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심하네”…광양시, 매화축제 과잉홍보 빈축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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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122만 상춘객 불러 모아”…‘선택적 홍보’ 논란
극심한 ‘교통체증’ 빼고 ‘방문객 수’만 갖고 성과홍보 치중
관광객들 ‘황당하다’ 반응…시민 “들고 날 때 구분 못해”

전남 광양시가 최근 끝난 매화축제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과잉 홍보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행사 기간 내내 극심한 교통체증 등으로 상춘객들로부터 큰 불만을 샀으면서도 정작 홍보자료에는 기반시설이 미진했던 점은 쏙 빼놓고 역대 최대 상춘객을 불러 모았다고 시정을 홍보하는 내용만 잔뜩 실으면서다. 

이에 평소 광양 시정에 우호적이었던 시민들조차 “들고 날 때를 구분 못한 홍보”라며 혀를 찼다. 방문객들이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요금과 극심한 교통체증에 애를 먹는 등 큰 불편을 호소했는데도 사리에 맞지 않게 ‘선택적 홍보’에 열을 올려 행정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남 광양시가 최근 끝난 매화축제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과잉 홍보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행사 기간 내내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상춘객들로부터 큰 불만을 샀으면서도 홍보자료에는 축제 기반시설 확충에 미진했던 점은 쏙 빼놓고 역대 최대 상춘객을 불러 모았다고 시정을 홍보하는 내용만 실은 탓이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는 매화축제장 일대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광양시가 최근 끝난 매화축제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과잉 홍보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행사 기간 내내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상춘객들로부터 큰 불만을 샀으면서도 홍보자료에는 축제 기반시설 확충에 미진했던 점은 쏙 빼놓고 역대 최대 상춘객을 불러 모았다고 시정을 홍보하는 내용만 실은 탓이다. 3월 16일 오후, 광양매화축제장 일대가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반성없는 성과 홍보 보도자료 ‘구설수’

광양시는 20일 ‘22회 광양매화축제, 역대 최대 122만 상춘객 불러 모으며 대단원 막 내려’라는 제목으로 A4용지 2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선진국형 축제경영 방식인 스폰서십, ‘리버마켓@섬진강’ 등 새로운 시도 돋보여‘라는 부제도 달았다. 그러나 자료가 시종일관 ‘적극 반영했다’‘다각적 변화를 시도했다’‘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한층 즐겁게 만들었다’감동을 선사했다’ 등 자화자찬 일색이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시는 자료에서 전 국민의 기대와 성원 속에서 지난 10~19일까지 열흘간 개최된 광양매화축제가 역대 최대 누적 122만 여명을 불러 모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재개한 매화축제가 방문객 수에서 전국축제로 발돋움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싶은 뜻으로 읽힌다.  

이어 광양, 구례, 하동, 곡성 등 섬진강권 4개 지자체의 ‘섬진강관광시대 원년’ 선포로 축제 의미를 확장했다고 평가했다. 또 ‘4년만의 재회’를 컨셉으로 ‘광양은 봄, 다시 만나는 매화’라는 슬로건 아래 소규모, 오픈형, 청정 등 엔데믹시대 관광트렌드를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유료체험존과 유료주차장 운영 등 수익 창출형 축제로 전환하고 선진국 축제경영 방식인 스폰서십을 최초 도입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다각적 변화를 시도했다고도 했다. 스폰서십을 활용한 ‘황금 매화 GET(겟)’은 관내에서 사용한 3만원 이상 영수증에 500만원 상당 황금매화 등의 경품을 주는 빅 이벤트로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고 자평했다.

특히 축제장과 다소 떨어진 둔치주차장 이용을 유도하는 한편 축제장 가는 길을 한층 즐겁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 지구적 화두인 ESG 프로그램과 셔틀버스 운행, 관광 약자를 배려한 휠체어와 유모차 대여 등 모두를 위한 관광수용태세도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고 자료에 나와 있다.

