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심장한 문재인표 ‘책방 정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3.02.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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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유죄’ 뒤 조국 책 추천, 尹정부 겨냥 책 추천도 다수
與 “잊히고 싶다더니…국민과 싸우자는 건가”
1월2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들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새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 더불어민주당 제공
1월2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들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새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 더불어민주당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을 추천할 때마다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번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죄 판결 이후 조 전 장관의 저서를 추천해 논란에 휩싸였다. 문 전 대통령의 ‘책 추천’에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8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 전 장관의 저서 《법고전 산책》을 추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저자의 처지가 어떻든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라며 “학자이자 저술가로서 저자의 역량을 새삼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의 책을 추천한 것은 일종의 ‘위로’로 해석됐다.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문재인 정부 출신인 조 전 장관이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우회적으로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다.

문 전 대통령의 책 추천에 정치적 해석이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10여 권의 책을 추천했는데, 그때마다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가령 문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추천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두고선 윤석열 정부의 ‘주사파’ 논란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시엔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로 지칭하는가 하면 윤 대통령이 한 오찬 자리에서 “주사파와는 협치할 수 없다”고 말해, 윤석열 정부의 ‘색깔논쟁’이 도마에 오른 시점이었다. 이 책은 빨치산 출신 아버지를 둔 딸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며 그의 삶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문 전 대통령이 구태여 해당 책을 추천한 것은 윤 정부의 태도에 불편함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또 문 전 대통령은 지난 7월 《지정학의 힘》이란 제목의 책을 추천하면서 “현 정부 인사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이 책은 남북한 평화 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당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여권의 북풍(北風) 공세에 문 전 대통령이 우회적 비판 메시지를 낸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의 ‘책 추천 정치’를 두고 여권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잊힌 삶을 살겠다더니 결국 이런 책이나 추천하려고 책방을 오픈한다는 거냐”면서 “한 줌 남은 정치적 영향력과 국회 권력을 부여잡고 법치를 자신의 발아래 두고자 하는 그 태도는 전직 대통령의 품격엔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후보도 이날 “굳이 이 타이밍에 조 전 장관 책을 추천한 것은 국민과 한판 붙자는 의미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오는 3월 자택이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책방을 열기로 했다. 책을 계기로 지지자들과 소통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인데 제가 여기로 사저를 정하면서 시위로 인한 소음과 욕설이 마을을 뒤덮어버렸다. 주민들이 피해 입는 걸 보고 제가 도움 드릴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을책방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6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내 주택에 안전망이 설치돼 있다. 해당 장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을 열기 위해 매입한 곳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6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내 주택에 안전망이 설치돼 있다. 해당 장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을 열기 위해 매입한 곳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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