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품은 김기현, 반윤 찍힌 안철수…與전대 판 ‘지각변동’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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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삼고초려 끝에 나경원과 ‘사실상 연대’
안철수는 ‘윤안연대’ 썼다 ‘적’으로 낙인…일보후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한 달 여 앞두고 후보 간 이합집산이 시작됐다. 친윤(친윤석열) 표심을 업은 김기현 후보는 7일 삼고초려 끝에 나경원 전 의원과 표면적 연대를 이끌어냈다.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실로부터 ‘국정운영의 적’이라고 불릴 만큼 사실상 반윤(반윤석열)으로 낙인찍힌 상태라, 전당대회 판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졌다.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역할 없다”더니…김기현 삼고초려에 손잡은 나경원

김기현 후보는 이날 나 전 의원과 회동을 가진 뒤 취재진을 만나 “나 전 의원과 더 많은 의견을 나누고 자문을 구하겠다”며 “(나 전 의원은) 우리 당에 대한 애정, 윤석열 정부 성공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공조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도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이고 할 일이 많은 시기이다. 성공적인 국정운영과 총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은 김 후보를 명확하게 ‘지지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지만, 이날 만남은 사실상 연대 선언으로 해석됐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3일 나 전 의원의 자택에, 5일엔 나 전 의원의 가족 휴가지인 강원도 강릉을 직접 방문해 연대를 부탁했다. 이날 오찬이 세 번째 만남으로, 김 후보는 삼고초려 끝에 나 전 의원과의 연대를 이끌어낸 셈이다.

전날엔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연판장을 돌렸던 일부 초선의원들이 나 전 의원의 사무실을 찾아 연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당초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앞으로 어떤 역할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친윤계 의원들의 집단 호소에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 앞에서 전당대회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 앞에서 전당대회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손 놓친 안철수…非尹 가까워질까

나 전 의원은 김 후보의 경쟁자인 안 후보 측에서도 연대를 타진했던 인물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데다, 수도권 중진 의원으로서 당내 지분도 상당한 인물로 꼽혀서다. 특히 나 전 의원이 불출마 과정에서 친윤계와 대통령실로부터 사실상 반윤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터라, 안 후보는 나 전 의원과의 연대에 공을 들여왔다. 반윤계 표심을 흡수해 결선투표에서 역전을 노린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날 김 후보와 나 전 의원과의 사실상 연대 선언으로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됐다.

안 후보로선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 현재 안 후보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노골적 불만이 측근들의 전언을 통해 중계되고 있는 터라, 안 후보로선 친윤 이미지를 부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로부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달란 압박을 받고, 전날 선거 메시지를 전면 수정하기도 했다.

일단 안 후보는 일보후퇴를 하면서도 친윤계에는 날을 세웠다. 안 후보 캠프 측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라는 표현으로 ‘윤핵관’ 표현을 대체했다. 당무개입 논란에서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대통령실과 ‘윤핵관’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향후 친윤계 의원들의 집단 공격이 거세진다면, 안 후보의 노선은 반윤에 가까워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안 후보는 반윤계 구심점으로 거론되는 유승민 전 의원과의 연대를 노릴 수 있다. 친유승민계이자 친이준석계 인사들은 일단 안 후보와의 직접적 단일화엔 선을 긋고 있지만, ‘공천개혁’을 고리로 한 느슨한 연대엔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한편 계파 간 연대가 본격 시작됨에 따라, 양강 구도를 굳힌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전날 발표된 넥스트리서치-MBN‧매일경제신문 여론조사 결과, 안 후보는 36.0%, 김 후보는 25.4%였다. 조사는 4~5일까지 2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유선전화 RDD 방식, 성,연령대,지역별 비례할당 무작위 추출)를 실시한 결과다. 표본수는 1013명(응답률 15.7%, 국민의힘 지지층 313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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