전남 광양시가 최근 끝난 매화축제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과잉 홍보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방문객들은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요금과 교통체증에 애를 먹었는데도 사리에 맞지 않게 ‘선택적 홍보’에 열을 올려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양 홍매실농원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광양시가 최근 끝난 매화축제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과잉 홍보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방문객들은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요금과 교통체증에 애를 먹었는데도 사리에 맞지 않게 ‘선택적 홍보’에 열을 올려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3월 16일 오후, 광양 홍매실농원 전경 ⓒ시사저널 정성환

‘과잉 홍보’라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방문객은 고통호소, 행정은 ‘자화자찬’

광양시의 홍보에 축제장을 다녀 온 관광객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광양매화축제를 다녀 온 김아무개(48·전북 전주시)씨는 “4년 만에 재개된 올해 매화축제가 역대 최대 상춘객을 불러 모은 만큼 광양시 입장에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런데 마치 축제가 관광객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너무 속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특히 축제장과 다소 떨어진 둔치주차장 이용을 유도하는 한편 축제장 가는 길을 한층 즐겁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광양시의 자평에는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마치 수출선적을 앞둔 차량을 야적장에 차곡차곡 쌓듯이 섬진강 둔치에 마련된 주차장에 유도돼 기분이 언짢았는데 그나마 치를 빼내 되돌아가기도 힘들어 땡볕에 2~3㎞나 되는 거리를 흙먼지 뒤집어쓰며 행사장까지 걸어간 심정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너희가 야적장에 차곡차곡 쌓인 기분 아느냐”

광양 시민들의 반응도 썩 좋지 않다. 한 시민은 “방문객들이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요금과 교통체증에 애를 먹었는데도 사리에 맞지 않게 ‘선택적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교통난 해소는 축제행정에 속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광양의 이미지가 훼손됐는데도 마치 큰 성과를 거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도대체 이런 황당한 홍보에 나선 것 자체가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다”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해당 홍보자료에는 교통난 해소를 위한 광양시의 노력이 빛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축제 첫 주말이었던 지난 11일에는 당일에만 17만여 명이 다녀가는 등 역대 최대 인파를 기록해 시는 무료셔틀버스 증차 등 안전한 축제장 조성을 위한 대책에 나서기도 했다. 광양매화축제를 즐길 수 있는 주말 광양시티투어의 폭발적 호응에 투어버스를 늘리고 평일에도 10인 이상 예약 시에는 운영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기도 했다고 적었다. 

시는 방문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화장실 추가설치, 불법 노점상과 야시장 단속, 바가지요금 근절 등 즐겁고 쾌적한 축제장 환경을 위해 축제 마지막까지 행정력을 총동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축제 개막 전부터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수월정, 신원교차로 등 주요 구간 교통상황을 실시간 제공해 시민과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전남 광양시가 최근 끝난 매화축제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과잉 홍보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방문객들은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요금과 교통체증에 애를 먹었는데도 사리에 맞지 않게 ‘선택적 홍보’에 열을 올려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화축제장에 이르는 도로가 밀려 든 차량으로 혼잡을 빚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광양시가 최근 끝난 매화축제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과잉 홍보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방문객들은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요금과 교통체증에 애를 먹었는데도 사리에 맞지 않게 ‘선택적 홍보’에 열을 올려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화축제장 주변 도로가 밀려 든 차량으로 혼잡을 빚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축제장까지 5㎞ 편도 1차선 ‘도로 주차장’ 방불

하지만 당시 현장 상황은 달라 광양시 행정 신뢰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 개막 이튿날인 11일 오전 11시부터는 다압면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부터 축제장까지 약 5㎞ 길이의 편도 1차선 도로가 주차장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일부 운전자들은 도로 옆 좁은 주차 공간이 보이면 차량을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하기도 했다. 평일인 15일에도 행사장 입구 2㎞ 전방에서부터 1시간가량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외지에서 승용차나 관광버스를 이용해 온 상춘객들은 강변 둔치에 마련된 1~4 주차장에서 행사장까지 2~3㎞를 땡볕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걸어야만 했다. 

