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혁신’ 외친 김기현의 ‘이준석 딜레마’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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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대변인 선발 등 ‘이준석 모방’ 지적에 金측 “개혁에 중도적 입장”
이준석 반발 “기득권 지키려 혁신안 뭉개…대중 이해받기 어려울 것”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김기현표’ 혁신에 나섰다. 청년대변인 선발 등을 통해 집나간 민심을 다시 잡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6대 혁신안’ 실행 여부도 검토 중이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김 대표의 정책 행보가 ‘이준석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대표가 검토 중인 혁신안 대부분이 이준석 전 대표가 추진했던 정책과 유사해서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 측도 ‘이준석색(色)’ 지우기를 통해 정책 차별화에 나선 모양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金, 내 성과 부정해도 딜레마 못 벗어나”

23일 시사저널의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는 최근 청년대변인 선발을 계획하고 있다. 청년층과의 소통 창구를 넓히겠단 취지에서다. 다만 토론 방식과 슬로건 등은 이준석 체제 때의 ‘나는 국대다’ 형식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 대표는 20일 당 최고위 회의 직후에도 “수도권, 청년 민심을 얻는 행보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김 대표는 지난 21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최재형 의원과도 만나 혁신위의 ‘6대 혁신안’을 넘겨받았다. 혁신안의 주요 내용은 ▲공천관리위원회 기능 일부 윤리위 이관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확대 및 공천 부적격 기준 강화 ▲온라인 당원투표제 및 300정책 발안제 도입 ▲당내 상설 위원회 개편 및 특위 활성화 ▲국회의원 중간평가제 도입 ▲비례대표 공천 이원화 및 여의도연구원 개혁 등이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주69시간 근로 논란’, ‘한·일정상회담’ 등 악재로 떨어진 당 민심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일 발표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7.0%를 기록해 전주보다 4.5%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18~29세 청년층 지지율은 33.1%를 기록하며 3주 만에 8.2%포인트나 빠졌다.

다만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계획·검토 중인 개혁안들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정책들과 비슷해 ‘김기현표 혁신’의 색깔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 대표는 “현 지도부에서 소위 ‘이준석 따라잡기’가 시작됐다”며 “청년대변인 선발도 ‘나는 국대다’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PPAT 확대를 비롯해 혁신위가 내놓은 일부 안도 ‘이준석 색깔’이 강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도 ‘나이는 어리지만 이준석에게 배울 것이 많고 아이디어가 많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며 “지금 일시적으로 대표 한번 해보겠다고 이준석의 성과들을 부정하지만 결국 딜레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딜레마 대신 책임감으로 당을 운영하고 버텨야 한다”고 김 대표에게 조언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월2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월20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金측 “혁신위 안 당장 논의 無”…이준석 “기득권 지키기”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김 대표도 이 전 대표와 유사한 정책은 피해가려는 모양새다. 일단 김 대표 측은 혁신위 안을 당장 논의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김기현 대표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 당장 최고위 등에서 혁신위 안을 꺼내서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혁신위가 나왔던 시기는 당이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러다보니 혁신위 안건이 제대로 논의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본인도 개혁에 대해 중도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는 중도적인 이미지도 강하다”며 “개혁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급작스럽게 하기 보단 충분히 논의를 거친 후 시행하는 스타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건에 대한 논의는 당무로도 녹일 수 있고 공천 부분은 총선 기획단을 운영하면서 논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대표 측은 이 전 대표가 핵심으로 내세웠던 ‘기초자격평가(PPAT) 확대’ 안에 대해선 ‘그대로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방침도 내세웠다. ‘PPAT 확대’ 안은 기존에 광역·기초의원후보자에게만 적용했던 PPAT를 국회의원과 광역·기초단체장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PPAT는 앞서 이 전 대표의 주도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처음 시행됐다.

김 대표실 관계자는 “PPAT 취지는 좋지만 총선까지 1년 남짓한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후보자들의 출마 여부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며 “처음 도입될 때도 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견 수렴을 많이 거쳐야 할 것 같다”며 “총선 직전 벼락치기로 하는 것보다 차라리 PPAT를 정례화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해당 주장에 대해 “PPAT 논쟁이 작년에 마무리됐는데도 온전히 수용하지 않는 것은 직을 수행할 최소한의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공천을 마음대로 줘서 자기 세력을 형성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준석색’ 지우기에 매몰될 경우 ‘반쪽’ 혁신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전했다. 그는 “혁신안이 나온 지가 언제인데 바로 검토하지 않는 것은 (혁신안을) 뭉개고 있다가 한 두 가지 받는 척 하면서 잊히길 바라는 셈”이라며 “혁신안에 큰 무리가 없는데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대중들의 이해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의 응답률은 3.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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