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돌아왔습니다”
  •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8 14:05
  • 호수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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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이혼》에서 피아니스트 출신 변호사 역 맡은 조승우

조승우가 열연 중인 JTBC 드라마 《신성한 이혼》이 주말극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첫 회부터 시청률 8.1%를 기록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앞서 JTBC는 《재벌집 막내아들》과 《대행사》로 주말극 강자로 자라 잡았다. JTBC의 주말극이 연이어 히트를 하는 데는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한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진양철 회장 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이 안방극장을 휘어잡는 연기력으로 극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대행사》의 이보영은 능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여성 임원 역을 소화해 내며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이번엔 말이 필요 없는 명배우 조승우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성한 이혼》은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신성한이 마주하는 상상 이상의 이혼 의뢰들과 부질없이 찰떡인 세 친구의 후끈한 케미스트리를 담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극 중 조승우는 능청스럽고 인간미 넘치는 변호사로 열연한다. 현기증 나도록 예민한 아티스트 출신의 이혼 전문 변호사 신성한 역이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독일에서 음대 교수로 지내다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후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변호사가 된다. 클래식을 다루는 예술가에서 트로트에 심취한 이혼 전문 변호사로 제2의 인생을 살면서 저마다 기구한 사정을 가진 의뢰인들을 만나는 내용이다. 힘을 뺀 생활연기지만, 매 장면 ‘역시 조승우!’라는 찬사가 나올 만큼 레벨이 다른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고 있다. 특히 트로트를 열창하는 장면은 매회 명장면으로 꼽히며 드라마의 킬링 포인트로 손꼽힌다. 조승우를 비롯해 3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한혜진과 김성균, 정문성 등 탄탄한 배우 라인업이 극을 완성도 있게 채운다.

연출을 맡은 이재훈 감독은 “웹툰을 재밌게 봤던 독자로서 연출을 맡게 돼 뜻깊다”며 “독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댓글로 깊게 나누는 등 적나라하고 힘 있는 이야기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인공이 이혼 전문 변호사다 보니 불륜과 치정, 고부 갈등, 출생의 비밀 등 ‘막장 요소’가 등장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다뤄냈다. 따뜻하고 유쾌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승우를 제작발표회에서 만나 《신성한 이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jtbc 제공

캐릭터 설명을 해달라.

“신성한 캐릭터는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그의 내면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인간미가 있고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다. 인간미 때문에 이 작품을 택했다. 많이들 언급하는 전작 《비밀의 숲》의 황시묵 캐릭터와는 전혀 다르다.”

극 중 피아니스트 출신 변호사 역할이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즐기거나 부르는 장면이 많다.

“신성한이 음악을 즐긴다는 설정을 직접 작가님에게 제안했다. 황시목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접근하는 방식이 전직 피아니스트였고 음대 교수였던 사람이기 때문에 소송이나 케이스를 맡을 때 어떤 음악적인, 음악을 연주하듯이, 악보를 해석하듯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재훈 감독은 조승우를 캐스팅한 이유로 “《타짜》 《비밀의 숲》 속의 캐릭터 연기를 보기는 했지만 그것을 참고하지는 않았다. 냉철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배우라는 점이 신성한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촬영하면서 신성한과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 예로, 극 중 황정민 배우가 고된 시집살이로 고생하는 인물인데, 이혼을 고민하는 부분에서 정신과 약 복용을 이야기하니까 귀엽게 타박하는 신이 있다. 저희는 그 대본대로 준비해 촬영했는데, 성한이 황정민 배우에게 ‘아니 그런 중요한 정보는… 유감이지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리허설 때도 없었던 멘트였다. 그런 지점에서 냉철함과 따뜻함을 같이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어떻게 준비했나.

“구체적으로 참고한 인물은 없다. 설정 자체도 천재적인 피아니스트는 아니다. 음악이 좋고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서 유학 생활을 20년 이상 하다가 어떤 사건을 겪은 후 음악을 접고 한국에 돌아와 법조계로 들어온 설정이다. 피아노를 멀리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감정이 복받칠 때마다 피아노를 친다. 피아노는 당연히 대역 분이 해줬다. 촬영할 때 상상할 수 없는 음이 나와서 그렇지 피아노를 치긴 쳤다(웃음).”

주안점을 둔 점은 무엇인가.

“선생님이 10년을 배워도 연주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배우면 그걸 생각하느라 연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감정에 더 몰두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대역 분이 하는 걸 보고 손이 가는 길과 그 감정에만 집중했다. 솔직히 피아노를 치는 장면에서 감정 연기를 한 셈이다. 조성진님, 임윤찬님 등 뛰어난 분들의 피아노 연주 영상도 많이 찾아봤다. 당연히 제가 따라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대신에 저만의 것을 만들었다. 연주할 때의 습관도 만들고, 대역이 하는 걸 보면서 캐치한 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음악을 많이 들었다.”

단짝 친구(조승우-김성균-정문성)들과의 케미도 주목받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 친구인 설정이다. 실제로 저희 셋은 대사가 30초 분량이더라도 감독님이 컷하지만 않는다면 30분 즉흥 연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 ‘자뻑’ 같나(웃음). 한데 실제로 거의 모든 장면이 그런 식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감독님도 즐기셨던 것 같다. 애드리브가 너무 많아서 아마 편집하시는 분들이 힘드셨을 것 같다.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함께 연기하는 김성균 역시 “대본에 있는 분량만큼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시더라. 자연스럽게 연기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서 셋이 참 호흡이 좋구나 싶었다”고 거들었다. 정문성 역시 “애드리브를 하면서 누군가는 웃을 만도 한데 아무도 안 웃고 버텼다. 그러다 한 명이 터지면, 감독님이 결국 그 장면을 쓰시더라”고 전했다.

 

한혜진과의 호흡은 어떤가(극 중에서 한혜진은 기상캐스터 출신 라디오 DJ로 남편과 이혼을 준비하는 이서진으로 분했다).

“이서진 캐릭터는 강해 보일 수도 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결국 강한 사람이다. 회가 거듭될수록 이 캐릭터가 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공수 가능한 미드필더라고 표현하고 싶다. 최고의 미드필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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