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 앞두고 있다면, 이것만큼은 알고 사인하라
  • 송태진 노무사무소 이랑 대표노무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4 11:05
  • 호수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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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월급이라도 월급 구성에 따라 근로조건 천차만별

우리는 종종 계약서에 잘못 서명해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회사와의 근로계약서 작성은 우리를 긴장케 한다. 이러한 긴장감은 노동법 지식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는 보험계약서처럼 복잡하지 않다. 아래의 몇 가지 사항만 주의하면 근로계약서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2021년 5월1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작은 사업장 노동자 권리보장 요구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팻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근로계약서, 임금과 근로시간이 핵심

근로계약서 검토 사항을 확인하기 전에 노동법은 강행법규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즉, 근로계약서상 합의 내용이 강행법규인 노동법을 위반한 것이라면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근로계약서상 지각 누적 3회 시 자동으로 퇴직된다고 정하더라도 근로자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원직에 복직하거나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상당액을 받아낼 수 있다. 계약서를 검토하면서 이와 같은 경고성 문구에 부당함을 느끼더라도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런 조항은 무효다.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핵심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다. ①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임금) ②몇 시간 일해야 그 돈을 받을 수 있는지(소정근로시간) ③정기적으로 쉬는 날은 언제인지(휴일) ④원래 출근해야 하는 날임에도 쉴 수 있는 날은 언제인지(휴가)가 바로 필수 기재사항이다. 여기서 휴일과 휴가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바에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 보니 근로계약서 작성 시 무엇보다 꼼꼼히 살펴봐야 할 내용은 임금과 근로시간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법적 정의에 맞게 임금을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임금 체계는 근로시간과 매우 긴밀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근로시간까지 부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먼저, 시급제 근로자라면 계약서상 제시된 시급 안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계약서상 시급이 1만5000원이라고 돼있더라도 주휴수당 포함 여부에 따라 근로자가 받는 돈에는 매우 큰 차이가 난다. 1일 4시간씩 1주일 5일 일하는 A는 주휴수당 포함 시급이 1만5000원이고, B는 주휴수당을 제외하고 시급이 1만5000원이다. 이들이 1주일간 5일을 4시간씩 일했을 때, A는 30만원을 벌지만 B는 36만원을 벌게 된다. B의 시급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을 포함해 시급을 정하는 것이 애초에 불법이 아닌지 의문일 수도 있지만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는 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월급제 근로자라면 월급이 어떠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월급이 기본급과 식대 등 매월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항목만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 제시된 임금 수준이 수용 가능하다면 안심하고 계약을 체결해도 좋다. 공짜 야근에 시달 리지 않아도 되고, 연차휴가 및 퇴직금에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급 안에 연장근로수당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서부터는 주의가 필요하다. 공짜 야근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정근로시간이 8시간인 근로자의 월급 300만원의 구성이 아래와 같을 경우 이 근로자는 매일 2시간씩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추가수당을 받을 수 없다. 월급 속에 연장근로수당이 이미 산정돼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이 중요한 근로자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계약조건이다.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월급 안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흔히 ‘연차’라고 부르는 휴가의 정식 명칭은 ‘연차유급휴가’다. 연차유급휴가는 크게 ‘연차휴가’와 ‘유급’ 이렇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따라서 연차휴가의 사용 기간 내에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해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임금을 청구할 수 있는 ‘유급’ 부분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근로자는 이른바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월급 안에 연차휴가를 사용 기간 내에 사용하지 못한 경우에 지급해야 할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계약서를 작성하면, 연차휴가를 쓸 때마다 매월 받는 임금에서 연차휴가 사용분만큼 임금이 공제된다.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 지급될 돈을 미리 준 것인데 연차휴가를 사용했으니 월 임금에서 연차휴가를 사용한 만큼(사용일수x소정근로시간)을 공제하고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논리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계약이 실질적으로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경우도 있으나 노동부는 근로자들의 자유로운 연차 사용을 제한하지만 않는다면 연차휴가를 사용할 때마다 임금이 감소하더라도 이러한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연차휴가를 사용하면 임금이 감소하는데 이를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이러한 계약서 작성을 피하시길 바란다.

사업주, 월급 후려치면 토해 내야 해 

마지막으로 월급 안에 퇴직금이 포함돼 있다면 절대로 사인하지 않길 바란다. 이제는 퇴직금이 포함된 계약서는 불법이라는 게 상식이 됐다. 그래서 퇴직금이 포함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추후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반은 맞고 반은 사실상 틀린 말이다. 월급이 300만원이면서 막연히 이 300만원 안에는 퇴직금이 다 포함돼 있다고 말하는 경우라면 어렵지 않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아래처럼 임금 항목이 세분화되고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금액이 명확하게 정해진 경우라면 사실상 구제받기가 어렵다. 법원은 근로자가 재직 중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받은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부당이득이므로 사용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와 같이 임금 항목을 정한 근로자가 퇴사하는 경우 퇴직금을 지급받더라도 재직 중에 지급받은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그대로 사용자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아무런 실익이 없다.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월급액은 모두 300만원이다. 월급액이 동일함에도 임금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에 따라 연장근로수당, 연차휴가 및 퇴직금 등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 요즘 근로자들의 인적 구성이 크게 달라졌고 가치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처럼 사장님들의 비용 논리에 쉽게 순응해 주지 않는다. 단순히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길 꿈꾸는 사장님들께서는 단기적인 비용 절감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시길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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