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4년 만에 적자 우려에도 무감산 기조 유지하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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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손실 4조원대 전망…연간 적자는 8조원?
‘무감산’ 전략으로 D램·낸드 점유율 소폭 상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한파가 예상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조짐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적자가 최대 4조원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서다. 연간으로는 8조원 수준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14년 만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무감산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메모리 업황 개선을 위해선 삼성전자도 감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반도체 부문 실적이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2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적자를 면했지만 올 들어 업황이 예상보다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4조1250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D램과 낸드 메모리의 비트그로스(반도체 출하량 증가율)가 각각 15, 10% 감소하고 ASP(평균판매단가)는 각각 21%, 2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메모리 업계의 재고 일수는 6개월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판매량과 판매단가는 떨어지고 있지만 재고는 쌓이는 형국이다.

지난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1분기 영업손실을 2조8000억원으로 내다봤던 KB증권은 한 달 만에 수치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4조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본 것이다. 현재 증권사들이 제시한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손실 추정치는 최소 1조960억원(현대차증권), 최대 4조4710억원(대신증권)에 이른다.

증권가는 연간 적자도 7조~8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 전환 시점이 오는 하반기로 예상되는 만큼 적자가 누적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 업체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감산에 돌입했지만 삼성전자는 ‘무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33.8%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지켰다. 전분기보다 2.4%포인트 오른 수치다. 반면 키옥시아, SK그룹(SK하이닉스, 솔리다임) 등은 1%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D램 부문에서도 점유율 확대가 이뤄졌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40.7%에서 4분기 45.1%로 4.4%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28.8%에서 27.7%로, 미국 마이크론은 26.4%에서 23%로 하락했다. ‘무감산’을 통해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성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가격 반등을 위한 추가 감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 TSMC,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등 글로벌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찾아온 반도체 수요 감소로 올해 설비 투자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생산량 감축에 돌입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동참해 재고 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라도 업황의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려면 업계의 공급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추가적인 재고 상승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추가적인 감산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자연적 감산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15일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주주총회에서 “설비 투자는 시황 변동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제품 라인업 효율화, 라인 설비 호환성 강화 등 투자 효율 제고와 체질 개선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투자를 통해 초격차 유지 전략도 이어갈 뜻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반도체 투자를 위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차입했고, 2042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300조원 투자 계획을 공개하는 등 반도체 투자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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