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거취’ 향한 진짜 文心은?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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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분분…확대 해석 경계론 속 “우리가 꼬붕인가” 반발도

내부 결속을 격려하는 원론적 입장일까, 새 체제를 염두에 둔 전직 대통령의 당무 개입일까. 문재인 전 대통령 입에서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전언 공방’이 뜨겁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 외엔 대안이 없다’고 했지만, 비명(비이재명)계 핵심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을 주문했다며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본심을 두고 여러 의견이 충돌하면서 내홍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1월2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들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새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 더불어민주당 제공
1월2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들이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새해 인사를 나누는 모습 ⓒ 더불어민주당 제공

親文, 박지원-박용진에 일침…“文 전언 관련 억측 안 좋아”

친문(친문재인)계에선 문 전 대통령의 전언이 논란으로 커진 상황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20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의 전언이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박 전 원장과 박 의원이) 서로 바라보는 게 다른 것 같다. 사람들은 바라보고 싶은 쪽을 주로 바라보게 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께선 당에 대한 걱정과 당이 잘 됐으면 하는 그런 말씀을 하셨을 것”이라며 “그런데 들으시는 분들(박 전 원장과 박 의원이)이 문 전 대통령께서 하시지 않았을 이야기들을 그렇게 이야기하신 것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말씀에 대해 억측이나 오해가 생기는 것은 안 좋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시사저널과 만나 윤 대통령의 전언을 전한 박 전 원장과 박 의원에게 일침을 날렸다. 고 최고위원은 “두 사람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야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당내 민감한 이슈에 대해 아전인수 격으로 대통령 발언을 전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고 최고위원은 언론의 전언에 대한 확대 해석도 경계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을 안 좋아 하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두 전언은 당대표를 중심으로 잘 뭉쳐서 싸우라는 같은 이야기”라며 “내부에선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바깥으로 전선을 쳐서 싸우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단결해야 한다는 취지를 재차 강조해오셨다”고 전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거야말로 정말 각자의 해석인 것 같다”며 “문 전 대통령은 아마 (민주당 인사들이 양산으로) 가면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말씀을 하실 거 아니겠느냐. 그런데 그 일부분만 발췌를 하면 왜곡되거나 또는 뜻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옆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옆모습 ⓒ연합뉴스

‘李 퇴진론 힘 빼기’, ‘경고’ 등 분석도…당내 역풍 심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에 ‘의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이 친문계 수장으로서 ‘이재명 퇴진론’ 힘 빼기에 나섰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비명계의 이른 이 대표 퇴진 요구로 당이 갈라질 것을 우려하신 것”이라며 “총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명한 방향을 제시하셨다”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총선을 앞두고 ‘자중하라’는 경고를 전했다는 분석도 있다. 비명계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은 박 의원에게 이재명 대표가 총괄했던 지난해 6·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이 대표의 강성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들의 ‘문자폭탄’ 행태도 지적했다”며 “이는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의 전언·행보에 대한 당내 역풍도 만만치 않다. 비명계에선 문 전 대통령과 메시지를 옮긴 박 전 원장이 섣부르게 행동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7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우리가 문 전 대통령 ‘꼬붕(부하)’인가, 문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이) 그 이야기를 설사 했어도 대외적으로 얘기할 성질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말을 막 이야기하면 되느냐”고 박 전 원장도 함께 질책했다.

문 전 대통령을 향한 비명계의 비판에 대해 윤건영 의원은 “(그분들은) 제대로 알고 이야기해야 한다. 직접 대통령께 여쭤보고 평가 등을 해야지”라고 일갈했다. 또 한 친문계 초선 의원도 “이건 진짜 부적절하다. 언론에서 그런 단어를 쓰는 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알 것인데 아쉽다”며 “전임 대통령 비판에도 정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박용진 의원도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임 대통령은 국가 통합의 상징이기에 격려와 조언 정도로 듣고 말아야지 그걸 가지고 당내 갈등의 소재로 소환시켜서 이리 해석하고 저리 해석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 대표 거취로 해석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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