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김기현과 화해 무드…‘강승규 수석 고발’은 딜레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3 13: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安측 “고발 취하 계획 없어”선긋기…대통령실은 ‘묵묵부답’
與일각 “安에게 고발 건은 딜레마” 관측 속 金에 협조 가능성도

‘대통령실 전당개입 의혹’을 제기했던 안철수 의원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화해 모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경선 직후 ‘결과에 승복한다’며 김 대표에게 응원을 보냈던 안 의원은 13일 오후 김 대표와 회동할 예정이다.

다만 안 의원 측이 대통령실과의 갈등도 매듭지을 지는 미지수다. 안 의원은 경선 기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손잡고 ‘전당대회 선거개입 의혹을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수 차례 밝힌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관련 고발 건이 차기 총선과 대권을 노리는 안 의원에게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후 안철수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후 안철수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金-安 회동, 고발 건 관련 목적 아냐”

안 의원 측은 ‘대통령실 전당대회 개입의혹’ 고발 건에 대해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직접 강 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김영호 전 안철수 캠프 청년대변인은 이날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경선 직후 해당 고발 건과 관련해 안 의원과 논의한 적은 없다”며 “안 의원과 김 대표가 (고발 건) 얘기를 하기 위해 만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발 건에 대해 얘기를 나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변인은 고발 건에 대해 “수사 관련해서 아직 배당도 안 된 상태로 보인다”며 “대통령실 측에서도 입장이 없다. 앞으로 어떤 입장을 낼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고발을 취하하든 안 하든 수사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며 “해당 건은 반의사 불벌죄와 친고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고발을 취하해도 나중에 피고인의 형량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여전히 해당 고발 건과 관련해 확실한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발언 등으로 입장을 표명했지 않나”라며 “별도의 대응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진복 정무수석은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행정관의) 개인적 의사 표현 정도이지, 대통령비서실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다든지, 선거운동을 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행정관 개인의 ‘일탈’로 선을 그었다.

앞서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 의혹은 경향신문의 보도를 통해 처음 불거졌다. 대통령실 행정관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당원들에게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는 홍보물을 전파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다. 이와 관련해 안철수 캠프는 강 수석에 대한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하고 김 대표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 발표회에서 김기현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자리에 앉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安, 유감 표명 단계서 멈출 수도”…“갈등 해소 쉽지 않아”

여권 일각에선 안 의원에게 해당 고발 건이 김 대표와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딜레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 의원은 전당대회 막판 대통령실에만 각을 세운 것이 아니라 김 대표에 대한 ‘후보직 사퇴’도 요구했었다. 그랬던 안 의원이 선거가 끝자나마자 입장을 바꿀 경우 지지층에게 반감을 살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전문가들도 안 의원 측이 강 수석 고발을 쉽게 취하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안 의원이 차기 대권을 노리는 만큼 당심(당원들의 의중)을 잡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물론 김 대표와의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협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 의원이 김 대표와 밀당(밀고 당기기)을 통해 가볍게 보이지 않으려는 모습”이라며 “고발 건에 대해서도 ‘유감’ 등의 입장 표명을 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김기현 체제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봤다.

안 의원은 당대표 경선에서 25%의 지지율로 당내 입지를 다지며 차기 총선 정국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기도 했다. 박 평론가는 “안 의원은 김 대표 체제를 도와주면서 혹시 모를 김기현 체제 이후도 대비할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 입장에선 안 의원이 도덕적 리스크도 없고 대통령과의 긴장관계도 있으며 수도권·중도 표심도 있는 만큼 총선에서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역할로 염두에 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권 일각에선 안 의원이 김 대표와의 회동에서 고발 건에 대해 자연스럽게 마무리를 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끝까지 진상을 규명하려고 하는 것은 안 의원 입장에서도 부담”이라며 “안 의원 측에서 김 대표 측에게 자연스럽게 빠져나갈 명분을 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최 원장은 안 의원이 형식적으로 고발 건을 마무리한다 해도 대통령 측과의 감정 골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최 원장은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과 안 의원의 심리적 거리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내부적으로 새로운 당 체제와 공천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과정에서 감정이 골이 훨씬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시적 봉합은 가능하나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