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직은 지켰지만 리더십 위기는 계속된다
  • 이원석·박나영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4 10:00
  • 호수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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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된 李대표에 민주당 당헌 80조 예외 적용…7시간 만에 이뤄져 ‘졸속’ 논란
권리당원 수백 명 ‘이재명 대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 주목

검찰이 대장동·위례 개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했다.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중대부패 범죄 혐의 기소다. 민주당은 즉각 당무위원회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정치탄압’이라고 유권해석했다. 민주당 당헌 80조에 따르면 당직자가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경우 직무가 정지된다. 그에 대한 예외 조항이 바로 ‘정치탄압 등의 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다. 이 대표는 이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은 첫 사례자가 됐다.

대표직은 지켰지만, 이 대표가 여전히 ‘지뢰밭’ 위에 서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헌 80조와 관련한 예외 적용 결정은 단 7시간 만에 이뤄지는 등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체포동의안 표결과 기소 등 과정 과정마다 순간의 위기는 벗어났지만, 리더십엔 계속 상처가 생겨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거취 정리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일시적인 상처 봉합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22일 국회에서 열린 굴욕외교 저지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검찰의 기소 내용이 당초 전망보다 빈약했다는 평가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는 3월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이해충돌방지법·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와 측근을 통해 직무상 비밀을 흘려 민간업자들에게 천문학적 부당이득을 몰아줬다는 혐의 등이 적용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구단주로서 2014년 10월∼2016년 9월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 4개 기업으로부터 구단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혐의도 있다.

다만 여러 혐의 중에서도 핵심이 될 수 있는 ‘428억원 약정설’은 이번 기소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몫으로 거금을 약속했다는 의혹이다. 배임 등의 핵심 동기가 될 수 있는 혐의였던 만큼 검찰의 기소가 당초 전망보다 빈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 입장에선 기소가 이뤄진 마당에 그나마 호재다. 검찰의 기소를 지켜본 당내 비명(非이재명)계에서도 아직까진 검찰이 이 대표를 위협할 ‘스모킹건’을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당내 반발은 당초 정치권이 전망했던 만큼 이 대표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비명계 내에선 여전히 이 대표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이 검찰의 정치탄압이라고 할지라도 사법 리스크와 당 운영의 분리를 위해 이 대표가 거취를 정리하는 게 맞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게다가 당내에선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번 당무위의 절차적 문제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유튜버 백광현씨 등 민주당 권리당원들은 3월23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뉴시스

이상민 “졸속 당무위, 다른 의견 막기 위한 것”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이뤄진 날 곧바로 당무위를 즉각 소집해 하루 만에 당헌 80조와 관련한 유권해석을 마쳐 이 대표의 당직 유지를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당무위 소집부터 회의가 열리고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결이 이뤄질 때까지 며칠이 걸리지만 이번 당무위는 단 7시간 만에 그 모든 절차를 마쳤다. 회의에는 전체 당무위원 80명 중 단 30명만 참석했고,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해 참석으로 인정된 인원이 39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무위 결정이 그렇게 속전속결로 이뤄진 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는 것이다.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당내에서 다른 의견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으니 조기에 입막음을 해버려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당무위원들이 전국에 뿔뿔이 있는데 하루 이틀 전도 아니고 당일에 서울로 와서 회의에 참석하라고 하면 얼마나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한 관계자 역시 “당대표가 기소됐으니 긴급한 사안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대표의 ‘뇌물죄 기소’ 건을 현장 참여 30명만으로 이렇게 해치우는 건 전례도 없고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기소 직후 당헌 80조 예외 조항에 대한 해석보다 앞서 이 대표의 직무 정지가 선행됐어야 했다는 견해도 있다. 조응천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잠깐이라도 직무 정치 절차가 있어야 (예외 조항인) 3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대표직 유지 과정을 “과유불급”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당은 당무위에서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지만, 회의 당시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소집 절차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기권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에선 당장 폭발적인 갈등이 벌어지진 않을 거란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일본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한일 정상회담 등으로 인한 여권 지지율 하락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이 대표의 입지가 반등했고, 비명계의 목소리가 쪼그라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상황이 ‘현재진행형’이란 점이다. 얼마든지 추가적인 기소 가능성이 열려 있다. 검찰은 여전히 428억원 약정설 등과 관련한 보강 수사를 통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방침이며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불법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당 지도부가 이번 당헌 80조의 유권해석이 이번 기소에만 해당한다고 설명했기에 추가적인 기소에선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

 

‘제2 구속영장’ ‘잇따른 재판 부담’ 리스크

검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가 다시 한번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월 대장동·성남FC 의혹 관련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이탈표가 무효표에 몰렸지만, 다음 표결에선 가결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가 ‘재판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크나큰 리스크다. 이 대표는 이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한 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추가적으로 기소될 때마다 재판에 대한 부담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당무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며 이 모든 리스크는 결국 다시 리더십의 위기로 직결될 전망이다.

당원 차원의 이 대표 비토 움직임도 포착된다.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수백 명이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시사유튜버 백광현씨를 비롯한 일부 민주당 권리당원은 3월23일 서울남부지법에 이 대표 직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백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당헌 80조는 민주당의 도덕적 우위를 위해 만들어진 조항인데, 이 대표가 당헌 예외 조항으로 기소 이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건 권리당원의 권리를 침해하고 당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가 당직을 일부 개편하면서 수습하려는 생각도 있는 것 같은데 본질은 바뀌지 않고 변죽만 울리려는 것으로 수습이 제대로 될 수 없다”며 “이 대표가 소통을 활발히 한다는 얘기는 하는데 실제 체감도 안 되고 어떤 생각도 바꾸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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