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등 美 대형은행, 직원들에게 “타은행 위기 악용 말라”
  •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hee_423@naver.com)
  • 승인 2023.03.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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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취약한 은행서 예금 646조 유출…SVB 사태 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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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들이 시장 안정을 위해 직원들에게 "다른 은행의 위기를 악용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최근 미 중소은행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 등 금융 불안이 확산하자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 내부에서는 시장 안정을 위해 "다른 은행의 위기를 악용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2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지난 13일 전 직원에게 보낸 메모에서 "위기나 불확실한 상황을 이용하는 모습을 결코 보여서는 안 된다"며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해당 은행의 개인·기업금융 부서 경영진도 같은 날 직원들에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금융기관 고객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

씨티그룹도 다른 은행이나 시장의 풍문에 대해 추측하지 말고 고객과 상담할 때 다른 은행의 상황 등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지침을 간부들에게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경영진도 곤경에 처한 금융회사의 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활동은 물론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떤 행위도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웰스파고의 소비자·소기업 담당 최고경영자(CEO) 메리 맥도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현재 상황을 이용해 타 기관의 손상을 초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SVB 사태에 따라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중소은행 예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형은행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중소은행의 신뢰 상실이 대대적인 금융 패닉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JP모건의 전략가 니콜라오스 파니거초글루는 보고서에서 SVB과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등으로 이달 들어 '가장 취약한' 은행들에서 5000억 달러(약 646조원) 규모의 예금이 빠져나갔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가장 취약한 은행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지난해부터 유출된 예금 규모가 모두 1조 달러(약 1289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당국자들은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SVB 예금 전액 보호와 같은 즉각적인 위기 대책을 발표하고 미국 금융시스템이 안전하다는 입장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 내 금융 불안이 커질수록 경제 위기 위험성도 높아지는 만큼 대형은행도 시장 안정을 위해 함께 나서고 있다. JP모건 대변인은 "우리는 모두 미국 금융시스템을 강력하고 번성하도록 유지하는 데 확고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다양한 규모의 금융기관 수천 곳이 미국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해 전 세계가 부러워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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