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윤핵관 저격수’ 천하람의 시간은 올까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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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과 동시에 여론조사 3위…‘비윤‧청년‧중도’ 구심점 역할
“컷오프 통과 시 돌풍” 전망 속 ‘제2 이준석’ 꼬리표는 숙제로

‘간신배 윤핵관의 퇴진 도우미’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이 같은 문구가 적힌 빨간 팻말을 든 남성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퇴진을 외쳤다. 주인공은 야당 관계자가 아닌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천 후보는 “무의미한 충성 경쟁 그만 시키고 소신과 능력 위주로 당을 이끌어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천 후보가 3‧8 전당대회 ‘다크호스’로 부상한 모습이다. 경쟁 주자들이 이른바 ‘윤심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천 후보가 유일한 비윤석열계 주자로 주목받으면서다. 정치권 일각에선 천 후보가 4명의 후보를 추리는 컷오프를 통과할 경우 ‘김기현-안철수’ 2강 구도에 균열이 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윤·개혁 성향 당심이 천 후보에게 몰릴 수 있단 시각에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 여당’에서 ‘脫윤핵관’을 외치다

전당대회 전까지 천 후보는 당내 ‘조연’이었다. 방송 패널 등으로 활약한 덕에 인지도는 있었지만 정치 경력과 세(勢)가 부족했다. 그러나 최근 천 후보에 대한 평가가 바뀐 모습이다. 비윤계 지지를 받던 나경원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천 후보가 유일한 비윤계 주자로 출사표를 던지면서다.

천 후보는 등판과 동시에 당내 친윤계와 ‘윤핵관’을 저격했다. 천 후보는 지난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긴 대통령에 대한 우스울 정도의 충성 경쟁, 윤심팔이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의 지지도와 신뢰도를 갉아먹는 주범”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윤이 주류인 여당에서 과감히 비윤을 자처한 천 후보. 당장은 ‘역풍’보다는 ‘돌풍’에 가까운 반응을 얻는 모습이다. 뒤늦게 당권 도전을 선언 천 후보가 다자대결에서 3위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8일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100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402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지지도를 물은 결과 김 후보가 45.3%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안 후보는 30.4%의 지지도를 보여 2위, 이번 조사에 처음 포함된 천 후보는 9.4%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황교안 후보 7.0%, 조경태 후보 2.3%, 윤상현 후보 2.0% 순으로 나타났다.

처음 이름을 올린 천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이 확보했던 두 자릿수에 근접한 지지도를 보인 점을 고려하면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 지지층이 안 후보에서 김기현·천하람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천하람 당 대표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 이준석’ 아닌 ‘정치인 천하람’으로

다만 천 후보가 ‘다크호스’를 넘어 ‘유력 후보’로 부상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했다. 우선 전당대회 룰(rule‧규칙)이 ‘당심 100%’로 개정됐다. 과거 ‘당심’에서 뒤졌지만 ‘여론’을 발판 삼아 역전에 성공한 이준석 전 대표의 사례가 이번 전당대회에선 재연될 수 없다. 친윤계가 주류인 당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천 후보의 당선은 분명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 측근의 힘이 셀 수밖에 없다. 특히 당권의 핵심은 국민 여론이 아닌 당 여론”이라며 “이 상황을 비윤계가 돌파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당의 분위기가 ‘친윤 대(對) 반윤’ 구도로 흐른다면 (세가 적은) 반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천 후보의 낙선을 단언하기도 어렵다. 주자 간 합종연횡, 후보 간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전당대회 판세가 계속 뒤바뀌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김나연대’(김기현-나경원 연대)의 여파, 안철수 후보와 대통령실 간의 충돌이 천 후보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양강 후보 모두에게 실망한 범(凡)나경원계 지지층, 중도 및 청년층 표심이 천 후보에게 쏠릴 수 있단 해석에서다.

다만 천 후보가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선 ‘제2 이준석’이란 꼬리표를 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윤계를 넘어 친윤계의 표심까지 얻으려면 ‘정치인 천하람’의 매력과 강점이 돋보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천 후보에게 당장은 ‘이준석 대타’라는 사실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게 곧 한계가 될 수도 있다”며 “결국 천 후보가 자기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만약 컷오프가 되지 않으면 정치적으로 더 큰 자산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도 ‘이준석 아바타’라는 일각의 조롱을 반박하며 ‘공천 개혁’ 등 새 어젠다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천 후보는 7일 서울 강서구 ASSA 빌딩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대통령의 공천 불개입’, ‘공천자격고사 의무화’를 공약했다. 천 후보는 “도저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찍을 수 없어서 선택하는 그런 쩨쩨한 정당이 아니라 국민들께 최선의 선택을 제시하는 그런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 당대표 경쟁은 김기현·안철수·윤상현·조경태·천하람·황교안 후보(가나다 순) 등 6명이 참여하는 예비경선에 돌입한다. 국민의힘은 이들 6명의 후보를 상대로 오는 8~9일 이틀간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예비경선을 실시, 본경선 후보 4명을 선출해 오는 10일 확정 발표한다. 국민의힘은 예비경선에서 4명을 최종 당대표 후보로 선정한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무선(90%)과 유선(10%)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국민의힘 지지층 402명에 대해선 ±4.9%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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