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이제는 反日이 아닌 克日·勝日을 말할 때다”
  • 감명국·이원석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7 10:05
  • 호수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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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尹 대통령 방일 특별수행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일본은 우리를 견제하고 버거워해…우리가 소극적일 이유 없어”
“공천 파동은 늘 총선 패배로 이어져…승리 도움 된다면 이준석 포용해야”

정국이 다시 가파른 대치 상태로 얼어붙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3월16일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역사적 결단”과 “굴욕적 외교”라는 여야 주장이 팽팽히 맞서있다. 3월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불구속 기소를 놓고도 양측은 “토착비리 부정부패 종합판”과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탄압”이란 논평으로 상대를 공격했다. 이준석 전 대표 징계 등으로 인한 당 내홍을 정리하고 일사불란한 친윤 체제로 전열을 정비한 국민의힘과 ‘당헌 80조’ 예외 조항을 적용키로 하며 ‘이재명 방탄’에 나선 민주당의 대결 국면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재명 수사, 3·8 전당대회, 한일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숨가쁜 정국에서 이 모든 과정을 한가운데서 관통한 이가 바로 정진석 의원이다. 그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죽창가와 개딸이라는 방탄복으로 사법 처리를 피해 갈 수 없다”고 직격했고, “전당대회의 높은 투표율을 보며 당심 폭발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이번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특별수행했던 그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 비판 여론에 대해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5선 중진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냈고, 자신의 지역구인 ‘충청’을 내세우며 늘 양 진영(여와 야, 또는 주류와 비주류 등)의 화합과 중재를 강조했던 정 의원은 왜 요즘 들어 부쩍 여권의 강경한 목소리를 주도하는 것일까. 시사저널이 3월21일 정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사저널 이종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3월21일 국회 의원실에서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정상회담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간 지나면 분명 역사적 평가 있을 것”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위한 일본 방문에 대통령을 특별수행했는데, 현지에서 직접 어떤 분위기를 느꼈나.

“어쨌든 12년 만에 한일 정상이 공식 테이블에서 마주한 것이다. 그 직전 양국 관계라는 게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경색 국면, 냉각 상태를 거듭해 왔던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되겠다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이었다. 일본도 약간 당황하면서 환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 아니었겠나. 실제로 의장대 사열이라든지 공항에서 숙소까지 전 구간 철통 경호를 한다든지, 실무 방문이었지만 국빈 방문에 준하는 예우를 갖추려 노력하는 게 보였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 오부치 유코 자민당 중의원(일한의원연맹 부회장)을 초치해 윤 대통령께 인사를 하게 한 점이라든지 상당히 일본 쪽으로서도 배려하고 정성을 다하는 게 엿보였다.”

오부치 전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통해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해 반성과 사과 표명을 했다.

방일 기간 동안 여러 일정을 함께했을 텐데,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나.

“일본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당 안에 일한의원연맹을 별도의 당 기구로 만들어 한국의 민주당을 설득하겠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의 딸이 윤 대통령에게 한국어로 인사하는 동영상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가 일본에서 찬사를 많이 받았다. 의상이나 외모 등이 굉장히 돋보였고, ‘트렌디 레이디’라고 칭하더라. 김 여사에게 시선이 많이 갔다. 이렇듯 국제무대 외교에서 부부 동반의 외교가 펼쳐지는 건 굉장한 스트롱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이번 한일 회담이 좀 속도감 있게 진행되지 않았나. 마침 또 정 의원께서 사전에 일본을 먼저 방문한 것으로 아는데.

“원래 방문 목적은 일본 의원들과 WBC 한일전 야구를 관람하는 것이었다. 방문한 자리에서, 제가 또 한일의원연맹 회장이니까 의례적으로 이번 회담이 잘 성공할 수 있도록 협조를 바란다는 얘기를 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자민당 관계자들을 만나서 일본의 성의 있는 자세를 요청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선 의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니 12년 만에 열리는 정상회담이 성공하도록 협조를 바란다는 정도의 원론적 얘기를 한 것이다. 측면 지원 정도다. 제가 교섭의 당사자가 아닌데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4월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는데.

“그때 저를 특사로 보내면서도 윤 대통령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 ‘한일 관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1998년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쪽으로 한일 외교 목표를 삼아야 한다.’ 그렇게 일본을 방문해 조야의 주요 인사 60여 명을 만났다. 기시다 총리, 작고한 아베 신조 전 총리 등. 당시 면담 요청을 거절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때 당시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는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외무상도 총리도 만나지 못한 채 대사관에만 머물러 있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우리와의 대화를 완전히 단절한 그런 상태였다. 우리가 노크한 것이다.”

