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재명 ‘배임·뇌물’ 혐의 기소했지만…‘428억 약정’ 빠졌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2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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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등 4895억원 배임, 성남FC 후원금 133억 뇌물 혐의
檢, 난항 겪는 약정설 추가 수사…치열한 법정 공방 예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며 원고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며 원고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수사 1년6개월 만에 의혹 정점에 있던 이 대표에 대해 천문학적 규모의 배임과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검찰은 최대 쟁점 중 하나인 '428억원 약정설'에 대해서는 이번 기소 대상에서 제외,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대장동 개발사업 일정과 방식, 서판교 터널 개설 계획, 공모지침서 내용 등 직무상 비밀을 흘려 민간업자들에게 7886억원의 이익을 몰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표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도록 지시, 개발 시행사 지분 절반을 가진 공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2013년 11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도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부당 이득 211억원을 얻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구단주로서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후원금 사건 공범으로 적시해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혐의와 관련해 이 대표를 총 3차례 소환 조사한 뒤 지난달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같은달 27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고, 보강 수사를 벌인 끝에 이날 재판에 넘겼다. 

검찰 ⓒ연합뉴스
검찰 ⓒ연합뉴스

다만,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 대표 측에 천화동인 1호의 숨은 지분(428억원)을 약정했다는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에 대해서는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선 경선 자금 8억4700만원을 남욱 씨에게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역시 기소 범위에 포함하지 않았다. 

검찰은 428억원 약정설 등 이번에 제외된 주요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김만배씨가 거듭 428억원은 이 대표가 아닌 자신의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입증에 난항이 예상된다. 

만일 428억원 실소유주를 이 대표로 특정하지 못한다면 이 대표가 받고 있는 천문학적 배임 혐의와 관련한 '범행 동기'는 물론 민간업자와의 유착 고리 자체가 약해지기 때문에 공소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공약 이행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누리려는 목적으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고 보고 있지만, 재판부가 검찰 측 주장을 그대로 인정할 지는 불투명하다.   

이 대표는 검찰 기소와 관련한 작심 발언을 쏟아내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저에 대한 기소는 '답정기소'(답이 정해진 기소)"라며 "시간을 지연하고 온갖 압수수색 쇼, 체포영장 쇼를 벌이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다가 이제 정해진 답대로 기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결국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혐의와 관련한 공판은 이르면 오는 5월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이 대표는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로 기소돼 격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기소된 혐의 관련 공판이 더해져 사실상 이 대표는 매주 법원에 출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백현동 부지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 대표에 대한 추가 구속영장 청구 등 사법리스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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