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극에 검찰도 당혹…‘이재명 수사’ 완급 조절?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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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檢총장, 비판 여론 의식한 듯 ‘생명 중요성’ 강조
‘강압 없었다’했지만…이 대표 수사 영향 불가피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고(故) 전형수씨 빈소 조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고(故) 전형수씨 빈소 조문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정조준한 각종 의혹 및 사건에서 피조사자들이 연이어 극단 선택을 하면서 검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강압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검찰은 야당 반발과 비판 여론을 의식해 당분간 이 대표 관련 수사 완급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은 피조사자의 잇단 극단 선택과 수사는 연관성이 없다며 책임론 선 긋기에 나섰다. 

 

검찰총장 "무거운 돌덩이 매달고 사는 심정"

이원석 검찰총장은 13일 이 대표의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고(故) 전형수씨 사망과 관련해 부장검사 회의를 소집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가진 부장회의를 통해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며 "검사에게는 이런 굴레가 계속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늘 마음 한켠에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고 사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에 맞고, 세상의 이치에 맞고, 사람 사는 인정에 맞도록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강조했다.

3월6일 일선 검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부산지검 서부지청을 찾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월6일 일선 검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부산지검 서부지청을 찾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끊이지 않는 죽음에…수사 부담 커진 檢

이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전씨 사망을 놓고 야당을 중심으로 '강압수사'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의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던 이 대표 측근이 사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이 2021년 12월10일 극단 선택으로 사망했다. 같은달 21일에는 대장동 개발 실무를 책임지던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전 처장 등은 사망 전 검찰 수사에 대한 극심한 부담과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의혹 핵심 키맨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자신의 차량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본부장도 구치소 내에서 수면제 50알을 삼켜 극단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가족과 측근을 겨냥한 수사망과 압박 강도가 세지자 극심한 부담감 등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 잇달아 극단 선택을 시도하면서 야당은 검찰 책임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전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일 "비극의 원인은 무리한 강압 수사와 조작 수사"라고 단언했다. 대책위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3개부, 수원지검 4개부, 성남지청 1개부 등 8개 부서 65명의 검사가 이재명 대표 수사에 올인하고 있다"며 "이 대표 관련 수사 인력만 223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1년 반 동안 332번의 압수수색을 벌이며 공직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고 맹공했다.  

이 총장이 이날 전씨 사망과 관련해 '세심한 주의'를 당부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라고 한 것도 끊이지 않는 피조사자의 극단 선택과 검찰 책임론이 불거지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씨는 지난 9일 오후 6시45분께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행정기획국장으로 있으면서 '민원 해결'을 대가로 네이버에서 성남FC 후원금 40억원을 받는 데 관여한 의혹 등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불러 한 차례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조사실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수사 전반에 강압적인 요소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씨는 유서에서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 동의안 부결 다음날인 2월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 동의안 부결 다음날인 2월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 연합뉴스

돌발 변수를 맞닥뜨린 검찰은 향후 이 대표 관련 수사에서 완급 조절이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이나 백현동 및 정자동 개발 특혜 의혹 등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가 진행 중인 건에 대해서는 일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큰 줄기인 위례·대장동 개발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수사는 마무리 단계인 만큼 이 대표 기소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성남FC 의혹과 '대리 조문' 당사자로 지목된 전씨가 사망했지만, 다른 관계자 진술이나 확보한 증거만으로 공소유지에 큰 차질이 없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전씨 사망과 관련해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검찰을 직격했다. 

그는 "자랑스러운 공직 생활의 성과들이 검찰 조직 앞에서 부정당하고 지속적인 압박 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나.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자꾸 증거를 만들어서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 아니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의 수사방식은 사냥이다. 목표물을 정하고 목표물이 잡힐 때까지 사냥은 멈추지 않는다'고 모 검사가 표현했다"며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되면, 사냥의 대상이 되면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죽거나 조작에 의해서 감옥을 가거나"라며 고인 사망에 검찰 책임론을 거듭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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