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노웅래 감쌌던 민주당의 ‘하영제 체포동의안’ 딜레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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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하영제 체포동의안 30일 표결 예상
野, 가결시키면 ‘내로남불’…부결시켜도 ‘국회식구 감싸기’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졌다. 앞서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거대 의석수로 밀어붙여 부결시킨 전적이 있어서다. 정치권에선 이번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민주당이 ‘내로남불’의 늪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민주당이 부결시킨다 해도 ‘부패를 옹호했다’는 취지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2월27일 국회 본회의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2월27일 국회 본회의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두 번째 李 체포동의안 예고에 커진 野 부담

창원지검 형사4부(엄재상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하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회 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후보자 측으로부터 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자치단체장과 보좌관 등으로부터 지역 사무소 운영 경비 명목으로 5750만원도 받은 것으로 검찰은 간주하고 있다.

체포동의안이 조속히 국회에 접수될 경우 23일 본회의에 보고된 후 30일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들어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이어 세 번째다.

정치권에선 하 의원 체포동의안으로 오히려 민주당이 더 큰 부담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이기 때문에 어느 당 의원이 찬반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의 방향타는 169석의 거대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가지고 있어 결과 후폭풍도 더 거세게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당은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부결시켜놓고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가결시킨다면 ‘내로남불’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이번 하 의원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경우 앞으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계속 국회로 넘어올 때 뒷감당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하 의원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자진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갈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그는 “만약 하 의원이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자진 영장심사를 받으러 갈 경우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나 노웅래 의원과 더 대비될 것”이라며 “국민 여론도 민주당에 부정적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이 대표 때와 마찬가지로 부결된다고 해도 민주당은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차원의 ‘제 식구 감싸기’나 ‘부패 옹호’로 비칠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지검이 하영제 국회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26일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오전 출근자가 없는 하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창원지검이 하영제 국회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26일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오전 출근자가 없는 하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오히려 부담 적은 與…“불체포특권 포기가 사실상 당론”

물론 국민의힘도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수당인 만큼 표결 방향타를 쥐고 있진 않아 상대적 부담감은 덜하다. 또 하 의원은 초선 의원으로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계파색이나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평이 많다. 그렇기에 하 의원의 사법처리가 국민의힘에 미칠 타격도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민의힘에선 ‘읍참마속’이라며 칼을 빼든 모양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각자 헌법기관으로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되 우리는 여러 차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의 결정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당론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의당은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무조건 가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하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도 이재명 대표와 똑같은 잣대를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의힘 어떤 판단을 하는지, 김기현 대표 말씀에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 해볼 기회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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