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공소장에 등장한 ‘50억 클럽’ 김수남…무슨 역할했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5 16:5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장동 의혹 터지자 김만배와 대응 논의, 전관 변호사 소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대장동 개발 수익금 390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공소장에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언급됐다. 김 전 총장은 이른바 '50억 클럽' 리스트에 올랐던 인물 중 한 명이다. 검찰은 김 전 총장이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김씨와 대응책을 논의하고, 검찰 출신 변호사도 소개해 준 것으로 봤다. 

15일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보도가 나오자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숍에서 김 전 총장을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 김씨는 김 전 총장과 함께 향후 대응책과 변호인단 구성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가 김 전 총장으로부터 또 다른 검찰 출신 A변호사를 소개받았고 그를 '집사'처럼 활용하며 후속 대응과 재산 은닉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자신의 구속을 우려해 A변호사에게 김 전 총장이 직접 나서달라는 취지의 청탁도 한 것으로 봤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2021년 11월 첫 구속된 김씨가 지난해 5월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A변호사를 통해 '검·경 수사 관련 김 전 총장이 나서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구속영장이 재발부되고 A변호사가 계속 법률 자문을 맡으면서 김씨의 청탁은 성사되지 못했고 결국 없던 일이 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수남 대검 차장은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을 진두지휘하면서 차기 검찰종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 연합뉴스
김수남 전 검찰총장 ⓒ 연합뉴스

검찰은 또 옥중에 있던 김씨가 A변호사를 통해 범죄 수익을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화천대유 이사이자 자신의 최측근인 최우향씨 등에게 법인 계좌 동결에 대비해 화천대유로부터 500억원을 배당하는 방안을 A변호사와 논의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김씨가 자산 은닉을 지시한 시점은 50억 클럽 의혹을 비롯해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 등이 구체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하던 때다. 

김씨는 대화 내용이 녹음되지 않는 '변호인 접견'을 활용해 옥중 지시를 하고, 국세청의 세무조사 동향과 재산 은닉 행위 등을 조율하며 범죄 수익금 지키기에 집중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A변호사를 정치권과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면서 민주당 인사들과 수사 상황을 공유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씨는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점을 우려했는데, A변호사를 통해 민주당 쪽 인사로부터 '정 전 실장이 절대 검찰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황을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을 파악했던 검찰은 지난해 12월 A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A변호사는 이날 검찰 공소 사실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의뢰인의 재산 처분 등 관련 행위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며 "구속 피고인과 변호인 간의 교신 내용을 (검찰이) 임의로 추측 기재한 부분이 있으나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권과 연락한 바는 전혀 없고, 세무조사 부분도 '문제가 있으면 나올 수도 있다' 정도 통상적인 대화를 추측해 기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씨의 범죄수익 은닉 혐의 첫 재판은 다음달 5일 진행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