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순천 정치인들은 ‘숟가락정치’ 싸움 중…무슨 일이?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0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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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방권력 충돌…소병철 vs 노관규 사사건건 ‘거친 설전’
“순천 정치 후진성·사심정치 과잉의 적나라한 사례” 비판도

전남 제1의 도시이자 생태도시인 순천 정치권에서 때 아닌 ‘숟가락정치’가 화두가 되고 있다. 숟가락 정치란 ‘밥(현안사업) 지을 때’는 코빼기도 안 보였던 사람이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업적)’에 숟가락 들고 득달같이 달려 든다는 의미다. 주로 노관규 순천시장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세에 나서고, 수세적인 소병철 국회의원이 입장문을 통해 반박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 시장은 소 의원을 유명무실한 숟가락정치인으로, 소 의원은 노 시장이 모든 업적을 독차지하려는 독선적 정치인으로 서로 폄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역발전을 위해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중앙권력 국회의원과 지방권력 자치단체장이 사사건건 거친 설전을 벌인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일이다.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두 권력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전남 제1의 도시이자 생태도시인 순천 정치권에서 때 아닌 ‘숟가락정치’가 화두가 되고 있다. 숟가락 정치란 ‘밥(현안사업) 지을 때’는 코빼기도 안 보였던 사람이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업적)’에 숟가락 들고 득달같이 달려 든다는 의미다. 주로 노관규 순천시장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세에 나서고, 수세적인 소병철 국회의원이 입장문을 통해 반박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중앙권력인 국회의원과 지방권력 자치단체장이 거친 설전을 벌인 것은 드문 일이다. 두 권력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노관규 순천시장(왼쪽)과 소병철 국회의원 (가나다 순) ⓒ페이스북 캡쳐
전남 제1의 도시이자 생태도시인 순천 정치권에서 때 아닌 ‘숟가락정치’가 화두가 되고 있다. 숟가락 정치란 ‘밥(현안사업) 지을 때’는 코빼기도 안 보였던 사람이 ‘남이 차려 놓은 밥상(업적)’에 숟가락 들고 득달같이 달려 든다는 의미다. 주로 노관규 순천시장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세에 나서고, 수세적인 소병철 국회의원이 입장문을 통해 반박하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중앙권력인 국회의원과 지방권력 자치단체장이 거친 설전을 벌인 것은 드문 일이다. 두 권력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노관규 순천시장(왼쪽)과 소병철 국회의원 (가나다 순) ⓒ페이스북 캡쳐

‘도발한’ 지방권력…“숟가락·젓가락 올리는 사람 많아” 

두 사람 간에 신경전이 표면화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우선 한국형 우주발사체 단(段) 조립장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치를 두고 설전을 주고 받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0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누리호 기술을 이전받은 우주발사체 생산시설 건립에 나서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본사가 있는 경남 창원, 순천(율촌1공단 일부 관할지역), 고흥 등 3곳을 예비후보지로 선정했다.

순천시가 사실상 전남도·고흥군 컨소시엄과의 힘겨운 경쟁을 펼치는 구도여서 정치권의 한줌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 시장은 자신의 SNS에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기업유치를 둘러싸고 참 신간이 편치 않다. 고흥의 김승남 국회의원과 공영민 군수가 전화를 해서 하소연을 해오고 있다”며 “우리 시는 시장만 혼자 뛰고 있는데 참 달리 보였다”고 우회적으로 소 의원을 겨냥했다. 사실상 ‘국회의원 무용론’을 제기한 것에 다름없다.

그러자 이를 접한 소 의원이 발끈했다. 소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자신은 우주발사체 사업 추진사항을 보고도, 유치 협조요청도 받은 사실이 없었다”고 정면 반박했다. 노 시장의 독선적 리더십을 부각시키는 역공을 편 것이다. 그동안 거의 입장을 잘 내비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이례적이었다. 노 시장의 잇단 도발에 가만히 있다가는 ‘무능정치인 프레임’에 갇혀 자신의 정치생명에 적신호가 켜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고육지책으로 반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관규 순천시장이 5일 올린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기업유치를 둘러싸고 참 신간이 편치 않다‘고 심경을 밝힌 페이스북 글 ⓒ노관규 페이스북
노관규 순천시장이 5일 올린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기업유치를 둘러싸고 참 신간이 편치 않다‘고 심경을 밝힌 페이스북 글 ⓒ노관규 페이스북

‘발끈한’ 중앙권력…“보고도, 협조요청도 받은 적 없어” 

두 사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것을 보여준 대목은 경선전 우회노선 문제로 원희룡 장관이 순천에 방문했을 때였다. 전남도조차 ‘사업 조기 추진’을 위해 거의 도심 통과 원안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경선전 노선의 우회화 관철은 전적으로 노 시장의 노력이 컸다. 마침내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달 16일 순천을 방문, 남정동 기차 건널목 현장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전선 도심 우회' 결정을 전격 발표하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시민적 관심이 모아진 극적인 행사에 정작 소 의원의 모습은 끝내 보이질 않았다. 지역 정치판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낯선 풍경이었다. 소 의원은 당일 경전선 발표 현장에 가지 못하고 김포발~여수행 항공기에서 국토부장관을 따로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 시장은 원 장관의 방문이 결정되자 지역 정치권을 의식한 듯 페이스북에 ‘숟가락·젓가락을 올리는 이들이 많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러자 소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국토부 장관의 방문 및 노선 우회화 발표 후에 숟가락 운운 표현까지 나왔지만 국회의원실은 이에 대해 일체 반박하지 않고 정부에 우회화 명확화와 추가 예산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두 사람 사이 신경전은 최근 3.1절 기념식에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행사 식순에 국회의원의 기념사가 빠지자 소 의원이 순천시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 노 시장이 직접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으나 행사를 주관한 순천시는 사전에 지역 국회의원 축사 시간은 없다고 의원실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행사에 참석해 행사가 끝난 뒤에야 겨우 마이크를 잡은 소 의원 입장에선 불청객 신세로 스타일을 구겼다. 경전선 우회노선 결정 발표 행사에 이은 두 번째 국회의원 패싱인 셈이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16일 노관규 순천시장과 문행주 전남도 부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순천 남정 철도건널목에서 경전선 노선 우회화와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는 지역 국회의원인 소병철 의원이 보이지 않아 억측을 낳았다.  ⓒ순천시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16일 노관규 순천시장과 문금주 전남도 행정부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순천 남정 철도건널목에서 경전선 노선 우회화와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는 지역 국회의원인 소병철 의원이 보이지 않아 억측을 낳았다. ⓒ순천시

