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과 사무실 출근의 갈림길에 선 기업들 [권상집의 논전(論戰)]
  •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 (l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7 12:05
  • 호수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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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다른 선택 한 네이버와 카카오…내부 직원들의 평가 첨예하게 엇갈려

국내 IT업계의 대표주자 카카오와 네이버가 재택근무에 대해 정반대 방침을 세워 화제가 되고 있다. 카카오는 오는 3월부터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한 근무제 변경을 결정했다. 넥슨, 넷마블 등 국내 게임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철회하자 카카오도 방향을 사무실로 선회한 것이다. 블라인드 등 직장인이 즐겨 찾는 커뮤니티에서는 카카오의 재택근무 철회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네이버는 여전히 재택근무 유지를 선언했다. 네이버는 주 5일 내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원격근무와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오피스 근무 방식 중 한 가지를 6개월마다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선택은 구성원 개인의 몫이다. 두 기업 중 어떤 기업이 가장 최적의 근무 방식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지금 네티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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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근무 방식 두고 네티즌도 ‘설전’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했던 대기업들은 현재 대부분 재택근무를 철회한 상황이다. 국내 10대 그룹으로 범위를 한정해도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기업이 사무실 출근으로 돌아섰다. IT 및 게임 기업 이외 대기업도 사무실 출근으로 방향을 확정했지만 이어지는 구성원들의 불만을 우려한다. 어떻게 재택에서 사무실로 이들을 자연스럽게 연착륙시킬 수 있을지를 두고 기업들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구성원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택근무의 장점은 명확히 눈에 보이는 반면 단점은 모호하기 때문이다. 재택근무의 경우 일평균 최소 2~4시간 이상 걸리는 출퇴근 시간 감소, 상사가 주는 스트레스로부터의 해방, 불필요한 회식 및 감정노동에서 벗어나 가정과 육아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다양한 장점을 상쇄할 정도로 사무실 출근이 정말 효과적인지 그들은 되묻는다.

물론, 재택근무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업무에 필요한 원활한 의사소통은 분명 줌이나 웹엑스와 같은 온라인 도구로는 한계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성, 공동체 정신 및 애사심 하락, 협업의 어려움을 경영진은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재택근무와 오피스 근무를 모두 경험해본 다수의 구성원도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이 재택에서는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른바 재택근무가 지닌 양면성이다.

경영진의 재택근무 철회에 반발한 카카오 노동조합 또한 재택근무 축소가 아니라 원칙 없는 근무제 변경을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재택근무에 대해 다양한 찬반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재택근무가 조직 경쟁력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연구를 진행해 강요가 아닌 설득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해 카카오 노조는 재택근무 효과에 대해 별도로 연구를 진행해 조만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재택근무가 진짜 조직 경쟁력과 성장에 효과적인지 아닌지 아쉽게도 우리는 그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 국내외 연구 중 재택근무의 효과성을 살펴본 연구는 일부 있다. 관련 연구 중 상당수는 재택근무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연구의 한계가 드러난다. 재택근무를 분석한 연구의 다수는 설문을 통해 직장인에게 재택근무의 효과를 직접 질문했다. 당연히 결과가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모든 기업은 현재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의 갈림길에 서있다. 국내 기업만의 이슈도 아니다. 애플과 테슬라, 골드만삭스는 재택근무를 철회한 반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히 재택근무 기반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경영진의 명령과 지시로는 더 이상 구성원이 움직이지 않고 설득되지 않는다. 미국도 애플, 테슬라에서 구글, 메타로 이직하는 재택근무 선호 현상이 일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최근 일부 기업이 재택근무 철회 후 사무실 출근의 당위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필자에게 문의해 왔다. 재택근무의 장점이 명확하기에 이를 넘어설 정도의 당위성이 있어야 구성원도 사무실에 발을 들여놓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조직은 명분이 없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구성원들은 재택근무를 인재 유지와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고, 이를 조직 경쟁력과 귀결시켜 해석하고 있다.

카카오가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비판받고 네이버가 호평받는 이유는 단순히 재택근무 유지와 철회를 주장했기 때문은 아니다. 카카오 노조는 근무제도 변경과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납득 가능한 설명을 요구했으나, 경영진은 이에 대해 충분한 논리를 내놓지 못했다. 반면 네이버는 전사 설문조사를 진행해 구성원이 어떤 업무 방식을 선호하고 어떤 방안을 원하는지 물었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결과를 공유했다.

지금부터라도 모든 기업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에 대해 과학적인 방법을 토대로 어떤 근무제가 자사에 가장 최적인지 연구해야 한다. 객관적 논거와 구체적인 결과 없는 논쟁은 무의미한 갈등과 오해만 낳을 뿐이다. 근무 방식에 대한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체계적인 연구방법을 활용해 직무별로 가장 적합한 근무 방식은 무엇이고 실제로 어떤 근무제가 조직 성과를 높일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결국 CEO가 최적의 근무 방식 주도해야

그동안 기업이 축적해 놓은 직무분석 방식과 근무제는 제조업 기반 안정적인 환경이 내놓은 산물에 불과하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불확실한 환경 그리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직무·업종별 최적의 근무 방식은 각기 다를 수 있다. 조직이 지향하는 성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해당 성과를 창출하기 위한 협업과 소통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규명하면서 최적의 근무 방식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재택과 사무실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로드맵은 CEO가 직접 제시해야 한다. 실제로 근무 방식 때문에 이직하는 핵심 인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재 유지와 조직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CEO가 근무 방식에 대해 구성원의 의견을 다각도로 경청하고 근무제 개선 연구를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근무 방식 변화의 갈림길에서 발생하는 혼선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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