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괴물…평생 후회하길” 정순신子 고교 동창생, 서울대에 대자보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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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고 출신 서울대생, 편지 형식 대자보 통해 비판
“잘못 인정 않고 오해라며 변명…죄의 무게 다시 짊어지길”
2월25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2월25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김건희 여사 특검 촉구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에서 한 시민이 아들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인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국가수사본부장에 지명됐다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서울대에 또 붙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정 변호사 아들과 함께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으로, 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던 가해자를 질타하며 "평생 후회하며 살라"는 뼈아픈 말을 남겼다. 

23일 서울대에 따르면, 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에는 전날 '죄인이 한때의 형제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편지 형식 대자보가 붙었다. 작성자는 자신을 '죄인'이라고 칭하며 정 변호사 아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 '민족사관고 22기 출신의 경영대생'이라고 소개했다. 

작성자는 "작은 기숙학교에서 함께 지낸 우리들은 소중한 친구였고, 맞서야 할 경쟁자가 아니라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가족이었다"며 "너(정순신 아들)와 그 친구(학교폭력 피해자) 사이의 문제가 밝혀졌을 때 믿을 수 없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잔혹한 행동에 시달리던 친구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몰렸고, 사건이 일차적으로 해결된 뒤에도 학교에서 끔찍한 일들이 자꾸만 생각난다며 울부짖다가 학교를 떠나 연락이 닿지 않게 됐다"며 피해자가 재학 중 상당한 고통에 시달렸던 상황을 전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은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교폭력 비판 대자보 ⓒ 연합뉴스
서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붙은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교폭력 비판 대자보 ⓒ 연합뉴스

피해자는 동급생인 정 변호사의 아들 A씨로부터 2017년 입학 후 지속적인 언어 폭력을 당했고, 병원 치료와 입·퇴원을 반복하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피해자는 2020년 2월 민사고를 졸업했지만 이듬해와 2021년 3월까지도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등 학교폭력으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타격을 입었다. 

피해자의 삶과는 달리 가해자인 정 변호사의 아들은 강제전학 처분을 받고도 시간을 끌다 2019년 서울 반포고로 전학했고, 수능점수 반영 비율이 높은 정시 전형을 통해 2020년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대자보 작성자는 정 변호사 아들과 그의 부모가 강제전학 처분 불복 등 소송전을 펼친 것을 지적하며 "죄책감이 있으리라 믿었지만 너는 결국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학교와 실랑이하며 시간을 끌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책임을 지지 않으려 잘못을 인정조차 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았고, 학교를 떠나게 된 순간까지도 오해가 있었을 거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이나 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내가 잃은 형제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친형제처럼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는 자기 미래를 위해 다른 형제의 등에 비수를 꽂는 괴물이 돼버렸다"고 직격했다.

작성자는 "네 죄의 무게를 지금이라도 깨닫고 다시 짊어지라. 부디 평생을 후회 속에서 살아가라"는 뼈아픈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서울대에 정 변호사의 아들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게시된 것은 지난달 27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당시 생활과학대학 22학번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정순신의 아들은 윤석열, 정순신과 함께 부끄러운 대학 동문 목록에 함께할 자격이 충분하다"며 정 변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31일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과 후속 대응, 서울대 입학 과정 등에 대한 청문회를 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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