SNS판 격문 등장…“임기만 마치고 둘 다 떠나라”

두 사람 간에 합리적 논쟁이 아닌 말싸움이 거듭되자 지역사회 피로감은 급격히 상승했고, 급기야 보다 못한 시민들이 회초리를 들었다. 디지털 판 격문(檄文)이 나온 것이다. 한 시민은 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날만 새면 싸우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단상1’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노 시장과 소 의원을 싸잡아 비판하며 ‘둘 다 임기만 마치고 정계를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글쓴이는 노 시장은 시장으로서 대의적인 활동을 못하고 소인배적 옹졸함으로 편 갈라치기 행보를 하고 있고, 소 의원은 무능함으로 온갖 모욕과 멸시를 당하면서도 밥상머리에서 서성이며 숟가락을 올리려 한다고 규정했다. 그의 글이다. “옹졸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숟가락 운운하며 옹졸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노관규 순천시장이나 숟가락 들고 오지 말라는데도 온갖 모욕과 멸시를 받으면서 밥상머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소병철 국회의원이나 지각있는 시민들이 보기에는 오십보백보, 도토리 키재기, 그 나물에 그 밥, 도긴개긴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흠집 내기’ vs ‘별다른 악의 없어’

지역정가 안팎에선 갑자기 등장한 ‘숟가락 정치론’을 두고 노 시장이 소 의원을 정치적으로 흠집 내기(?) 위해 들고 나온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주요 현안마다 방관자 수준에 머물렀던 소 의원이 자신이 이룬 치적에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것이 노 시장의 기본적 인식이라는 것이다. 반면 지역발전을 몸을 불사르는 그의 진심어린 지역사랑 충정이 넘치다보니 다소 과도하게 표출된 측면은 있지만 별다른 악의까지는 없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두 사람 모두 검사출신의 정치인이다. 소 의원이 노 시장의 9년 위 ‘검사 선배’다. 대검 중수부 검사를 거친 노 시장은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계기로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해 20년째 정치하고 있다. 정치 신인인 소 의원에게는 ‘정치 선배’인 셈이다. 반면 ‘현 민주당’과 ‘전 민주당’, ‘서울대 법대’와 ‘고졸·구로공단’ 등 차이점도 많다. 정치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3년 전, 21대 총선 순천·광양·곡성·구례 갑 선거구에서 맞붙어 더불어민주당의 소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노 시장을 물리치고 당선됐다. 당시 소 후보의 중앙당 전략공천에 반발한 노 후보가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이때부터 소 의원을 바라보는 노 시장의 심기가 곱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입성에 절치부심하던 노 시장으로선 그 당시가 정치지형 상으로나 공천 가능성 면에서 절체절명의 기회였는데 결과적으로 소 의원 등장으로 놓쳤다는 것이다. 단체장과 국회의원의 당적이 다른 점도 작용했다는시각도 있다. 지금이야 국회의원에서 자진해서 물러나 자치단체장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같은 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수직적 관계다. 그러나 현재 순천은 무소속 시장과 민주당 국회의원이다.

전남 제1의 도시이자 생태도시인 순천 정치권에서 때 아닌 ‘숟가락정치’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역 정치 지도자들의 갈등은 지역발전의 동력만 잃게 한다는 점에서 당적을 떠난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순천 남산로 시가지 전경 ⓒ시사저널
전남 제1의 도시이자 생태도시인 순천 정치권에서 때 아닌 ‘숟가락정치’가 화두가 되고 있다. 지역 정치 지도자들의 갈등은 지역발전의 동력만 잃게 한다는 점에서 당적을 떠난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순천 남산로 시가지 전경 ⓒ시사저널

“소모적 공방 그만하고 협치하라” 쓴소리

일부에서는 순천 정치가 지닌 ‘사심정치(私心政治)’의 과잉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유력 정치인들이 의과대학 유치라든지 쓰레기폐기물처리시설 문제 등 정작 지역의 중차대한 문제에는 눈을 감고 ‘업적’을 놓고 소모적 공방을 벌이는 것은 순천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라는 것이다. 

김인철 전남동부지역사회본부 전 소장은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치인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 중앙 또는 지역에서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각자의 역할에 맞게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며 “하지만 사안을 가지고 ‘누가 시작을 먼저 했네’ 식으로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정치적 중요한 업적처럼 과시하는 것이지 시민을 위한 행위는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권 호사가들은 소모적인 설전으로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실점을 기록한 반면 내년 총선을 노리고 있는 제3의 인물들이 ‘의문 1승’을 거뒀다는 세평도 내놓는다. 그러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지역 정치 지도자들의 갈등은 지역발전의 동력만 잃게 한다는 점에서 당적을 떠난 협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준영 순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직위원장은 “현재 무소속 시장과 민주당 국회의원이 지역사회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 서로 협치를 해야 하는데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 시민들 눈에도 보기 좋지 않다”며 “당적을 떠나 협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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