난해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건설 분야 BSI를 보면 2022년 1월 74에서 11월 64로 10포인트 하락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증가로 인한 원가 부담 가중, 미분양 증가 등으로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침체된 건설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각종 공공기관 건설공사의 조기 발주 등 신규 건설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 올해의 경우 정부의 긴축 예산이 편성돼 있어 SOC(사회간접자본) 등의 건설 경기 위축이 예상되고 있다.

건설 경기는 종합산업이라 할 수 있다. 위축된 건설은 모든 다른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철강, 전기 및 설비 자재, 일자리 창출 등과 많은 연관성이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가동률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출 위주의 경제이기 때문에 수출이 늘어나면 당연히 제조업의 생산이 증대돼 가동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가동률이 하향 추세에 놓여 있어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지원, 각종 정책금융 지원, 규제 완화 등의 조치와 함께 주요 수출국인 증극의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제조업에 대한 단기 및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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