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인가 매화인가”…지금 광양은 ‘매화 향연’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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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내려앉은 남도…섬진강변 따라 ‘봄 화신(花信)’ 북상 중
3월 광양은 ‘매화 필 무렵’…‘매화 반 사람 반’ 상춘객 북적
'섬진강에 봄이 왔다' 15일 오후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에서 바라 본 섬진강면 풍경 ⓒ시사저널 정성환
'섬진강에 봄이 왔다' 15일 오후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에서 바라 본 섬진강면 풍경 ⓒ시사저널 정성환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하는 계절이다. 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워 트집을 잡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남도에 봄이 내려앉았다. 3월 중순, 남도 땅은 이미 춘풍이 한가득하다. 흔히 ‘남도의 봄은 섬진강을 거슬러 온다’고 말한다. 화신(花信)이 북상하는 속도는 하루 평균 22km다. 전령은 꽃이다. 꽃 소식은 전라선 철도, 19번 국도를 따라 섬진강을 거슬러 북상한다.

 

매향 향기 흩날리는 ‘섬진강의 봄’

가장 먼저 봄을 전하는 전령은 사군자 중 으뜸인 ‘매화’다. 섬진강 하류 서쪽,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 국내 최대 매화 군락지로 가장 먼저 매화꽃 잔치를 펼쳐 보이는 곳이다. 경남 하동과 맞붙은 다압은 광양은 물론 전남에선 가장 외진 곳이다. 전남 무안 남악에 있는 전남도청에서 2시간 넘게 걸린다. 차라리 경남도청이 더 가깝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매년 이맘때면 이곳을 기억한다. 섬진강을 따라 산기슭에 들어앉아 마을마다 지천인 ‘매화’ 때문이다.

매화꽃 감상의 중심지는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이다. 그중에서도 도사리 마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청매실농원’이 으뜸이다. 매실 장인 홍쌍리(79)씨가 일군 국내 최대 규모의 매실농원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아 꽃망울을 터뜨리며 20ha(6만평)의 산자락을 가득 메운 매화는 멀리서 보면 하얀 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시사저널 정성환
매화꽃 감상의 중심지는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이다. 그중에서도 도사리 마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청매실농원’이 으뜸이다. 매실 장인 홍쌍리(79)씨가 일군 국내 최대 규모의 매실농원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아 꽃망울을 터뜨리며 20ha(6만평)의 산자락을 가득 메운 매화는 멀리서 보면 하얀 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시사저널 정성환

매화꽃 감상의 중심지는 단연 다압면 섬진마을이다. 그중에서도 도사리 마을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청매실농원’이 으뜸이다. 매실 장인 홍쌍리(79)씨가 일군 국내 최대 규모의 농원이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아 꽃망울을 터뜨리며 20ha(6만평)의 산자락을 가득 메운 매화는 멀리서 보면 하얀 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매화 무릉도원이라 해도 좋을 만큼 풍치가 빼어나다. 군락 중에는 고혹적인 색을 자랑하는 홍매화도 피어 현란한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이리저리 이어진 오솔길은 매화터널을 지나고 내려오면 초가와 기왓집을 만난다. ⟪취화선⟫ ⟪다모⟫ 등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로도 등장했던 곳이다. 이곳 매화는 특히 섬진강의 은빛 모래와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색의 향연으로 상큼한 봄 풍경을 선사한다. 언덕을 가득 메운 매화 향기를 음미하며 천천히 오르다 보면 발밑으로 넉넉하게 품을 벌린 섬진강 자락이 한 눈에 들어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농원 뒤편의 대나무숲도 불어오는 봄바람에 댓잎들이 비벼대는 소리마저 싱그럽다. 

15일 오후,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유독 봄볕을 받아든 매화마을은 눈이 시리도록 희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15일 오후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유독 봄볕을 받아든 매화마을은 눈이 시리도록 희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15일 오후,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매화 군락 중에는 고혹적인 색을 자랑하는 홍매화도 피어 현란한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15일 오후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 매화 군락 중에는 고혹적인 색을 자랑하는 홍매화도 피어 현란한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매화꽃 구경의 정석’ 광양 청매실농원 

15일 오후 광양 청매실농원. 평일이었지만 포근한 날씨에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상춘객들로 북적였다. 며칠 전 봄비가 도둑처럼 다녀갔지만 올해도 변한 건 없다. 매화는 여전히 흐드러지게 피었고, 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매년 6만여 평의 산자락이 온통 백매·홍매·청매로 넘쳐났다. 10만 그루에 이르는 백매와 홍매가 조화롭게 활짝 피면서 산기슭이 온통 꽃으로 덮였다.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 숲은 구름처럼 보인다”는 소설가 김훈이 표현한 그대로였다. 유독 봄볕을 받아든 매화마을은 눈이 시리도록 희었다. 

