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절반 교체하는 KB금융 주총에 쏠리는 눈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0 15:5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타 금융지주보다 높은 교체율
이사 퇴직금 규정도 손질…안건 통과 관심사
지난해 3월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KB금융지주 주주총회 참석장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KB금융지주 주주총회 참석장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권 정기 주주총회가 이번 주 연이어 개최된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은 오는 23일, KB·하나·우리 등 나머지 금융지주의 주총은 24일 열린다. 이번 금융권 주총의 관심사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다. 특히 다른 금융지주보다 사외이사 교체율이 높은 KB금융의 주총 결과에 이목을 끈다. 아울러 퇴직 이사 보수 안건 통과 여부도 관심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윤종규 회장 퇴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올해 주요 금융지주 정기 주총의 관전포인트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다. 선임 후보에 오른 사외이사 25명 가운데 18명이 연임에 도전한다. 거수기 비판 속에서도 70% 이상의 사외이사들이 다시 추천된 것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은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임기만료로 인해 6명을 다시 선임한다. 기존 사외이사 3명(권선주·오규택·김경중)은 연임하고 김성용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조화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상근감사 등 3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B금융의 사외이사 교체 비율(50%)은 여타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8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신한금융은 전원 기존 사외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후보 8명 가운데 6명의 현 사외이사가 재추천됐다. 우리금융은 기존 정찬형 사외이사를 포함한 3명을 후보로 추천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의 장기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업무계획 브리핑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경영진과 친소 관계로 이사회에 장기 잔류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융지주 이사회가 본연의 임무인 경영진 견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 기능 제고’를 명시했다. 이를 위해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를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조만간 입법 예고하는 동시에 금융지주 이사회와의 면담을 정례화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국의 이사회 기능 개선 의지와 함께 KB금융의 사외이사 교체가 맞물리면서 당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등의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연말을 전후해 NH농협을 시작으로 신한금융, 우리금융까지 수장이 줄줄이 바뀌었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현재 KB금융을 이끌고 있는 윤종규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로 약 9개월가량 남아있다. 4연임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다른 금융지주의 전례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이에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은 정관에 사외이사의 임기를 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이번에 사외이사 3명이 임기(재임 포함)가 5년이 되어 신규로 사외이사 3명을 후보로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후보 선임 과정은 각 단계별 의사결정 주체가 구분돼 매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고, 사외이사 선임 단계별 의사결정 주체가 구분돼 있어 경영진 및 외부의 어떤 압력이나 입김이 개입될 수 없는 구조로 당국과 관련이 있거나 당국과 관련된 인물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됐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지난달 20일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늘봄학교·초등 돌봄 체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오른쪽)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지난달 20일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늘봄학교·초등 돌봄 체계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퇴임 이후 대비? 퇴직금 규정 안건도 관심사 

이번 KB금융 주총에서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안건은 이사 퇴직금 규정 제정안이다. 지난 7일 KB금융은 이사 보수에 대한 정관 변경과 이사 퇴직금 규정 제정 승인의 안을 오는 24일 주총 안건으로 부의했다. 종전 이사 보수 규정인 ‘퇴직금을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지급할 수 있다’에서 ‘퇴임 당시 기본급의 12분의 1에 근속기간에 따른 기준지급률을 곱한 금액을 지급한다’로 규정을 새로 만든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 퇴직금 규정은 지난해 12월 금감원 개선 권고에 의해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퇴직금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며 “일반적인 상장사의 퇴직금 지급 사례와 관련 법률 등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해당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될 경우 올해 11월 임기 만료 이후 윤종규 회장이 연임하지 않을 경우 약 3억7000만원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재임 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이사는 별도로 주총에서 결의한 금액을 가산해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긴 터라 ‘특별공로금’을 지급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이에 하나금융은 주총을 통해 지난해 3월 퇴임한 김정태 전 회장에게 퇴직금과 별도로 ‘특별공로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하나금융은 김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회장에 선임된 이후 약 10년 동안 하나금융을 이끈 공로에 대한 대가라고 설명했다. 이에 윤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지 않을 경우 특별공로금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2014년 회장에 취임한 윤 회장은 9년째 KB금융을 이끌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