그때의 일본과 이번 방문 때의 일본 분위기가 많이 달랐나.

“그렇다. (지난해) 우리를 (일본 인사들이) 반기긴 했지만, 사실 그때도 허심탄회한 대화는 안 됐다고 봐야 한다. 아베 전 총리와도 40분간 만났는데 이렇게 말하더라. ‘기시다(현 총리)가 외무대신일 때 내 밑에서 함께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준비했던 사람이다. 누구보다 그 문제를 잘 안다. 나로서도 몇 날 몇 밤을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서 정치적 결단을 내렸던 게 위안부 합의인데, 결과적으로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너무도 유감이다. 정부 대 정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국이 좋지 않은 여론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다만 당시 저는 아베 총리에게 고장난명(孤掌難鳴·손바닥 하나로는 손뼉 소리가 날 수 없다)과 줄탁동시(啄同時·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려면 안에서 쪼고, 밖에서도 어미 닭이 도와야 한다)의 방식이 아니면 (한일 관계를) 풀 수 없다는 얘길 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안’으로부터 시작된 지금의 한일 관계 개선 과정에 대해 우리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데.

“저는 일본을 넘어서서 미래로 가는 게 극일(克日)이고 승일(勝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1965년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할 당시와 다르다. 일본은 이제 우릴 견제하고 우릴 버거워 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일 관계에서 우리가 소극적일 이유가 없고 훨씬 당당해야 한다. 감정적인 콤플렉스에 얽매인 반일주의, 이건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 감정적으로 이를 갈아봐야 일본에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한다. 우리만 아파하고 상처받을 뿐이다. 일본과의 과거를 기억하되, 미래를 위해 과거사를 넘어서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을 포용하고 허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길이고 우리 미래세대의 이익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로도 여론은 매우 부정적인 듯하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한 것이다. 국익과 미래라는 두 가지 개념을 가지고서 정말 담대하고 대승적인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사실 손해를 보는 이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됐고, 과거 정권 때 ‘폭탄 돌리기’ 하던 걸 윤 대통령이 용기를 내 해결하고자 나선 것이다. 그렇기에 당장은 저항을 받고 점수를 못 받을진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역사적 평가가 분명 있을 거라고 저는 기대하고 있다.”

정진석 의원은 인터뷰 이틀 뒤인 3월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WBC 결승전 미국 대 일본 경기를 한국 국민들은 50대50으로 양국을 똑같이 응원했다는 방송 멘트를 들었다”면서 “20·30대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다. 이들은 중국과 북한을 더 싫어한다. 미국 등 서방의 세계전략이 봉쇄정책 신냉전으로 바뀌고 있는 지금의 국제질서에서 우리도 선택의 시점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이 더 이상 등거리 외교를 용인하지 않는다. 결국 우리로서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가치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전략적 판단에서 새로운 한일 관계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추가적으로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나 독도 문제 등이 논의됐다는 보도가 거듭 일본에서 나왔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도 불거졌다. 대통령실에선 부인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상회담 자리에는 제가 배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다뤄졌는지 모르지만, 대통령실 얘기를 믿어야 한다고 본다. 어떤 경우도 대통령실이 거짓말하고 날조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이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논의가 없었던 거다.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와 관련해선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작심하고 써와서는 윤 대통령 앞에서 읽더라. 누카가 회장은 후쿠시마와 인접한 이바라키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거기에 대해 윤 대통령이 명확하게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대한민국의 전문가를 검증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 또한 방법이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야권에선 ‘굴욕 외교’라고 비판하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길거리에 나가서 삼전도의 굴욕이다, 제2의 이완용이다 비난하는데,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대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70년 전 수준에 계속 머무를 건가. 그게 국익에 맞는다고 생각하나. 이제 극일·승일을 해야지 반일(反日)은 없다. 반일·친중(親中)은 민주당의 언어지만, 국민의힘은 극일·협중(協中)이다. 민주당의 반일 선동 운동은 반미 운동의 소극적 표현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지난 3·8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었다. 전대 때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소회가 어땠나.

