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총 시즌 최대 격전지는 SM·KT·KT&G·JB금융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3.03.12 14:05
  • 호수 17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영권 분쟁 중인 SM, 이사회 장악 위한 표 대결…행동주의 펀드가 목소리 내는 상장사 주총도 관심

12월 결산법인의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다. 주주들 간 표 대결이 곳곳에서 예고된 상태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의결권을 결집하는 사례도 있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사모펀드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관찰된다.

그중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활발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비롯해 CEO(최고경영자) 선임 여부가 갈릴 KT,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KT&G·JB금융지주 등의 표 대결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우호 지분 확보 전쟁 본격화

SM은 이번 주총 시즌에 가장 주목받는 상장사로 꼽힌다. SM은 ‘카카오와 SM 현(現) 경영진’ ‘하이브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간 경영권 분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분 싸움에서는 카카오와 하이브가 공개 매수로 서로 맞불을 놓으면서 이른바 ‘쩐의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3월31일 열리는 SM 주총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이사진 선임에 있다.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면 향후 경영권 분쟁을 좀 더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SM 현 경영진은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6인 등 신임 이사진 후보를 추천했고, 이 전 총괄 프로듀서 측은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3인을 후보로 올리며 이사진 개편을 도모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와 이 전 총괄 프로듀서 측이 이번 표 대결에서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3월6일 보고서를 통해 “하이브가 이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사들인 지분과 위임받은 의결권을 포함해 총 19.44%의 의결권을 확보했다”면서 이사회 구성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SM 현 경영진의 경우 알려진 우호 지분이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1.1%로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의 지분이 많아 승부를 섣불리 예측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소액주주가 약 61%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기관투자가로는 국민연금(8.96%)과 KB자산운용(5.12%), 컴투스(4.20%) 등이 있는데, 이들의 표심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SM의 현 경영진은 케이디엠메가홀딩스, 비사이드코리아, 머로우소달리코리아, 조지슨, 씨지트러스트, 제이스에스에스, 리앤모어그룹 등 7곳을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법인으로 선정했다. 하이브는 3월2일 소액주주 표심을 잡기 위해 주주제안 캠페인 전용 홈페이지를 열기도 했다.

KT는 CEO 선임을 두고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KT 이사회는 3월7일 이사 전원 합의에 따라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윤 후보가 KT의 대표이사가 되기 위해선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정부·여당이 전임 대표의 ‘아바타’ ‘이익 카르텔’이라고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국민연금과 주요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핵심으로 꼽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KT의 지분을 10.35%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12월 KT 이사회의 구현모 현 대표 연임 결정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반대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주요 주주인 현대차그룹(7.79%)과 신한은행(5.58%)이 국민연금과 뜻을 함께한다면 대표 선임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다만 KT 역시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 일부 소액주주는 CEO 선임에 대한 정치권 개입을 반대하며 윤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이미 KT 소액주주들은 ‘KT주주모임’ 카페를 개설해 차기 KT 대표 선임 지지를 위한 표 결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KT 소액주주 지분율이 57%에 이른다는 점에서 이번 표 대결에서 무게감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행동주의 펀드, 주총에서도 존재감 드러내

행동주의 펀드가 자본시장에서 힘을 발휘하면서 최대주주와 행동주의 펀드 간 표 대결 양상도 많아지고 있다. 기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부터 상장사의 지배구조 개편까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의 스펙트럼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KT&G의 경우 다수의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주주제안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주행동주의에 나서고 있는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에 자회사인 KCG인삼공사의 분할 및 재상장, 주당 1만원 배당, FCP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또 다른 사모펀드인 안다자산운용도 배당금 증액과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을 한 상태다.

다만 이 같은 주주제안이 모두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갈지는 불확실하다. KT&G 측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적법한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상정하기로 했지만, 관련 법령에 비춰 적법하지 않은 일부 안건은 주총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KT&G의 주요 주주는 지난해 9월 기준 국민연금(7.44%)과 미국계 자산운용사 퍼스트 이글 인베스트먼트(First Eagle Investment Management, 7.1%), 중소기업은행(6.9%) 등이다.

JB금융지주는 최대주주와 사모펀드의 지분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JB금융지주 1대 주주인 삼양사와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지분율은 각 14.61%, 14.04%로 큰 차이가 없다. 표 대결이 벌어지면 결국 3대 주주인 OK저축은행(10.21%)과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표 대결은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배당과 이사 선임 안건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의 결산 배당을 주당 900원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JB금융지주는 주당 715원으로 안건을 올린 상태다. 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를 추천했다.

이 밖에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적극적으로 주주행동을 펼치고 있는 BYC와 태광산업의 주주총회장에서도 표 대결이 예고돼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정관 변경, 감사 선임 등을 제안했고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있다. 태광산업에 대해선 감사위원과 사외이사 선임, 배당 성향 확대, 액면분할 등을 주주제안으로 요구한 상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