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세움과 개선문에서 市政 안목 키운다는 대전시의원들
  •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sisa4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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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이 세금 써서 패키지 관광해도 아무 제재 없어
민주당 대전시당 “패키지 여행식 해외연수 없애야”
지난해 12월 진행된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의원 5명의 파리 트램 운용 현장 방문 모습 ⓒ대전시의회
지난해 12월 진행된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의원 5명의 파리 트램 운용 현장 방문 모습 ⓒ대전시의회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산건위) 의원 5명은 지난해 12월19일부터 8일간 일정으로 스페인과 프랑스를 방문했다. 트램의 장·단점과 운영상황을 점검한다는 명목이었다. 이들은 도심 재생 지구를 방문하고 트램을 탑승했다. 하지만 도심 재생 지구 기관이나 트램 운영사를 방문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22일 “각 도심 재생 지구의 성공사례는 물론 트램 운영방안 등에 대해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들의 현황설명 등을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면서 “여행사의 패키지여행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들이 낸 해외연수 결과보고서 30쪽 중 실제 방문 성과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은 극히 소수였다. 그나마도 “전통시장 안내도 도입의 필요성을 느꼈다” “전자저울을 사용해 시장의 신뢰도를 높였다” 등 대전시가 진행 중인 정책 내용이 위주였다. 

공무 연수를 다녀오면 15~30일 안에 보고서를 의장에게 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어기거나 연수 내용이 비슷한 기존 보고서를 대충 짜깁기해 눈속임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30쪽에 달하는 산건위 보고서는 타 기관과 전임 시의회 해외연수 결과보고서, 각종 언론 보도 등을 짜깁기했다”고 했다. 

민주당 대전시당에 따르면, 산건위 보고서 내용 중 바로셀로나 트램과 관련해선 2016년 대전시 시의회 해외 연수보고서를 짜깁기했다. 라발지구는 2017년 대전시의회 연수 결과보고서와 경북 성주신문이 2019년 기획 보도한‘바르셀로나 라발…우범지역이 청춘들의 명소로 거듭나다’라는 기사를 베꼈다.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소개한 바로셀로나 22@혁신지구는 2021년 7월 광주시 북구청 ‘대학타운형 재생뉴딜사업센터’가 작성한 도시 재생 사례를 그대로 옮겼다. 이시레몰리노지구는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시공사의 국외 출장보고서, 소피아 국립 박물관은 광주일보가 2017년 보도한 ‘도시재생 모범 사례 현장을 가다’ 기획 기사와 글자 한 자 틀리지 않았다.

외유성 연수가 특히 논란이 됐다.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행자위) 의원 5명도 지난해 12월18일부터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를 6박8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행자위는 당초 계획서에서 7일 차에 로마관광청을 방문해 도심 관광자원을 벤치마킹한다고 했다. 그러나 로마관광청을 방문하지 않고, 현지에서 일정을 변경해 콜로세움과 개선문 등 관광지를 다녔다. 특히 행자위는 8일 동안 일정 중 4일 차부터 사전 공개한 계획을 변경해 진행했는데, 일정의 절반가량을 왜 변경했는지 결과보고서에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은 해외여행임이 드러났다”며 “일정이 변경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방의원 연수제도는 1991년 지방의회가 30년 만에 부활하고, 1996년 관련 규정이 생기면서 활발해졌다. 시·도의회 의원들이 해외를 나가려면 의장 결재를 통과하면 된다. 일부 지자체는 조례에 단순 목적의 국외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하지만,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현재 의원들의 외유를 통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각 지방의회의 외유성 예산 집행 상황도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도 지난 11일 호주와 뉴질랜드 해외연수를 떠났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선진사례를 견학하러 간다는 복지환경위원회도 방문지 기관 면담자가 정해지지 않아 ‘보여주기식’ 국외 출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했다. 

흔히 ‘연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지자체 의원의 공무 국외 여행이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 나오는 내용이라 굳이 1인 400~500만원, 모두 1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써가며 해외연수를 갈 필요가 있나 하는 해외연수 무용론이 대두된다”며 “패키지 여행식 해외연수는 완전히 없애야 한다. 충분한 사전 준비와 세밀한 프로그램 등으로 선진 지방자치를 제대로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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