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대구 여대생 속옷서 나온 DNA…25년간 처벌 피한 스리랑카 용의자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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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추방된 후 현지서도 1·2심 잇따라 무죄 선고
법무부, 스리랑카 검찰총장 만나 대법원 상고 끌어내
1998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A씨가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2015년 8월 대구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1998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사망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A씨가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을 위해 2015년 8월 대구고등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5년 전 발생한 일명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의 성폭행 범인으로 지목됐으나 우리나라서 무죄를 확정받았던 스리랑카인이 현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됐다. 스리랑카 검찰이 상고를 결정한 데에는 그간 우리나라 법무부의 끈질긴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스리랑카인 A(57)씨는 작년 12월 스리랑카 검찰의 상고로 현지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게 됐다. 스리랑카 대법원의 선고 기일은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스리랑카 현지 1심과 2심에서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었다. 이에 작년 12월 이지형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등은 스리랑카 대검찰청을 직접 방문, 산자이 라자라트남 스리랑카 검찰총장에게 이노공 법무부 차관의 서한을 건네며 A씨 사건을 상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면 대법원 상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설득이었다. 결국 스리랑카 검찰은 이 과장의 방문 직후 현지 대법원에 A씨 사건을 상고했다.

사건의 시작은 1998년 10월17일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교 축제에 참석 후 귀가중이던 여대생 정아무개(당시 18세)씨가 대구시 구마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정씨의 속옷에서 남성 DNA가 검출됐으나, 별다른 성범죄 용의자를 찾지 못한 채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됐다.

시간이 흘러 2013년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권유하다 검거된 A씨의 DNA가 정씨의 속옷에서 발견된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도강간 혐의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대법원은 강도 혐의는 증거 부족, 강간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A씨의 무죄를 확정지었다. 이후 A씨는 스리랑카로 강제추방 당했다.

이에 법무부는 스리랑카 법 체계에선 살인·반역죄 이외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가 20년이란 점에 착안, 스리랑카를 2차례 방문하며 1000쪽 분량의 증거서류 번역본을 제출하는 등 A씨를 강간 혐의로 수사·기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결국 스리랑카 검찰은 A씨를 기소했으나, 혐의는 강간죄가 아닌 성추행죄였다. DNA가 피해자의 신체가 아닌 속옷에서 발견된 점, 강압적 성행위를 인정할만한 추가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반면 스리랑카 1·2심 법원은 2021년 12월과 2022년 11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법무부는 스리랑카 대법원서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현지와의 화상회의 등을 통해 공소유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무죄가 선고된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리랑카 측을 설득해 공소유지를 이어가는 등 자국민의 신체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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