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주총 앞두고…구본성 “순이익 10배, 3000억 배당 달라”
  • 김은정 디지털팀 기자 (ejk1407@naver.com)
  • 승인 2023.03.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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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지분 20% 보유한 구미현씨, 캐스팅보트 쥐게 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오른쪽) ⓒ아워홈 제공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왼쪽)과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오른쪽) ⓒ아워홈 제공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아워홈에 '주주들에게 배당금 2966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LG그룹 창업주의 3남이자 아워홈 창립자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남으로, 4남매 중 첫째다. 구 전 부회장과 현재 아워홈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구지은 부회장(넷째)은 경영권을 둘러싸며 수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내달 주주총회에서 남매의 난이 재연될 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범LG가(家) 급식업체인 아워홈은 지난 20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구 전 부회장이 제안한 '2966억원 배당 요구'를 다음달 4일 열릴 주총 안건으로 채택했다. 아워홈은 비상장회사로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제안이라면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 만약 구 전 부회장의 배당안이 가결된다면 지분 38.56%를 보유한 그는 총 1144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된다. 이에 맞서 아워홈 측은 30억원의 배당금 지급을 주총 안건으로 올린 상태다.

현재 아워홈의 재무상황으론 구 전 부회장의 제안한 배당금 규모를 충족시킬 수 없다. 구 전 부회장이 요구한 배당 총액은 아워홈이 거둔 지난해 순이익(250억원)의 11배가 넘는 규모다. 아워홈의 2021년 기준 현금성자산(2240억원)보다도 큰 금액이다.

배당금 결의를 위해선 출석 주주의 과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 구지은 대표의 아워홈 지분 20.67%와 그녀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구명진 전 캘리스코 대표(셋째)의 지분 19.60%를 합친 40.27% 확보한 상태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보유 지분 38.56%와 큰 차이가 없다. 양 측 모두 과반엔 못 미친다.

캐스팅 보트를 쥔 건 지분 19.28%를 가진 구미현씨(둘째)다. 과거 남매 간 경영권 분쟁 때 구미현씨가 어느 한쪽 편에만 서지 않았던 점을 비춰보면 이번에도 누구에게 표를 줄지는 예단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구씨는 2017년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대표의 경영권 분쟁 당시 구 전 부회장과 한 배에 탄 바 있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이 2021년 징역형의 집행유예까지 받는 '보복 운전 사태'가 발단이 돼 일어난 남매의 난 당시에는 다른 두 자매와 함께 주총에서 구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키고, 구지은 대표를 단독 대표 자리에 앉히는 데 한몫을 했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회사를 상대로 1000억원대의 배당을 요구한 적이 있다. 당시 주총에선 구 전 부회장의 안건은 부결되고 아워홈은 경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무배당을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구 전 부회장이 아워홈 지분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자 고액의 배당을 요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 전 부회장은 지난해 2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아워홈의 정상 경영과 가족 화목이 먼저라 생각해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고자 한다”며 지분 매각에 나섰다.

구 전 부회장의 지분만으론 매각 성사가 어려워 구미현씨와 동반 지분 매각이란 카드를 꺼냈들었지만, 남매의 의견 차로 매각 작업은 제동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 매각은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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