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광주전남연구원 ‘분리’ 뭣이 중헌디…진짜 문제는 무엇?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03.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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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상생’ 분리 초읽기…27일 이사회서 판가름 날듯
광주시·전남도 “차별화된 전문연구기관으로 육성”
‘한 뿌리’ 광주전남, 정책적 상생·협력에 역행 우려

최근 찬반 논란에 휩싸인 광주전남연구원의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으로 분리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출연기관인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재분리 의견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설립 32년째인 광주전남연구원은 지방권력이 바뀔 때마다 통합과 분리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1년 전남발전연구원으로 출범한 뒤 1995년 광주시 출연을 통해 광주전남발전연구원으로 확대됐다가 2007년에는 광주와 전남발전연구원으로 분리됐다. 2015년 민선 6기 당시 광주·전남 상생(相生) 1호 사업으로 재통합된 이후 지금까지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 운영하며 양 시도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찬반 논란에 휩싸인 광주전남연구원이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으로 분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양상이다. 출연기관인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재분리 의견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상생(相生) 1호 사업이 8년 만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광주전남연구원 현판 ⓒ시사저널​
​최근 찬반 논란에 휩싸인 광주전남연구원이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으로 분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양상이다. 출연기관인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쳐 재분리 의견으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상생(相生) 1호 사업이 8년 만에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광주전남연구원 현판 ⓒ시사저널​

'뗐다 붙였다' 수난의 광주전남연구원 

광주전남연구원의 가장 기초는 ‘지역현안’ 정책연구다. 하지만 민선 8기 들어 통합연구원의 운영이 부적절하다며 분리 문제가 다시 수면위에 떠오른 상태다. 양 시도는 지난 20일 광주전남연구원 이사회에 ‘분리’ 의견을 각각 제출했다. 1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27일 회의를 열어 광주시와 전남도의 의견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분리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광주전남연구원의 분리가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 그리고 분리 논란에 깔린 진짜 문제는 뭘까. 

연구원 분리론은 지난해 10월 광주시의회 시정질의에서 시의원의 분리 의향을 묻는 질문에 강기정 시장이 ‘통합 운영이 맞는 방향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 단초가 됐다. 이후 일부 전남도의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적극 뛰어들면서 급물살을 탔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분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역의 싱크탱크는 각각 운영하는 것이 지역 발전전략 수립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양 시도는 광주전남연구원을 발전적으로 분리, 지역 미래비전과 분야별 발전전략을 제시하는 전문기관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차별화 된 연구 등 연구원 분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연구 인력과 출연금을 단계적으로 확대·보완, 연구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산재한 연구기관의 컨트롤타워로 만들어 나간다는 게 시도의 복안이다.

 

“묻는 길도 못 알려 줘” vs “‘각자 알아서’ 상생에 역행”

연구원 분리에 찬성하는 쪽은 하나의 연구원에서 서로 다른 정책 방향을 가진 두 개의 자치단체 정책개발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또 연구원이 머리 역할을 하며 광주시와 전남도에서 어떤 일을 추진하려고 하면 길을 가르쳐줘야 하는 데 묻는 길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는 불만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지난 16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전광섭 호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결해야 할 사명을 갖는데 광주전남연구원의 경우 지난 민선 6기 통합 이후 광주와 전남의 발전과 관련된 정책들을 비롯해 수많은 상생협력과제들을 수행했지만 그 혜안을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류재한 전남대 교수는 “시·도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쟁점들에 대한 소신 있는 연구, 상이한 지역 여건과 발전전략에 토대를 둔 차별화된 연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광주와 전남의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실질적 상생을 이루는 길일 수도 있다. 분리된 연구원 별 시·도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도 간 협력관계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그리고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싱크탱크는 각각 운영하는 것이 지역 발전전략 수립에 유리하다는 게 광주시와 전남도의 입장이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지역의 싱크탱크는 각각 운영하는 것이 지역 발전전략 수립에 유리하다는 게 광주시와 전남도의 입장이다. 광주시청 전경 ⓒ광주시​

“따로 그리고 같이” vs “소지역주의로 회귀” 

