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검정고무신》 비극’ 막는다…저작권 약관 실태 점검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3.1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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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콘텐츠 제작사 불공정 계약 조항 점검…신고 활성화 유도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출판사나 콘텐츠 제작사의 약관에 저작권, 2차 저작권에 관한 불공정 조항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출판 및 콘텐츠 제작 업계의 약관 조항을 살피는 등 실태 점검에 나선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출판사나 콘텐츠 제작사의 약관에 저작권, 2차 저작권에 관한 불공정 조항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최근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의 극단적 선택으로 창작자에 대한 불공정 계약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이 작가는 생전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측과 저작권 및 수익 배분 문제를 두고 분쟁을 빚어왔다. 그는 수익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했고 애니메이션·게임 등 2차적 저작물 사업 과정에서 관련 통보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자신이 그린 캐릭터를 쓰고도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업체 측은 "원작자와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파생 저작물과 그에 따른 모든 이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맞섰다. 그러나 출판사나 콘텐츠 제작사가 비교적 협상력이 약한 신인 작가 등을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을 맺는 것은 업계의 고질적 문제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계약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

앞서 공정위는 2014년 20개 출판사의 약관을 심사해 4가지 불공정 약관을 적발해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별도의 특약 없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저작재산권 일체를 영구히 출판사에 양도하도록 하는 조항, 저작물의 2차적 사용에 관한 처리를 모두 출판사에 위임하도록 한 조항 등이다.

당시 공정위는 작가 백희나씨가 그림책 《구름빵》으로 4400억원 상당의 부가가치를 창출했음에도 1850만원밖에 보상받지 못한 것을 대표적인 '매절 계약' 피해 사례로 봤다. 매절계약은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저작물 이용으로 인한 장래 수익이 모두 출판사에 귀속되고 저작자에게는 추가적인 대가가 돌아가지 않는 계약 형태다.

공정위는 2018년에도 26개 웹툰 서비스 사업자가 사용하는 웹툰 연재 계약서를 심사해 10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 시정하도록 했다. 웹툰 콘텐츠의 영화·드라마 제작 등 2차적 저작물 무단 사용, 장래에 발생할 내용까지 무한정 계약 내용으로 포함하는 조항 등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2차 저작물의 작성·사용권에 대해 별도 계약을 체결하도록 약관을 바꾼 정도여서 업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원천 차단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는 한 위원장 지시에 따라 화가 협회 등 주요 창작자협회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해 저작권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웹툰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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