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장이 재의 요구한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한 사연은?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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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서 시의원의 ‘이탈표’ 진실 공방…국민의힘, 의회사무처 실수 확인
상병헌 의장과 민주당 ‘재투표’ 요구 수용 주목
3월13일 투표 종료 선언 전 결과 자막이 뜬 세종시의회 전자투표 시스템 모습 ⓒ세종시의회
3월13일 투표 종료 선언 전 결과 자막이 뜬 세종시의회 전자투표 시스템 모습 ⓒ세종시의회

13일 세종시의회에서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재의를 요구하며 논란이 커졌던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일부개정)조례안’을 세종시의회가 의결하는 날. 국민의힘 소속 김학서 시의원은 11시23분 투표가 시작된 후 좌석 투표기를 진의와 달리 반대가 아닌 찬성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김 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상병헌 의장이 안내한 대로 이미 누른 찬성 버튼을 취소하려고 했다. 상 의장은 투표에 앞서 “세종특별자치시의회 회의 규칙 제51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투표 종료 전에 (의견을) 변경할 경우, 취소 버튼을 누르신 후 좌석 투표기의 찬성·반대·기권 버튼을 다시 누르신 후 마지막으로 누르는 게 최종 투표 결과로 처리된다”고 안내해 ‘투표 종료 전’이라면 이미 투표한 의견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자 김 시의원은 의장에게 “취소 후 다시 투표해야 하니 투표 종료 선언을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상 의장 또한 “아직 투표하지 않으신 의원님은 투표를 마무리해 주시기 바란다”며 투표가 완료되기를 기다렸다. 

이때는 분명 ‘투표 종료 전’이었지만, 의회사무처 직원은 상 의장의 투표 종료 선언이 있기도 전에 투표 결과 자막을 띄웠다. 분명 의회사무처 직원의 실수였다. 하지만 시의회의 전자투표 시스템은 투표 결과 자막이 뜨면 누구도 투표한 의견을 취소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김 의원은 이미 누른 찬성 버튼을 취소할 수 없었다. 이후 상 의장은 김 시의원이 찬성 버튼을 취소하고 다시 투표하지 못한 상태에서 11시25분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표결이 완료되면서 세종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최 시장이 재의를 요구한 출자·출연기관 조례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임채성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종시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출자·출연기관장을 임명할 때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 위원 구성 비율을 시장 추천 2명, 시의회 추천 3명, 해당 기관 이사회 추천 2명으로 통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동안 세종시 산하 출자·출연 기관별로 임추위의 추천 위원 수는 시장, 시의회, 해당 기관 이사회가 각각 3명, 2명, 2명 등 제각각 달리 규정돼 있었다. 이 조례안은 앞서 2월10일 열린 제80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당시 출석의원 19명 중 찬성 12명, 반대 7명으로 가결됐다.

그러자 최 시장은 3월3일 조례안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소지가 있고, 출자·출연기관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수용이 곤란하다”며 세종시의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최 시장이 재의 요구한 조례안은 전체 시의원 20명 중 7명이 반대하면 부결돼 완전히 폐기된다. 현재 세종시의회는 민주당 13명, 국민의힘 7명으로 구성돼 있어 국민의힘 시의원 전원이 반대하면 폐기될 가능성이 큰 상태였다. 그러나 찬성표가 민주당 총 의원수 보다 1명 많은 14표가 나와 민주당 의원들과 같은 의사(찬성)를 표시한 김 시의원은 궁색한 처지가 됐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이로 인해 ‘의원의 표결권을 침해 받았다“며 재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사건의 본질은 국민의힘 시의원 누군가의 실수도, 반란도 아니다”라면서 “엄연히 투표 종료 전이었지만, 의회사무처가 투표 결과 자막을 띄우는 의사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를 발생시켜 기존에 투표한 의견을 취소할 국민의힘 시의원의 표결권이 침해된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종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해당 안건에 관해 재투표 절차에 들어갈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회사무처도 전광판 송출 오류를 인정했다. 반면 본회의에 함께한 민주당 의원들과 방청객들 사이에선 김 시의원이 부의장 신분인데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결국 의장 직권 또는 민주당 의원들과 합의 없이는 재투표 등 현재의 결과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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