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굶긴 뒤 성경 필사…눈뜬 채 눈물 머금고 떠난 아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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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 “친부도 공범, ‘아동학대살해죄’ 적용해야” 호소
“의자에 묶여 끝까지 목숨 붙들고 있던 아들…억장 무너져”
2월11일 인천 한 장례식장에서 학대로 숨진 초등학교 5학년생 A(12)군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공룡 인형을 두 손에 든 아이는 영정 액자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A군의 의붓어머니 B(43)씨와 친아버지 C(40)씨는 각각 아동학대치사와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 연합뉴스
2월11일 인천 한 장례식장에서 학대로 숨진 초등학교 5학년생 A(12)군의 발인이 진행되고 있다. 공룡 인형을 두 손에 든 아이는 영정 액자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 연합뉴스

온 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12살 초등생의 친모가 계모와 친부의 모진 학대 내용을 공개하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호소했다. 숨진 아이의 다리에서만 230개가 넘는 상처가 발견됐고,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몸무게는 30㎏도 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아이는 제대로 눈조차 감지 못한 채 고통 속 생을 마감했다.  

21일 친모 A씨가 공개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감정서에 따르면, 친부와 계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다 숨진 초등생 B(12)군의 직접 사인은 여러 둔력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확인됐다. 이는 온몸에 반복적으로 강한 힘이 작용해 피부 속 다량의 출혈이 발생해 끝내 사망에 이르는 것이다. 

B군의 양쪽 다리에서는 232개의 상처와 흉터, 딱지 등이 발견됐다. 다른 신체 부위에도 사망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강한 둔력으로 생긴 손상이 발견되는 등 여러 학대 정황이 확인됐다.

상습 학대를 받던 B군의 모습은 확연하게 변해갔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었던 B군은 10월께 얼굴이 많이 야위는 등 전보다 많이 마른 모습이었다. 사망 한달 전인 지난 1월엔 아이의 얼굴 근육이 처지고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는 등 상태가 더 악화됐다.    

친모 A씨는 집 안 곳곳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담긴 충격적인 학대 장면을 언급하며 울분을 토했다. 

A씨는 "B군의 친부와 계모는 아이를 기아 수준으로 굶기고 4∼16시간씩 의자에 묶어뒀다"며 "목숨을 끝까지 붙들고 있던 모습을 보며, 죽기 전까지 견뎠을 (아이의) 고통과 공포를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상습적인 폭행과 함께 새벽에도 잠을 재우지 않고 CCTV 스피커로 성경을 쓰게 지시하는 등 반인륜적인 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 "무릎을 꿇고 있는 중 유아용 밥그릇에 알 수 없는 음식물과 숟가락이 꽂혀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또 "B군만 방에 감금하고 며칠간 여행을 가거나, 아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집 내·외부에 CCTV를 설치했다"며 "친부도 아이에게 폭언과 체벌을 하고 발로 찼다"고 설명했다.

친모는 "6학년 초등생이 새 학기도 시작해 보지 못한 채 지속된 학대 속에 한 줌의 재가 됐다. 굶주림과 아픔을 모두 인지할 수 있는 나이기에 그 고통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재차 호소했다.

12살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와 친부가 2월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12살 초등학생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모와 친부가 2월1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A씨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도 글을 올려 계모처럼 친부에게도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친부는 아이 사망 시점에 현장에 있지 않았고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학대 사실을 계모한테 떠넘기고 있다"면서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부도 지속적인 폭행으로 B군을 사망에 이르게 한 공범인 만큼,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친모는 "굶어 죽고, 맞아 죽는 두 가지를 모두 겪은 것은 가장 처참한 죽음"이라며 "아이는 눈조차 감지 못하고 떠났다"고 비통함을 드러냈다. 그는 "눈을 감겨주려고 해도 너무나 싸늘하게 식어버린 눈이 감겨지지 않았다"며 "그 눈에, 눈동자에 고인 눈물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B군의 계모 C(43)씨를,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친부 D(40)씨를 각각 구속 기소했다.

C씨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 7일까지 9개월 동안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B군을 상습 학대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친부 D씨도 아들 B군을 폭행하는 등 상습 학대 혐의는 인정됐지만, 아동학대살해 혐의는 적용받지 않았다. 

온몸에서 멍 자국이 발견된 B군은 사망 당시 키 148cm, 몸무게는 29.5㎏로 초등학교 5학년인 또래 평균보다 15㎏ 넘게 적었다. 성장기였던 B군은 장기간의 학대로 1년 만에 체중이 오히려 8㎏ 감소했다. 

계모 C씨는 경찰 조사 당시 "아이가 자해해서 생긴 상처"라며 학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후 조사에서 이들 부부는 "폭행은 했지만 훈육 목적이었다"거나 "사건 당일 아이를 밀친 사실이 있다"고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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