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길목에서…‘김건희 여사·檢’ 운명 쥔 권오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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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주가조작 연루 부인했던 권 전 회장 진술 주목
檢, 최근 도이치 관련 코바나컨텐츠 등 잇달아 무혐의
김건희 여사가 1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1월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검찰 수사가 분수령을 맞았다. 김 여사에 대한 처분 수위를 결정짓지 못한 채 '뭉개기 논란'을 자초했던 검찰은 야당의 특검 도입 공세 수위가 높아지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태세를 전환하는 모양새다. 주가조작 사건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의 진술이 향후 수사 향방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최근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관련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공소시효가 남은 것으로 판단된 '2차 작전' 관여 핵심 인물들을 잇달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과 야권의 특검 도입을 의식한 듯 "수사 대상이나 방식에 어떤 제한도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표면적으로는 김 여사에 대한 조사도 열려있다는 것으로, 관계자 진술과 증거 등을 종합해 필요할 경우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부인을 소환하는 것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권 전 회장 진술이다. 최근 주가조작 공범 재판에서 2차 작전 주포였던 김아무개씨나 민아무개씨는 김 여사와 직접적인 관련성에 선을 그으며 권 전 회장이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지목했다. 김씨와 민씨는 1심 공판에서 공개된 '3300원에 8만 개 매도하라고 하셈'이라는 메시지 발송 직후 김 여사 계좌에서 8만 주 매도 주문을 낸 '통정매매' 정황 거래에 관여한 인물이다. 

1·2차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공통적으로 권 전 회장을 통해 김 여사 계좌를 맡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확증'을 하지 못한 상태다. 권 전 회장은 법정에서 '8만 주 매도 주문'을 비롯해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이 구체적인 통정매매 거래 정황을 짚었지만, 권 전 회장은 "나도 김 여사가 (약속이나 한 듯 주식을) 매수해 깜짝 놀랐다"며 주가조작을 위한 계획 거래를 부인했다. 

1심 법정에서 권 전 회장과 주가조작 공범들의 진술이 엇갈린만큼 향후 검찰 수사에서도 이 부분을 규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주가조작 1·2차 작전에 모두 동원된 계좌는 김 여사와 그의 모친 최은순씨 계좌가 유일하고, 이 범죄를 관통하는 인물이 권 전 회장인 만큼 세 사람의 연관성을 검찰이 어떻게 입증해 낼지가 관건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월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월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최근 도이치모터스와 김 여사가 연루된 각종 의혹이 모두 무혐의 처분되면서 주가조작 의혹 역시 동일한 수순을 밟게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이달 들어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의혹' 등 시민단체가 고발한 각종 의혹을 잇달아 무혐의 처분했다. 

특히 코바나컨텐츠 협찬 및 도이치파이낸셜 관련 의혹은 권 전 회장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도이치모터스는 코바나컨텐츠 전시회마다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권 전 회장은 2013년 김 여사에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 주를 주당 500원에 저가로 넘겼다는 의혹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권 전 회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두 건을 모두 무혐의 종결하며 김 여사 사건을 모두 털어냈다. 

김 여사의 남은 사법 리스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유일한 셈이다. 때문에 검찰 수사 및 처분 결과를 둘러싼 파장과 정치권 공방은 더 격해질 전망이다. 조만간 김 여사에 대한 주가조작 연루 여부를 최종 결론내야 하는 검찰도 그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유검무죄, 무검유죄'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 이제껏 '봐주기 수사'로 일관하다 특검 논의가 본격화되자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명분을 실어주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여당을 향해 김 여사 특검과 '50억 클럽' 특검 관련 '쌍특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최후통첩을 보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더 이상 검찰 수사나 국민의힘 선의에 기대 시간을 끄는 것은 사건 무마에 공조하는 꼴이고,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라며 정의당을 향해서도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 결단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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