급기야 광양시는 축제 이튿날 17만의 상춘객과 5만여대의 차량이 몰려 교통마비가 되자 ‘방문객의 자제를 요청한다’는 공지문을 시 홈페이지에 올리고, 남해고속도로 옥곡IC 부근에 현수막을 걸었다. 방문 자제 요청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교통대책이었던 셈이다.   

 

‘방문 자제 요청’이 유일한 교통대책?

축제장을 다녀 온 관광객들은 격앙된 반응을 내놓았다. “안 그래도 (섬진강 둔치 주차장에서 매화농원까지) 걸어서 짜증나는데 차 빼는데 2시간 걸렸다. 100미터 이동하는데 50분…공터에 주차한 거라 먼지가 엄청 많음. 창문 못 열고 에어콘으로 버팀. 주차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출구에서 가까운 쪽은 다 빠지고 먼 쪽은 오래 걸린 것. 진심 욕 나옴.” 한 네티즌이 시사저널이 지난 16일 보도한 ⟪“팝콘인가 매화인가”…지금 광양은 ‘매화향연’⟫ 제하 기사에 단 댓글이다. 다른 네티즌도 “매화 다 보고 12시쯤 나오는데, 고작 3㎞를 빠져 나오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며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평가했다. 

매화축제가 마지막 열렸던 4년 전에도 반복됐던 교통체증과 주차난은 올해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탓에 축제장을 찾은 상춘객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아전인수식 인식으로 축제장 교통난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향후 대책이나 정책 대안조차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남 광양시가 최근 끝난 매화축제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과잉 홍보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방문객들은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요금과 교통체증에 애를 먹었는데도 사리에 맞지 않게 ‘선택적 홍보’에 열을 올려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3월 16일 오후 광양시 다압면 홍매실농원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전남 광양시가 최근 끝난 매화축제에 대해 자화자찬 일색의 과잉 홍보 논란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방문객들은 일부 음식점의 바가지요금과 교통체증에 애를 먹었는데도 사리에 맞지 않게 ‘선택적 홍보’에 열을 올려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3월 16일 오후 광양시 다압면 홍매실농원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에 방문객 수에 따른 성과 홍보에 앞서 광양시가 축제 기반시설 구축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양시 다압면에 사는 한 주민은 “사유지를 매입하거나 일시적으로 임대해서 주차장을 대폭 확충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진출입로를 4차선으로 차선을 넓히는 등 좀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매년 반복되는 교통지옥을 피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내부 문제에 좀처럼 나서기를 꺼려하는 공직사회조차도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공무원은 “축제를 즐기기 위한 물적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한두 시간 눈요기 관광에 지나지 않는 현 매화축제는 지역민 불편만 초래할 뿐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보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반쪽짜리 행사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남 한 대학교수의 말이다. “축제 성공여부는 주최자 입장에선 방문객의 수가 어느 정도인가가 중요하지만 축제 참여자나 방문객의 입장에서는 관람이나 서비스 질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꼈는지 하는 점이다. 지역사회 입장에서는 축제가 지역사회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되며, 문화적 영향은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축제의 성공여부를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광양매화축제는 방문객과 지역사회 입장을 소홀히 다룬 측면이 두드러진데도 관광 편의 제공과 축제 기반시설 확충에 치중하기보다는 성과중심 홍보에 치중해 논란을 자초한 감이 없지 않다.”

 

광양시 “방문객 폭증 예측 못해…불편 드려 안타까워”

이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코로나로 중단됐다가 4년 만에 개최하다보니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올지 미처 예측하지 못해 충분하게 편의를 제공하지 못한 점 등을 반성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향후 드러난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행정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자화자찬 일색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음 달에 열릴 예정인 축제 결과 보고회에서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을 도출한 다음 발표하기 위해 이번 보도자료에는 불가피하게 성과 중심으로 작성했다는 점을 널리 이해 부탁드린다”며 “방문객들의 불편 사항을 충분히 검토해 더 나은 축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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