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 수혈로 한숨 돌린 크레디트스위스…“분사·매각 등 가능성”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3.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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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해결·UBS로 인수·부분매각 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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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 시각) 크레디트스위스(CS)가 현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을 비롯해 분사, 매각, 폐쇄 등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스위스 중앙은행의 자금 수혈로 급한 위기를 넘겼다. 다만 크레디트스위스가 기존 전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는 만큼 은행의 향후 위기 수습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 수습 방식으로 현재 시스템 유지를 비롯해 분사, 매각, 폐쇄 등의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로이터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원)을 대출받아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기존 전략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울리히 쾨르너 크레디트스위스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부유층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식으로 사업을 간소화하는 '전략적 전환'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직접 고객들의 불안심리 안정에도 나섰다. 직원들에게 보낸 고객 응대 지침에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 SVB 파산 전후인 지난 8일부터 14일 사이에 큰 변화 없이 150%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힌 것이다. 통상 LCR 100%가 넘으면 단기 유동성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또 최근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것과 관련해 은행의 생존 능력이 걸린 사건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다만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현상 유지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라면서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한) 거래 상대방들의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크레디트위스스가 기존 시스템을 고수하는 전략이 아닌 다른 방식을 통해 위기를 수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크레디트스위스가 일부 사업 부문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미 해고 등 긴축 경영을 이어온 만큼 채권·주식 사업부를 축소하거나 IB 업무를 완전히 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10월 위기설 당시에도 인수 자문·레버리지 금융 사업부를 분사해 매각하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크레디트스위스 고위층이 일부 사업 부문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며, 도이체방크 등이 자산운용 사업부에 관심이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스위스 당국과 크레디트스위스의 사태 수습 관련 논의에서는 경쟁 IB인 UBS그룹 등에 회사를 통째로 넘기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매각의 경우 시간이 걸리는데, 시장 상황이 이를 기다려줄 정도로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UBS가 크레디트스위스 관련 위험을 떠안는 강제 인수방식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두 회사가 이를 최후의 수단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의 키안 아부호세인 애널리스트 등도 결국 이번 사태가 UBS 등에 인수되는 식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UBS가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를 간절히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가격대면 인수할 만하다는 것이다. 다만 UBS가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할 경우, 인력 감축에 따른 실업 문제나 독점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이대로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크레디트스위스가 폐쇄되면 '금융 중심지'라는 스위스의 위상에 막대한 타격이 가해지고 세계 경제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스위스 중앙은행이 크레디트스위스의 모든 예금을 보호하는 등 구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 경우 납세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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