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별이냐 굴욕이냐…안철수 앞에 놓인 ‘유승민vs나경원의 길’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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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안연대’ 외쳤다 ‘적’ 찍힌 安…일단 몸 낮추고 일보후퇴
비윤-친윤 사이서 ‘모호함’ 취했던 安, 전략 수정 불가피
‘피해자’ 이미지로 비윤 끌어안기vs대승적 메시지로 친윤 러브콜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의 사이가 루비콘 강을 건너는 분위기다. 안 후보를 향한 윤 대통령의 노골적 불만이 측근들의 전언을 통해 중계되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국정운영의 훼방꾼이자 적’과 같은 표현만 보면, 두 사람의 사이는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는 모습이다.

일단 안 후보는 윤 대통령의 참전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지금으로선 친윤(친윤석열) 노선을 유지하기도, 그렇다고 반윤(반윤석열)으로 돌아서기도 난감한 상황이라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 앞에 놓인 선택지는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윤 대통령에 날을 세우거나, 반대로 몸을 한껏 낮춰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 두 가지로 요약된다. 당초 안 후보는 반윤과 친윤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함을 취해왔던 만큼, 향후 노선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尹대통령‧친윤 압박에 꼬리 내린 安

7일 안 후보는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서 “윤석열 대통령님과 함께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의 단일화 이력을 부각하되, 기존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은 삭제한 것이다.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로부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와 ‘윤안연대’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은 결과다. 안 후보 측은 전날 휴식기를 갖고 선거 메시지를 전면 수정했다.

이는 안 후보 측이 대통령실의 압박에 사실상 꼬리를 내린 것으로 해석됐다. 안 후보는 이날 비전발표회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실의 입장을 존중해, 약속드린 대로 (윤핵관과 윤안연대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관계자는 “쓰지 말란다고 안 쓴다는 게 지도자로서 적합한 자세인가. 모양새가 빠진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즉각 반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수용하는 자세를 취한 것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윤을 업지 않고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당심 100%’ 룰이 적용되는 이번 선거에서 반윤 이미지만으로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안 후보가 친윤에 러브콜을 보낼수록 ‘굴욕적’이란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나경원 전 의원의 사례가 소환된다. 나 전 의원은 출마와 불출마 사이에서 한 달 가까이 모호한 자세를 보이다가, 막판에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공개 압박을 받은 뒤 전격 불출마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반윤계에선 “정치인으로서 소신을 저버렸다. 굴욕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반윤계는 당장 안 후보를 두고서도 “노선을 명확히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친윤도 반윤도 어려운 ‘진퇴양난’ 안철수

물론 안 후보가 몸을 낮춘 것만은 아니다. 안 후보는 ‘윤핵관’ 표현을 자제하면서도 ‘윤핵관’을 향한 비판은 이어가고 있다. 안 후보 캠프 측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라는 표현으로 ‘윤핵관’을 대체했다. 당무개입 논란에서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대통령실과 ‘윤핵관’을 쏘아붙이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전당대회 본선까지 한 달 남은 만큼, 안 후보의 노선은 언제든 수정될 수 있다. 친윤계 의원들의 집단 공격이 거세진다면 안 후보는 반윤에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반윤계 구심점으로 거론되는 유승민 전 의원과의 연대를 노릴 수 있다. 친유승민계이자 친이준석계 인사들은 일단 안 후보와의 직접적 단일화엔 선을 긋고 있지만, ‘공천개혁’을 고리로 한 느슨한 연대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그러나 안 후보가 반윤계 후보들과 연대에 실패한다면, 이미 반윤의 선봉장에 선 천하람 후보와 이미지가 겹치게 된다. 반윤 표심이 두 후보로 분산될 경우 친윤 대표주자인 김기현 후보의 과반 득표 가능성이 커진다. 일각에선 벽에 부딪힌 안 후보가 레이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안 후보 측은 “절대 그럴 가능성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안 후보 측의 의지와는 별개로, 안 후보를 향한 친윤계의 집단 반발 기류는 거세지는 분위기다. 친윤계는 안 후보를 격냥해 ‘색깔론’까지 동원한 맹공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이날 SNS에 “안 후보는 지금도 공산주의 대부 신영복이 존경받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밝히라”고 압박했다. 이철규 의원도 “안철수는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에 안 후보 측은 “당치도 않은 얘기다. 비판을 위한 비판일 뿐”이라고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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