하지만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상호 연계와 협력 강화를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할 시대적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사람 중심이 아닌 과거 행정구역 중심의 소지역주의로 회귀하자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영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광주전남연구원이 지향할 가치는 광주·전남을 아우르는 경제권의 발전방안 연구라고 생각한다”며 “연구원 분리론은 힘을 합쳐도 힘든 시대에 이를 역행해 ‘각자 알아서’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과연 이 시점에서 광주전남 싱크탱크 분리가 광주·전남의 상생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옳은 일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또한 광주시와 전남도가 별개로 요구되는 정책 연구는 연구원 내에 특화된 센터에서 연구하고, 공통으로 요구되는 정책 연구는 단일 센터에서 연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광주전남연구원의 존재감이 부족한 데는 연구원  자체의 한계도 있지만, 예산이나 인력 등의 부족이 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광주전남연구원은 박사 37명, 출연금 70억원으로 충남(47명, 8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양 시도는 분리 후 연구인력·출연금을 타 광역시 수준으로 단계적 확대·보완하고 지역 연구기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 또한 팽배하다. 박재영 전 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시사저널과 만나 “김영록 전남지사가 분리에 대한 의견을 묻기에 지금보다 연구원을 다 크게, 강하게 운영할 자신이 있으면 쪼개라고 답했다”며 “그간 정치권이 수없이 정책연구기관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지만 대부분 공수표에 그쳤다”고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일부에선 분리보다도 연구원의 위상 정립과 역할 부여에 대한 확실한 장치 마련이 우선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싱크탱크로서 역할을 위해선 전국 최하위 수준의 연구 인력을 늘리고, 역시 전국 최하위인 재정 지원 규모도 키워 연구 기능과 역량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지역의 싱크탱크는 각각 운영하는 것이 지역 발전전략 수립에 유리하다는 게 광주시와 전남도의 입장이다. 전남도청 전경 ⓒ전남도​
​지역의 싱크탱크는 각각 운영하는 것이 지역 발전전략 수립에 유리하다는 게 광주시와 전남도의 입장이다. 전남도청 전경 ⓒ전남도​

“진짜 문제는 독립성 보장…시·도 간섭 막아야”

이 같이 연구원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반복되는 분리와 통합의 ‘가벼움’에 대한 시도민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지역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연구과업 수행과 소지역주의 입장에서 치적 쌓기 목적으로 분리를 밀어붙인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특히 분리 이후 출연기관인 자치단체의 간섭 강화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건 괜한 우려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감독·지도기관의 단순화로 얻는 장점도 분명 있으나 한층 지배력이 강화된 시도로부터의 간섭 강도가 세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올해 2월 퇴임 전 기자회견에서 “시장, 도지사, 시도의회 등 4곳으로부터 지도감독을 받아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광주전남연구원 한 연구원의 말이다. “운영구조를 달리한다고 해서 연구원이 시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연구 결론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었을 때 이를 광주·전남 양 시도가 수용할지, 거부할지 여부는 순전히 양 시도 수장들의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그의 이어진 말이다. “지금까지 불거진 여러 문제는 무엇보다 연구원 지배 주주격인 광주시와 전남도의 간섭이 과도함에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산 철만 되면 시도는 출연금을 가지고 연구원을 압박해 광주전남의 상생연구과제에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진짜 문제는 ‘분리하느냐 마느냐’는 운영구조 논란이 아니라 지배구조 상 광주시와 전남도 등 출연기관의 간섭으로부터 얼마나 독립성을 확보하느냐 여부라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일부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분리를 논하려면, 연구원 기능 강화와 함께 출연기관으로부터 독립성 보장부터 논의하는 게 바른 방향이라고 진단한다. 분리가 되면 출연기관과 시도의회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는 반면 연구원의 독립성 추락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

박필순 광주시의원은 “연구원의 정체성 확립과 운영·연구의 독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자체의 출연금을 지원받는 광주전남연구원의 독립성은 피상적일 수밖에 없고 광주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행정 원칙을 세워 연구원의 현실적인 자율과 독립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전남연구원 설립 및 운영조례’가 있지만, 독립성 관련 내용은 부족하다. 조례 전면 개정을 통해 운영과 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박 의원은 주장했다.

 

“광주·전남 잇는 끈, 싹둑 자르는 것 능사 아냐”…“‘분리하느냐 마느냐’ 아니라 기능강화가 관건”

전남 한 대학교수의 말이다. “광주전남연구원의 역할에 대해선 비판할 지점도 많다. 광주전남 시도의 독자적 영역에 대한 연구 실적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론에 그쳐 현장에 적용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정책’ 개발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연구원은 광주·전남 상생 1호 사업으로 광주와 전남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런 측면에서 광주전남 정책연구기관의 분리를 추진하는 것은 광주·전남을 잇는 끈을 자르는 일이다. 연구원 운영 등 문제가 있다면 양 시도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낼 일이지 ‘끈’부터 싹둑 자르는 것이 결코 능사는 아니다.” 

그의 덧붙인 말이다. “광주전남 현안 연구를 혼자 떠안기엔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규모가 작은 데다, 상전인 광주시나 전남도와 협업을 이끌어낼 권한도 부족하다는 점 등 전체 조직 구조상 부딪히는 한계도 함께 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단순히 ‘분리하느냐 마냐’가 아니라 시도 간 조율을 통해 연구원의 실질적 연구 기능과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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