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동료 사망에 분노한 대치동 경비원들…집단행동 나섰다
  • 이금나 디지털팀 기자 (goldlee1209@gmail.com)
  • 승인 2023.03.2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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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동료 경비원 70여 명 모여 집회
“유서에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소장, 즉각 해임하라”
관리자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일했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앞에서 20일 동료 경비원들이 관리자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관리자의 '갑질'을 폭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이 일했던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앞에서 20일 동료 경비원들이 관리자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에서 70대 경비원이 극단 선택을 한 것과 관련, 갑질 처벌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동료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극단 선택으로 숨진 70대 경비원 박아무개씨(74)의 동료 경비원 70여 명은 20일 오전 해당 아파트 정문 앞에서 "박씨를 억울한 죽음으로 내몬 관리소장은 유족에게 사죄하고 즉각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박씨를 추모하는 묵념을 한 뒤 "반장을 억울한 죽음으로 내몬 관리소장은 유족에게 사죄하고 즉각 물러나라"고 외치며 관리사무소 앞으로 행진했다. 동료들은 "입주자 대표회의가 관리소장을 해임해달라는 우리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의하겠다"고 외쳤다. 

숨진 경비원에 갑질을 일삼았던 인물로 지목된 관리소장은 이날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집회 도중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파트 후문에는 '직원에게 죽음을, 주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입대의(입주자 대표회의) 회장과 관리소장은 즉각 물러나라. 입주민 일동'이라고 적힌 새로운 현수막이 걸렸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11년간 일한 박씨는 '관리 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동료들은 관리소장이 입주자 대표회장의 비호 아래 박씨에게 부당하게 인사 조처를 하고 인격을 모독해 박씨가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씨 동료들이 직접 결의대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주에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 소속 경비원들이 이 곳을 찾아 박씨를 추모하고 갑질 근절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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