개화가 지난해보다 일주일 가량 빠르다. 현재 만개를 기준으로 95%정도여서 이번 주말에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막바지 추위를 견뎌낸 ‘군자’답게 매화 꽃잎은 더욱 선명하고 향기 또한 짙게 느껴졌다. 다압면 면사무소 한 관계자는 “올봄은 가뭄이 든 반면 큰 서리가 없어 유독 매화가 곱다”며 “2주 전부터 꽃망울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해 이번 주말 만개해 4월초까지도 너끈히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15일 오후에 찾은 전남 광양 청매실농원. 평일이었지만 포근한 날씨에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상춘객들로 북적였다. ⓒ시사저널 정성환​​
​​15일 오후 전남 광양 다압면 청매실농원. 평일이었지만 포근한 날씨에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상춘객들로 북적였다. ⓒ시사저널 정성환​​

‘풍경에 취한’ 상춘객…4년 기다렸다, 매화축제

이곳을 찾은 사람과 차량 또한 가득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까지 3년째 못 열렸던 ‘광양 매화축제’가 올해는 11일부터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남해안고속도로 옥곡IC를 막 빠져 나오자 ‘광양 매화 축제 주말 차량 방문 자제 바란다’는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평일인데도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주차장이 꽉 찼다. 2㎞정도 떨어진 섬진강변에 마련된 1~4주차장도 마찬가지였다. 

연인·가족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고, 전문 사진가들도 렌즈에 매화가 빚은 풍경을 담기에 바빴다. 일부 관광객은 다른 일행에 사진 촬영을 부탁한다. 30대 아들은 어머니의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20대 연인은 “몰래 왔다”며 “이제야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것 같다. 매화가 팝콘같이 하얗고 군데군데 홍매화가 수놓듯이 박혀 빚어 낸 풍광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60대 남성은 “가족과 함께 처음 왔는데 영상이나 전해 들었던 것보다 훨씬 좋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숨통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고 했다. 정청웅(전남 목포·35)씨는 “때마침 직장에서 짬이 나 어머니를 모시고 일부러 왔다”며 “마치 무지개떡을 펼쳐 놓은 것처럼 하얀 백매화와 분홍빛 홍매화가 섞여 빚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내년에도 다시 찾고 싶다”고 말했다. 

섬진강 서쪽을 달리는 861번 지방도를 따라 섬진교와 남도대교를 잇는 19㎞ 구간은 산비탈과 골짜기는 물론 마을 고샅과 강변까지 곳곳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 눈이 부실 정도다. 번잡한 청매실농원보다 매화를 조용히 감상하고 싶은 탐매꾼들에겐 보고(寶庫)다.ⓒ시사저널 정성환
섬진강 서쪽을 달리는 861번 지방도를 따라 섬진교와 남도대교를 잇는 19㎞ 구간은 산비탈과 골짜기는 물론 마을 고샅과 강변까지 곳곳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 눈이 부실 정도다. 번잡한 청매실농원보다 매화를 호젓하게 감상하고 싶은 탐매꾼들에겐 보고(寶庫)다.ⓒ시사저널 정성환

매화 지천 지방도 861호선…탐매꾼의 보고(寶庫)

청매실농원에서 나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가는 강변 드라이브도 제격이다. 섬진강 서쪽을 달리는 861번 지방도를 따라 섬진교와 남도대교를 잇는 19㎞ 구간은 산비탈과 골짜기는 물론 마을 고샅과 강변까지 곳곳에 매화꽃이 활짝 피어 눈이 부실 정도다. 번잡한 청매실농원보다 매화를 호젓하게 감상하고 싶은 탐매꾼들에겐 보고(寶庫)다.

구례가 점점 가까워지자 강변이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10여년 만하더라도 섬진강변에는 광양 청매실농원의 매화가 빛을 잃으면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가 꽃봉오리를 내밀었지만 지금은 따라잡아 거의 같은 시기에 피고 있다. 상춘객의 입장에선 한걸음에 매화와 산수유의 꽃 잔치를 볼 수 있으니 호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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