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인적분할 초읽기…주주 문턱 넘을 수 있나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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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마법’ 우려 목소리…소액주주 비중 55%
사면 받은 장세주 회장도 복귀…“준법경영 기대하기 어려워”
동국제강이 오는 5월 인적분할 승인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동국제강이 오는 5월 인적분할 승인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연합뉴스

동국제강이 증권신고서를 공시하며 인적분할에 본격 돌입했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자사주 마법’으로 인해 대주주 지배력이 강화돼서다. 이 같은 주주 반발을 의식해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년보다 100원 늘어난 주당 500원의 배당 확대 안건을 처리한다. 아울러 횡령, 배임, 원정도박 등의 혐의로 물러난 장세주 회장이 사내이사로 복귀한다는 점도 주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사다.

동국제강은 지난 21일 인적분할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존속법인인 지주사 동국홀딩스와 신설회사인 열연사업회사 동국제강, 냉연사업회사 동국씨엠 등 3개 법인으로 분할한다는 계획이다. 동국제강 측은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사업부문의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지속성장을 위한 전문성 및 고도화를 추구하며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경영안정성을 증대시키고자 한다”며 분할 목적을 밝혔다.

인적분할은 지분율에 따라 신설 회사의 지분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지배력은 강화되지만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희석될 수 있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동국제강은 자사주를 4.12%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뒤 지주회사는 신설되는 자회사에서 의결권 있는 신주로 자사주 몫만큼을 배정받는다.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셈이다. 동국제강 측도 증권신고서를 통해 “분할 존속회사의 최대주주인 장세주 회장 및 특수관계인 등은 분할 신설회사의 지분 30.36%를 보유하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는 “동국제강이 인적분할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분할존속회사에 배정한다면 자사주가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회사의 공공재산인 자사주가 전체주주가 아닌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대에 활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국제강의 인적분할 비율이 지주사보다 사업회사가 높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경우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사 주식으로 맞바꾸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하면 오너 일가 지분도 대폭 상승하게 된다. 분할 비율은 동국홀딩스 16.7%, 동국제강 52.0%, 동국씨엠 31.3%다.

이미 오너 일가는 인적분할을 앞두고 지배력 확대를 위해 증여를 단행했다. 이달 초 장세주 회장은 장남인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와 차남인 장승익 씨에게 각각 지분 20만 주, 10만 주를 증여했다. 장 전무와 장승익 씨의 동국제강 지분은 각각 1.04%, 0.47%로 증가했다.

지난 14일에는 장세욱 부회장이 자녀 장훈익, 장효진씨에게 각각 35만 주씩 동국제강 주식을 증여했다. 두 자녀들의 지분은 0.52%로 늘어났다. 4세들의 지분율을 높여 신설회사의 지분을 활용해 지주사인 동국홀딩스의 지분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회사자금을 횡령해 원정도박을 벌인 협의로 구속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2015년 5월7일 새벽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자금을 횡령해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이 2015년 5월7일 새벽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적 감소에도 배당 확대…55% 차지하는 소액주주 의식?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가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소액주주 달래기에 들어갔다. 동국제강은 오는 24일 주총에서 1주당 배당금을 전년보다 100원 높은 500원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약 20% 가량 감소했음에도 배당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동국제강은 배당 규모를 2021년 200원에서 지난해 400원으로 늘린 바 있다.

동국제강이 수년째 배당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설득을 끌어내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달 인적분할을 시도했던 현대백화점의 경우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반대로 안건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동국제강 주식의 소액주주 비중은 55.62%다. 국민연금은 5.99%의 동국제강 지분을 갖고 있다.

오는 5월 인적분할을 위해 열리는 임시 주총에서는 장세주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건도 다뤄질 예정이다. 2015년 장 회장은 횡령, 배임, 원정도박 등 혐의로 구속됐고 이듬해 11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4억여원 등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8년 4월 가석방된 장 회장은 5년 간 취업제한을 받아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광복절 사면으로 복귀가 가능한 상태다.

장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회삿돈을 횡령한 동국제강에 취업이 제한됐지만 미등기회장으로 계속 재직했으며, 2018년 4월 가석방 후에는 상당한 보수를 지급 받아 논란을 빚었다”며 “준법경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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