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도 뚫렸다” 산불은 황새 걸음, 진화 능력은 ‘뱁새 걸음’
  • 지종간 영남본부 기자 (sisa531@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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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국립공원서 불 끄던 진화 대원 1명 숨져
산불, 발생 빈도·피해 면적 갈수록 늘어
헬기 노후화 ·인력 부족·임도 밀도 낮아, 대책 절실

봄철 산불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경남 합천에 이어 이번에는 하동, 양산이다. 특히 11일 산불이 난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는 지리산 국립공원이다. 강한 바람과 연무로 인해 헬기 진화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산불 2단계'를 발령해 야간에까지 진화작업을 폈다. 국립공원이란 상징성 때문인지 그만큼 심각했다는 얘기다. 화마가 휩쓸고간 지리산의 자연마을은 마치 폭격을 맞은듯 처참했다. 안타깝게도 불을 끄던 60대 산불진화 대원이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폭격을 맞은 듯' 12일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산불현장 ⓒ 김종관 (주민)

지난 8일 발생한 합천산불은 발생 20여 시간 만에 큰불을 잡았다. 축구장 220여 개 규모의 산림 163헥타르가 완전 잿더미가 됐다. 강한 바람 탓에 잡혔던 불씨가 다시 살아나면서 2차 발화가 된 것이다. 이틀 동안 헬기 33대, 진화인력 1500여 명, 소방차 등 장비 150여 대가 동원돼 총력전이 펼쳐졌다.

지난 8일 발생한 합천군 용주면 산불현장 ⓒ산림청 

산불 해마다 증가, "파괴된 생태계, 회복에 50년 걸려”

산불이 발생하면 산림훼손은 말할 것도 없고 먹이 사슬이 끊어지면서 생태계가 파괴되는 등 환경적 재앙이 뒤따른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들어서만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경남 합천(163 헥타르), 하동 지리산(91헥타르)을 비롯해 경북 영천 (51헥타르), 전남 순천 (47 헥타르) 등 크고 작은 산불 219건 발생했다.(2023년 1월~3월 12일) 지난 10년 평균 134건 발생에 비하면 1.61배나 많다. 

산불이 발생하면 복구에 최소 30년, 온전히 원상태로 회복되려면 50년 이상 걸린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복구 비용도 비용이지만 한번 잃어버린 생태계를 되돌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산불로 환경이 척박해지면서 터전으로의 기능이 상실돼 생태계 변화가 일어난다. 먼저 빗물을 받아내는 수원함양 기능도 떨어져 지하수가 고갈된다. 산림의 주요 기능인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산소를 내뿜는 공기 정화 능력도 사실상 마비된다. 나무들이 고사해 뿌리를 내리지 못하면 적은 양의 비에도 쉽게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산불은 단순한 나무의 소실이 아니라 우리가 예기치 못했던 부작용을 연쇄적으로 초래하는 것이다.  

경상국립대학교 산림자원학과 추갑철 교수는, 산불로 인한 1차 피해 못지않게 2차 피해도 심각하다고 말한다. "먼저, 환경오염이다. 비가 내리면 잿물이 그대로 흘러내려 계곡 및 하천을 크게 오염시킨다. 둘째, 푸른 산림이 검게 변해 자연 미관이 훼손되다 보니 관광객들이 오지 않는 등 유동 인구가 없어 정체된 마을이 된다. 셋째, 산불을 경험한 주민들의 정신적 충격이나 정서적 불안감은 말할 것도 없고, 생산기반 상실로 지역경제가 무너진다. 특히 버섯이나 고사리 등 임산물을 주 소득원으로 하는 산촌 주민들은 거의 생업 포기 상태가 된다."고 2차 피해 양상을 차례차례 꼽았다. 

'잿더미가 된 민가' 12일 지리산국립공원 화개면 일원의 화재현장 ⓒ김종관 (주민) 

헬기 노후화ㆍ진화인력 부족ㆍ부족한 임도, 대응능력 한계 

기후변화나 실화 등으로 산불 발생이 잦고 피해 규모는 늘고 있지만 산불 대응능력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먼저, 산불 진화 헬기 문제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47대인데, 최고 5000에서 8000 리터까지 물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이 큰 헬기는 6대 뿐이고, 500리터에서 그나마 3000리터까지 담을 수 있는 중소형 헬기가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오래된 기종이 많아 산불 진화에 동원되고 나면 정비를 해야 하기에 지난해의 경우 산불 진화 헬기 가동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을 경우는 속수무책이다. 내년에 2대가 보급될 정도다. 지자체의 임차 헬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전국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임차 헬기는 74대, 20년이상 된 것이 많다. 심지어 지난해 강원도 양양에서 산불 계도 활동 중 추락해 5명이 숨진 임차 헬기는 '47년'된 노후 기종이다.

둘째, 산림경영뿐 아니라 화재진압, 산불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임도의 '밀도'도 개선 여지가 있어 보인다.산림 환경을 감안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헥타르당 3.5미터 정도, 독일 46미터, 일본 13미터, 미국 9.5미터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셋째, 산불 진화 전문인력 육성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산림청 소속의 이른바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인력은 450명 정도다. 인력도 부족하지만 현실화하지 못한 처우로 결원이 생기고 고령화하는 등 날로 늘어나는 산불 발생 대응에 역부족이다.

산림을 가꾸고 지키기 위해 우리는 해마다 많은 돈과 정성을 쏟고 있다. 하지만 한순간의 산불로 울창한 산림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고 있다. 산불이 난 곳은 30년, 아니 50년이 지나야 완전히 복원된 산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을 상기한다면 산림 행정에 대한 재검토가 왜 필요한지 자명하다. 해마다 봄철이면 산불로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고 행정은 거의 비상 상황에 돌입한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반복하고 있을 것인지,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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