“태영호 최고위원이 (당선)될 거라고 예상을 못 했었다. (탈북민 출신인) 태 최고위원은 사실 좀 외로운 그늘이 있다. 여기에 친인척이나 친구들도 없지 않나. 단기필마 실력으로 거기까지 갔다는 건 대단한 사건이다. 갑자기 울컥해서 같이 끌어안고 잠시 울었다. 제가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을 맡을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계속 고사하면 비겁해 보일 것 같아서 맡았다. 맡자마자 이준석 전 대표가 본인과 관련해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고, 여러 일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 비대위원들의 단합이 잘됐다. 결정적으로, 밀도 있는 토론을 통해 당내 경선을 100% 당원 투표로 바꿨다. 당의 최고 관리자를 뽑는 선거이니만큼 이것은 당원들끼리의 선거로 충분하다고 봤다. 이번에 전당대회 투표율이 55.10%로 사상 최대였다. 100% 당원 투표에 대한 당원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폭발한 거라고 해석한다.”

당원 100% 룰이 윤심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100%로 정하자고 얘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우리 창의력의 결과다. 그것이 결국은 당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렇게 우리는 자평하고 있고 자부심도 갖고 있다.”

전대 과정에서 친윤(親윤석열) 대 비(非)윤 구도가 있었지만, 결국 친윤 지도부가 탄생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해석하나.

“높은 투표율과 당심 폭발, 이런 것들은 결국 향하는 지점이 딱 하나라고 본다. 내년 총선 승리다. 윤 대통령을 국민이 선택했는데 의회의 다수 의석 구조에 밀려 윤석열호가 번번이 활주로를 박차고 이륙을 못 하고 있는 장면을 생생히 목도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당원들은 내년 선거를 기필코 승리로 이끌어 윤석열호를 힘차게 이륙시키는 걸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런 당원들의 총의로 윤 대통령 중심의 인맥으로 지도부가 구성된 거라고 본다. 호사가들은 대통령실에서 일거수일투족을 다 관여할 거라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계와의 갈등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제가 이 전 대표하고 갈등이라면 갈등도 빚은 적이 있지만, 저는 항상 이 전 대표를 우리 당의 좋은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를 일관되게 해왔다. 새 지도체제가 다 새롭게 정비된 마당에 옛날 얘기를 굳이 할 필요도 없고, 총선 승리를 위해 이 전 대표가 힘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함께 가는 것이 옳다.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제거한다는 것은 해당행위라고 생각한다. 첫째도 둘째도 총선 승리, 기승전 총선 승리다.”

친윤 지도부 탄생으로 차기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늘 실패한 선거에는 공천 책임이 따른다. 용산에서 그걸 모르겠나. 용산이나 우리 당만큼 총선 승리를 갈망하는 그룹은 없을 거다. 총선 승리에 지장을 주는 공천 파동을 만들까. 그런 난센스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최근 민주당 언행 보면 사생결단에 가까워”

비대위원장으로 여당 대표에 있었을 때 야당과의 접촉이나 대화에 어려운 부분이 있었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조차 의회 운영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소위 의회 운영과 사법 리스크를 분리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그 해법은 민주당 스스로 구해야 할 거다.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국민이 보기에 민생과 당면 현안 같은 것들이 사법 리스크 차단을 위한 정치 투쟁 때문에 뒷선으로 밀리는 것에 대한 책임은 순전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져야 될 거다.”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는 리스크이고, 또 정치는 정치로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옳은 말이지만, 그렇게 응할 수 있는 처지인지는 잘 모르겠다. 민주당에서 발신되는 언행의 수위를 보면 사생결단에 가깝다. 국회 운영과 사법 처리 문제를 분리해 달라는 요구를 민주당 내에서도 하고 우리도 하고 국민도 하는 거 아니겠나. 그런데 이 대표가 그렇게 결심을 못 하고 있는 거라고 본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 하면서 제가 봐온 정 의원은 항상 국회에서 대치하는 양 진영의 화합과 중재에 힘쓰는 모습을 보였고, 당내에서도 ‘무계파’를 선언하면서 양 계파를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 당내 위치(비대위원장)가 그래서인지 몰라도 발언 수위가 상당히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이부동(和而不同·주변과 서로 친화하며 지내나 무리를 지어 편향되지는 않음)이 제가 항상 추구하는 제 정치의 자세다. 민주당 이 대표와 맨날 공방을 벌여야 하는 등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됐는데, 아무튼 이 자리를 빌려 제 거친 표현으로 상처를 입은 분이 있다면 이해를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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